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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없는' 약사 의심처방에 불성실 의사

복지부, 내년부터 행정처분 예고…의료계 "先 조사 後 법개정"

박대진기자 기자  2006.08.14 06: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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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약사의 의심처방 문의에 불성실하게 응답한 의사에 대해 행정처분을 예고하고 있지만 정작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데일리메디가 복지부에 의심처방 불성실 응답에 대한 실태조사 유무를 확인한 결과 복지부는 단 한 건의 사례도 수집하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복지부는 현재 의사의 불성실 응답에 대한 처분 내용이 담긴 법안 개정을 추진중에 있어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심처방에 대한 사례조사를 실시한 바 없다"며 "국민건강을 위해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실태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은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복지부가 추진 중인 의사 '성실응답' 의무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행정 목적에만 매달려 그에 따르는 엄청난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책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목적의 정당성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의 적절성을 가져야 한다"며 "지나치게 공익성만 내세워 사익을 침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한 법안을 만들 때는 먼저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연간 처방 건수 중 몇 건의 의심처방이 발생하고 의사의 불성실 응답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는게 옳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복지부의 이번 법 개정작업의 순수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법안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지난해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약사출신인 열린우리당 김선미 의원의 지적에 대한 후속 조치하는 것.

즉 약사출신 국회의원이 '약사들의 의심처방 문의시 의사들이 응대를 잘 해주지 않는다'는 약사들의 얘기만 듣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 복지부가 허겁지겁 관련 법 개정에 착수했다는 주장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복지부는 일부 약사들의 불편을 빌미로 의사 전체를 예비 범죄자로 만들고 소신진료에 지장을 주는 법안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제대로 된 통계 자료도 없이 단지 약사출신 국회의원의 지적에 대한 조치로서 의사들의 인권이 크게 침해될 수 있는 법안을 계획한다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피력했다.

의료계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복지부는 향후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가 있는 만큼 의료계의 주장을 겸허히 받아들여 법 개정 과정에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은 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는 만큼 앞으로 유관 단체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며 "공청회 등을 통해 의료계 주장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법 개정과 관련, 각 시도 의사회는 의사협회와 함께 복지부에 정식으로 항의공문을 발송하는 등 대응방안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기사제공 : 데일리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