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A생명보험에 가입한 경기도 양평에 사는 김모 씨(33세)는 2003년 2월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2년간 치료를 받고 추간반탈출증(디스크)으로 6급에 해당하는 장해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A사는 6급에 해당하는 장해보험금의 50%만 지급하겠다고 해 김 씨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A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서면통보를 보냈다.
김 씨는 여러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장해보험금의 66% 만을 지급받고 나머지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생명보험사들이 대법원 판례와 보험 약관을 무시한 채 보험 계약자의 과거 병력을 핑계로 정해진 보험금도 깎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험소비자연맹(이하 보소연)은 생명보험 계약자가 보험사고를 당해 장해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가 기왕증(과거 병력)을 내세워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등 정액 보험금을 흥정하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보소연은 또 생보사들은 이 같은 비열한 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약관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그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소연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는 소비자가 사고를 당하여 주로 척추체 장해로 추간반탈출증으로 장해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사고의 기여도(관여도)를 30~70%까지 임의로 적용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은 기왕증(과거병력)이 있었다는 핑계를 대며 정해진 장해보험금을 일방적으로 감액하고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고 있다. 보험계약자가 불응하면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 보험계약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
보험사들의 이 같은 행위는 대법원 판례와 약관을 무시한 횡포에 불과하다고 보소연은 지적했다.
지난 99년 8월 대법원은 “상해보험의 경우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기왕증이 보험사고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했다는 사유로 약관이 따로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다”고 선고했다.
또 지난해 4월 개정된 생명보험 약관에는 척추체 장애에 대해서만 기왕증 기여도를 평가토록 규정돼 있고, 개정 전 계약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대다수 보험사들은 일방적으로 판단한 기여도를 적용해 보험금을 감액한 뒤 계약자들과 합의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이다.
합의서에는 나중에 계약자가 보험금을 추가로 청구하거나 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권리포기의 내용이 들어있기조차 하다.
보험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에 문제가 된 추간판탈출증은 생활질환으로 손해보험사에서도 감액 지급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보소연 관계자는 그러나 "손해보험사는 실손 보상이 원칙으로 약관에 감액 부분을 명시해뒀지만 정액 보상이 원칙인 생명보험사는 지난해 개정된 약관에 척추체 장애만 기왕증 기여도를 포함시켰다"며 "약관에 없는 내용은 계약자에게 지급해주는 게 당연하고 이는 대법원 판례에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보험계약자들도 보험사의 흥정에 넘어가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