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108년 조흥은행 사라질 가능성 커졌다

신한지주, 존속법인 은행명칭 합의내용 파기 시도

임경오 기자 기자  2005.11.17 09:00:5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우리나라 최초은행이자 최초의 법인기업으로 한국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조흥은행이 내년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조흥은행을 인수한 신한금융지주가 2003년 6월17일 작성됐던 노사정합의문의 합의사항을 자의적으로 해석, 통합은행을 조흥은행으로 하지 않고 통합은행의 명칭도 조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신한지주가 2년전 통합은행을 조흥은행으로 하는 것에 합의해준 이면에는 이월결손금이 많은 조흥은행을 통합법인으로 할 경우 당시 기준으론 세법상 수천억 원대의 법인세 감면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흥 큰 폭 순익…법인세 혜택 사라져 신한 전략 ‘삐끗’

   
그러나 조흥은행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1조원 안팎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이월결손금을 모두 해소해버리자 법인세감면 혜택은 사라지게 돼버렸다. 물론 이로 인해 피인수 2년이 안돼 이월결손금을 해소한 조흥은행이 과연 부실법인이었느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튼 신한지주 측은 통합법인을 조흥은행으로 하지 않겠다는 내심을 가지고 조흥은행을 인수할 당시 작성한 노사정 합의문중 10조3항을 자사에 유리하게 해석, 조흥은행을 없애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10조3항에는 “통합시 존속법인은 조흥은행으로 하고 통합은행의 명칭은 ‘조흥’을 사용하되 통추위에서 결정한다”라고 돼있다.

신한지주는 이 조항 후단의 ‘통추위에서 결정한다’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신한측은 이 조항의 전단이 비록 통합시 존속법인을 조흥은행으로 하고 통합은행의 명칭은 조흥을 사용한다고 돼있지만 후단에 통추위에서 결정한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에 존속법인이나 은행명칭까지 통추위에서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지주 ‘한다’란 표현 ‘할 수 있다 ->하지않아도 좋다’로 해석

이 조항의 문장논리상 후단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에 따라 존속법인과 은행명칭을 통추위 의사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견은 신한지주의 최성호 홍보팀 부팀장은 물론 통합추진위원회 실무지원반 김인기 부부장도 기자에게 그러한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조흥은행 측은 “통합시 존속법인은 조흥은행으로 하고 통합은행의 명칭은 조흥을 사용하되라고 못박고 있기 때문에 통추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조흥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즉 통추위에서는 ‘신한조흥’ 또는 ‘조흥신한’등을 결정할 권한만 있다는 것이다.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측의 반발을 사면서까지 이처럼 무리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존속법인을 조흥으로 하지 않고 신한금융지주로 하는 한편 은행명칭도 조흥을 넣지 않겠다는 의도로 사전 포석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조흥 측의 주장이다.

최근 이인호 신한지주 사장은 “조흥은행이 흑자로 전환돼 세금혜택이 사라진 만큼 경제가치가 높은 곳이 존속법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무리한 해석시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법학계에서는 문구 해석상 조흥은행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법학자들도 “신한의 해석은 무리” 이구동성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문구에 조흥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조흥을 넣어서 통합은행명을 지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중앙대 서헌제 상법학 교수도 “조항에 명칭이 확실히 밝혀져 있고 통합법인도 조흥은행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는 만큼 통추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문구 해석상 조흥을 포함시키는 방법에 관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법학계에서는 ‘한다’라는 말은 ‘의무’를 나타내주는 단어로 이 말이 들어간 이상 다른 해석이 끼여들 소지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만약 ‘할 수 있다’나 ‘할 수 있되’라고 표현됐더라면 신한지주의 주장이 맞지만 의무를 나타내는 표현이 들어간 이상 조흥 측의 의견이 맞다는 입장이다.

현재 신한측은 내달중순까지 통합은행명칭 등에 관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조흥측은 “신한측이 의뢰해서 하는 조사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하지 않겠느냐”면서 반발하고 있다.

신한지주의 한 관계자는 존속법인과 통합은행의 명칭에 대해 “아직까지는 모든게 결정된 사항이 없다”면서 “계속 통추위에서 모든 사항에 대해 검토 중이므로 구체적인 결과는 좀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발 뺐다.

한편 당시 노사정합의서에 사인을 한 예금보험공사에 의견을 질의한 결과 “자신들은 매각으로 책임을 다했기 때문에 관여할 입장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했다.

일단 내년 4월1일 통합은행이 출범할 것으로 잠정 확정된 상태에서 과연 108년 역사의 조흥은행이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한국 최초의 은행이자 법인 기업으로 한국 기네스북에서 계속 명맥을 이어갈 것인가, 신한지주 통추위의 결정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라임경제 ⓒ 경제의 맥을 짚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