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한 회장은 자진 사퇴하라. 형사 고발하겠다.",
"이제 걸음마 수준의 집행부다, 기회를 주자."100년 역사의 대한의사협회가 장동익 회장의 불신임 문제로 삐꺽대고 있다. 회장 사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양쪽 다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지만 뭔가 아쉽다. 중요한 핵심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에게 과연 의료계 발전이라는 명분이 담겨 있는지 묻고 싶다.
최근 상황을 보자. 몇몇 사람들만이 회장 퇴진과 관련돼 매일같이 목청을 올리고 있다. 소문에는 회장과 불편한 사이에 있는 회원들이란 설도 있다. 그만큼 관심 있는 사람들이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의 글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실려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오히려 회원들 간 갈등을 유발시켜 사태를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
이 같은 느낌은 본 기자만 갖을까. 의협 외부에서 보는 시각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서로 헐뜯으면서 그저 세력 다툼에 눈 먼 싸움꾼과 다르지 않게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장동익 회장을 둘러싸고 의협이 내분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상태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웃음을 지었다.
한의사협회도 “처음에는 무언가 큰 배후 세력이 있어 회장이 낙마하길 기대했었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그렇게까지는 안 될 것 같다”면서 “의협 내홍으로도 우리는 만족 한다”고 했다.
자정 능력이 전혀 없다는 비판이요, 의료계의 맏형으로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인 것이다. 이제 의협은 하나로 뭉쳐 자신들 위상을 찾을 방법을 생각할 때다.
물론 문제가 있는 것을 숨기라는 것은 아니다. 장 회장은 자신을 둘러싸고 지금껏 벌어진 사태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회원들의 뜻에 따라야 할 것이다. 대의원을 비롯해 회원들이 기회를 준다면 재발 방지 약속도 해야 한다.
회원들도 일부 목소리에 휩싸여 판단력을 흐리지 말고 과연 이 사태가 회장 불신임으로까지 끌고 갈 정도로 중대한지를 고심해야 한다.
회장이 바늘 도둑인지, 소도둑 인지. 또 의료계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결정이 옳은지를 그 어떤 분위기나 바람에도 흔들리지 말고 회장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