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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신심(信心)을 잡아라’

최기성 기자 기자  2006.09.18 14: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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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나빠지자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종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손해보험사 중 처음으로 종교관련 자동차보험을 판매한 곳은 제일화재.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크리스천 퍼스트 자동차보험’을 내놨다.

올들어서는 삼성화재가 ‘애니카 크리스천 플랜’을, LIG손해보험이 ‘크리스천 전용 자동차보험’을 각각 선보였다. 다른 손보사들도 종교관련 자동차보험 개발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과 삼성의 크리스천 자동차보험은 종교활동중 발생하는 자동차사고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고, 기독교인들의 생활스타일을 반영한 특약을 다양하게 갖춘 게 특징이다.

크리스천 퍼스트 워십 특약의 경우 수, 금, 일요일 저녁 및 크리스마스 등 예배가 진행되는 날에 자동차사고가 나면 자기신체사고 가입금액의 2배를 보상해준다.

애니카 크리스천은 기독교인들의 십일조 헌금정신을 감안, 국내 최초로 자동차보험에 기부금을 도입하는 ‘기부금 특약’이 있다. 이 특약에 가입하면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지급 보험금의 10%가 추가돼 피보험자가 지정한 단체(또는 개인)에 기부된다.

보험사들이 종교인 대상 자동차보험을 잇따라 내놓는 이유는 기존 자동차보험시장이 온라인판매사 등장 이후 치열한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인 결과 손해율과 수익성이 매우 나빠져서다.
가입자들을 연령별로 묶어 공략하는 기존 전략은 비슷비슷한 상품으로 똑같은 타깃을 공략, 수익성만 계속 나빠지게 만드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말부터 자동차보험료를 계속 올리고, 가입자를 골라받는 인수지침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지난 13일 최고 할인율 도달 기간 연장 등이 포함된 산정방식 개선안을 마련한 것도 이러한 한계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가입자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어 언제까지나 ‘보험사 마음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연령보다는 작지만 ‘패키지(묶음)’가 가능한 타깃을 설정,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틈새시장 공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패키지로 만든 뒤 차별화된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바로 종교다. 제일과 삼성의 크리스천 상품을 보면 이러한 특징을 쉽게 알 수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종교관련 자동차보험의 경우 각 종교의 특색에 맞는 차별화된 보장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가입자도 만족시키고 보험사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며 “종교 외에도 잠재된 시장을 찾아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 나가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교인을 묶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전략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같은 교회나 절에 다니는 종교인들이나 종교단체에는 이미 보험과 관련된 사람들이 진출한 상태여서 몇몇 손보사의 상품만으로 종교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렵고, 보험금을 기부하는 문화가 아직 익숙치 않은 게 종교 상품 회의론자들의 내세우는 이유다.

실제로 현재까지 제일화재만 비교적 선전하고 있을 뿐 다른 두 보험사의 실적은 매우 낮다. 제일화재는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 1만3100여건을 판매해 58억원의 보험료를 거둬들였다.

반면 LIG손보는 지난 8월말까지 676건(보험료 3억9700만원)을 팔았을 뿐이다. 삼성화재의 실적도 월 10여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들 회의론자들도 종교관련 상품 개발이 차별화된 틈새시장 개발에 기여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