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수술 도중 환자를 사망케 한 최근 군대 내 의료사고를 계기로 다시금 군대 내 진료수준 향상이 시급한 해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13일, 디스크 수술을 받던 박 일병(21세)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15일 수술 집도의는 “디스크 수술 도중 동맥과 정맥을 잘라 과다출혈로 박 일병 사망하게 됐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수술을 담당한 군의관 개인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지만 대부분 “죽은 병사도 군의관도 모두 피해자”라며 “아직도 군병원이 이토록 열악한지” 개탄했다.
지적대로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지금껏 꾸준히 제기돼 온 낙후된 군 의료 수준에 있다.
실제로 한국국방연구원이 2002년 펴낸 ‘군병원 종합발전 방향’에는 군 병원은 대부분 전문의 수준을 넘지 않는 인력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대학병원의 경우 임상교수 35%, 펠로우 등 전문의를 마친 전임의들이 31%에 달하는 반면 군병원은 전임의 9%, 전문의 91%로 높은 진료수준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 초 대한의사협회 연구용역으로 진행된 ‘국가 병원자원의 복무기간 형평성과 합리적 산정에 관한 연구’ 자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보고서는 ‘군의관 인력체계 분석’을 통해 “군병원은 전문의 수준의 단기 군의관이 대부분으로 전체적인 진료수준이 저조하다”며 “이는 군 병원 진료능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재차 문제점만 지적될 뿐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획기적인 제도 개선은 둘째로 치더라도 현재 군의관의 진료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들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
첫째로 군의관을 위한 교육이 전무한 상태를 들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방보건연구소 이명신 책임연구원은 “군의관이 임상에 대한 보수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전무하다”며 “이런 상태로 군의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신의료기술 습득 기회와 시스템화 된 진료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군 진료능력은 점차 하향화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련능력 향상을 위해 레지던트 과정을 민간병원에 파견시켜 교육하는 현 제도도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파견된 레지던트의 공백으로 진료보조를 간호장교나 위생병이 대체하면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자문교수 제도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명신 책임연구원은 “자문예산이 부족해 우수한 자문교수 초빙이 곤란하고 자문위촉인원도 각 과별 부족하다”며 “자문 요청을 해도 소속병원 업무나 개인 사정 등의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적시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병원의 진료수준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민간의사 채용이나 장기복무자에 대한 혜택 등이 제기된 바 있지만 구체적인 실현은 아직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현재 군의무발전추진위원회에서 장기복무 임상 군의관 양성 대책 및 단기군의관 복무 환경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오는 9월 중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예정인 것은 희망적이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 온 군 의료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