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대형병원 중 유일하게 파업 일보직전까지 치달았던 경희의료원. 하지만 노사는 마라톤 협상 끝에 29일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냈다. 노조는 의료원 발전이라는 대의를 존중했고 사측은 노조의 존재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대화를 통해 타결을 이뤄낸 경희의료원 노사. 양측은 과거 물리적 충돌이 빚어낸 엄청난 폐단을 학습했기에 이 같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병원은 지난 2002년 가톨릭의료원과 함께 무려 100일간 장기파업이라는 난국을 거쳤고 이는 경영압박의 고통으로 다가왔다. 환자를 제쳐놓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줄다리기가 노사 양측에 생존의 갈림길이라는 무거운 짐을 던질지 예상치 못했다.
교수 등 의료진과 행정직, 간호직, 기능직 등 병원 구성원 모두가 환자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필연적 결과였다.
이후 노사는 환자를 최우선에 두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많은 노력을 경주했다. 환자의 요구 사항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험많은 간호사들이 최일선에 나가 환자를 간호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사측도 의료진의 서비스 마인드 고취와 환자를 우선하는 진료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결국 이러한 노력이 지난해 국가고객만족도(NCSI) 1위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노사 자신들은 물론 외부에서도 "어떻게 경희가?" 등 외외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노사는 파업을 앞두고 그동안 공들여온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하는 공통분모로 고민했다. 결국 이 같은 고민은 자율교섭이라는 틀을 통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병원 발전이라는 공통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대화로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는 병원 관계자의 말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노사간 공유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병원은 환자를 위해 존재하며 병원을 위해 환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명제는 병원 노사가 극단적 대립에 앞서 우선시해야 하는 정언적 명제일 듯 싶다.
파업이라는 극한 대립의 場(장)으로 치닫지 않은 경희의료원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고 질 높은 서비스로 환자들에게 다가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