[프라임경제] '환율 전쟁'의 불똥이 우리 나라로 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 줄다리기로 대표되던 환율 다툼이 다른 국가와 통화들의 변수와 역학관계 작용으로 인하여 주변으로 확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경제의 지구력에서 선진제국에 밀리고 수출 중심에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내몰릴지 주목되고 있다.
◆ 중국에 대한 압력 잠시 줄이는 미국, 왜?
근래 환율 전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중국을 압박해 온 미국은 경제 문제 안정이 다급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고 2012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경제 업적을 쌓아야 도전이 수월해진다. 그러나,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등 부양책을 써도 내수가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꺼낸 카드가 대중 압박이다. 미국 시장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중국의 이득을 제한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수출 활로도 환율 조정으로 풀겠다는 포석이다. 이것이 미국이 중국 위안화를 겨냥하는 개략적인 구조다.
미국의 중국 압박은 '환율 조작국에 대한 보복관세 법안'이 하원에 부의되면서 절정을 기록했다.
그런데 미국이 대중 압박을 조금 늦출 조점이 보여 더욱 시선을 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이 최근 수주간 위안화 약세 해소에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서 가이트너 장관은 "지난 9월 이후 위안화 절상에 속도를 낸 중국의 조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앞서 IMF(국제통화기금)가 상당수준 평가절하된 것으로 지적한 위안화 문제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환율전쟁으로 표현되는 위안화 절상 문제로 인한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중국간의 통상관계 악화 상황에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현재의 중국과 중국을 둘러싼 국제경제의 지형은 미국이 1980년대 일본을 압력으로 눌러 환율 해결을 끌어냈던 '플라자 합의' 당시와 다르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미국의 요구로 플라자 합의를 내놓던 1985년은 경제선진국이긴 하나 진영 종속도가 높았던 일본이 미국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때다. 미국의 위상이 한껏 높았던 냉전시대라 순수한 경제논리가 작동하기 어려웠던 것.
◆ 중국, 플라자 합의 당시 일본과 다른 슈퍼파워
그러나 현재 중국은 G2로 일컬어지는 슈퍼파워인 동시에 미국의 세계적인 영향력 역시 냉전시대와는 그 문제가 다르다.
더욱이 미국은 중국이 자국 국채를 투매해 경제적 부담이 올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2008년 9월 일본을 제치고 미국 최대 채권국이 된 바 있다. 금년 미국채권을 481억 달러치 줄여 8467억 달러치를 보유하고 있고 일본이 금년 553억 달러의 미국국채를 사들여 총보유액이 7.2% 증가해 8210억 달러에 달했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역전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나 중국의 미국 경제에 대한 발언권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
이런 상황에 중국과 미국이 어느 정도 적당한 타협점을 모색하면서 소강 상태로 접어들 가능성은 얼마든 있다고 하겠다.
◆ 환율 콘트롤 잃은 일본, 한국 경제 비판론자 FT 등 '원화 때리기'
그런데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어느 정도 휴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해도 일단 불이 붙은 환율 전쟁은 어느 형태로든 중간 결과를 내면서 화재의 크기를 줄여나가야 할 필요가 남는다. 완충지대격으로 어떤 이슈를 만들면서 속도를 줄이고 시선을 돌릴 가능성인데, 이때 위안화 대신 다른 신흥국 통화가 희생양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고 하겠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하원 처리 매듭과 상원 부의가 예정돼 있는 환율 조작국에 대한 보복관세법안 일명 공정환율법에 대해 살펴보면, 당시로서는 중국이 가장 큰 타켓이지만 반면 다른 신흥국도 환율 조작국으로 떠오르면 언제든 이를 통해 응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현재 중국이 가이트너 선언처럼 조작 문제에 있어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 이 주요 공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도 우리 나라 원화 등에 대한 겨냥까지 함께 면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법안 자체가 백지화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위협에 대해 우리 나라는 다른 신흥국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엔화 환율 콘트롤에 실패한 일본이 주변국에 대해 '물귀신 작전'으로 나오고 있는 점 역시 문제다.
13일 일본의 재무부를 이끄는 노다 요시히코 장관이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노다 장관은 한국의 환율정책을 비난하면서, 한국은 환율시장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지도력이 의심스럽다고 공격을 화살을 날리는 등 수위를 최대한으로 높이는 강수를 뒀다.이미 국제 사회에서는 일본의 이슈화로 인해 한국의 환율 조작국 논란이 부각되는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한국 경제에 대해 비판론적 시각을 오래 견지해 온 파이낸셜 타임즈(FT)가 최근 온라인판에서 우리 나라 외환시장 개입 문제를 비판한 것도 국제사회에서 우리 나라의 통화 절상 문제에 대한 공세가 곧 곤란한 수위로 쏟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샌드위치 상황 몰린 한국, 대응 어떻게?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간 힙겨루기의 희생양으로 선택되거나 일본의 압력으로 인해 그 희생의 크기가 더 확대되는 경우, 즉 절상 압박에 직면하는 경우 우리 경제는 큰 혼란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우선 현재 들어와 있는 외국계 자금이 환율 문제가 요동치면 경제 유동성 급변이 불가피하다. 자금 이탈이 급격히 이뤄지면 경제가 쇼크에 빠질 수 있다는 신흥국들에 대한 아시아개발은행의 최근 경고가 한국에서 협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협상력을 통한 원화 절상 압력을 피하는 동시에, 해외 자금의 우리 나라 채권투자에 대한 세금 부과 등을 서서히 추진해 급격한 자금 유출입 등의 상황에 대한 관리 능력을 키울 필요가 높다.
더욱이, 각종 채권 보유 등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 능력을 기르는 장기적인 과제도 필수적인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아울러, 경제 정책에 대한 노출을 너무 쉽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론도 힘을 얻고 있다. 일명 '오픈북 테스트'와 같은 환경을 해외 투기 자본이나 경쟁 국가들에게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치고 빠지기에) 쉬운 나라'가 되고 있다는 우려다.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의 '경제통'인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정부당국자가 바깥에 대고 자꾸 환율이 높으니 낮으니, 이렇게 개입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외국의 비판을 자초하게 돼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당국자들이 조심해야 된다"는 최근 발언(MBC '시선집중' 출연 당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