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국립극장에서 열린 유사석유 근절을 위한 남산 걷기대회.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아와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는 듯 했지만 실상은 당초 계획과는 크게 빗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주최 측인 소비자시민모임 김재옥 회장과 서울여자대학교 이광자 총장을 비롯해 약 2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폐해를 일으키고 있는 유사석유 유통의 근절을 위한 시민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기획, 지난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유 및 주유업계, 여약사회, 한의사협회 등도 참석해 의료봉사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사에 시민들은 찾아 볼 수 없다. 행사에 찾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여대 재학생들이었다. 행사 후 사회자가 “오늘 서울여대 학생들이 참 많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들 중 상당수 재학생들이 행사에 억지춘향식으로 끌려와 참석, 시간만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모습이 역력했다.
물론 참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한 재학생은 “출석도장을 받아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더운 날씨에 고생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주최한 행사에 출석을 미끼로 교수들이 강제적으로 학생들을 동원시키고 있는 것.
서울여대는 현재 ‘바롬2’라는 교양 필수과목이 있는데 이 과목을 맡고 있는 모든 교수들이 이 같은 행사에 출석을 미끼로 행사 참석을 강요하고 있다. 재학생들은 출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행사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서울여대는 에코캠퍼스를 강조하는 등의 홍보책자도 제작, 배포해 학교 홍보에도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를 받아가는 사람 상당수가 서울여대 재학생들이어서 교내에서 학교홍보를 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석유관리원이 준비한 이동차량 홍보물 역시 초라해 보이기는 마찬가지. 유사석유 근절 관련 홍보영상물은 억지로 끌려온 서울여대 재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별도로 마련된 부스는 유사석유 근절 홍보장이 되기는커녕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가 되고 말았다.
많은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 깊은 행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그렇지 못했다. 마치 행사 취지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다는 느낌만 받았을 뿐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못한 주최 측의 어설픈 행사준비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이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한국주유소협회의 한 회원이 던진 말은 분명 주최 측이 새겨들을 만하다.
“이런 행사인줄 전혀 몰랐어요. 초대한 사람들도 없는 것 같고 그저 우리끼리 잔치하고 끝내는 분위기네요. 앞으로 두 번 다시 참여할 생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