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대형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외아들 현준(16)군에게 주요계열사 지분을 싼값에 넘기려다 덜미가 잡힌 건 시작에 불과하다. 금융계열사 고려상호저축은행에 차명으로 보관해온 3000억원대 비자금도 걸렸다. 또 이중 일부가 케이블TV 사업 확대를 위한 정관계로비 목적으로 사용된 정황도 수사대상에 올랐다. 사면초가에 빠진 이호진 회장의 현 주소를 살펴봤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일가를 둘러싼 각종 비리가 고구마줄기 캐듯 줄줄이 엮여 나오자 회사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편법증여의혹에서부터 비자금조성의혹, 정관계로비의혹까지 쏟아지자 이제는 아예 손댈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이번에 터져 나온 의혹은 정관계 로비설이다. 이호진 회장이 케이블방송 권역을 넓히기 위해 거액의 비자금으로 정관계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내부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큐릭스 편법인수 의혹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
그때 이 회장 눈에 띈 곳이 바로 6개 권역을 가진 큐릭스였다. 그러나 관련법이 이 회장 발목을 잡았다. 당시 방송법에는 한 사업자가 15개 이상 권역을 갖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렇다고 한번 노린 먹잇감을 놓칠 순 없었다. 태광그룹은 방송법 개정을 위해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로비를 벌였다. 로비자금은 1996년 부친인 이임룡 선대회장이 물려준 태광산업 차명주식(당시 총 주식의 32%)과 계열사 대한화섬 지분(당시 10%)을 적극 활용했다.
그러고도 수천억원이나 남았다. 검찰은 이 자금 대부분이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 계좌로 들어가 약 4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으로 관리돼 왔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12월 드디어 전방위 로비의 결실이 맺었다. 한 사업자가 전체 방송권역 가운데 25개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방송법이 개정된 것이다.
티브로드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큐릭스 지분을 차례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결국 2009년 5월 티브로드는 큐릭스 지분 100%를 보유, 전국 350만 케이블TV 가입자를 확보한 시장점유율 22%의 업계 1위 사업자로 우뚝 섰다.
방송법이 개정된 뒤 유선방송사업자간 입수합병 사례는 이번이 유일했다. 태광그룹을 위해 법령이 바뀌었다는 의혹이 인 것도 이 때문이다.
태광그룹이 큐릭스를 편법으로 인수한 증거는 또 있다. 태광그룹은 관련법 개정 전 군인공제회와 화인파트너스를 앞세워 큐릭스 지분을 우회 취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실제 공인공제회와 화인파트너스는 지난 2006년 12월 큐릭스 지분 30%를 사들인 뒤 법 개정 뒤 태광그룹 산하 태광관광개발 측에 옵션을 붙여 되팔았다. 당시 군인공제 이사회 회의록에도 이 같은 정황이 나타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록에는 ‘사전 법적 검토를 통해 방송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계약서 조항을 구성했다’는 내용과 함께 “태광의 큐릭스 인수 시도는 불법”이라는 군인공제회 관계자 발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