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의사들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현 의료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혁'이 아닌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서울대병원 암센터 허대석 교수
[사진]는 9일 열린 제8차 함춘강좌에서 '근거중심의학에서 임상연구의 필요성'이란 제하의 강의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허 교수는 "고가 장비의 보급정도나 병원의 전산화 수준은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으나 우리 의료제도가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들은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의료혜택을 받기를 기대하고 정부는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의료제도의 도입을 논의한다고 꼬집었다.
허대석 교수는 "그동안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던 여러 제도들이 진정으로 의료제도를 개혁했고 국민들이 받는 의료서비스가 개선이 됐는가 하고 물었을 때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이어 "국가 예산이 한정돼 있는 현실에서 재원은 확보해 두지 않고 혜택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면 그 부담은 의료기관과 의사들의 몫으로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비합리적인 탁상공론에서 결정된 선심성 제도 개혁은 의료기관의 수지를 악화시켜 결국은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나 '의료보험 재정 적자'라는 다른 문제를 유발한다고 허 교수는 피력했다.
허대석 교수는 의료계에 대해서도 자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의료재원을 낭비하는 불합리한 관행으로 재원이 소진돼 더 필수적인 진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있는 점은 없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시위가 아닌 임상연구에 근거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정책입안자와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국민과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제도를 위한 대안으로 '임상연구'를 제시했다.
즉 평소에 무엇이 낭비적인 요소인지, 새로운 요구는 무엇인지, 어떤 것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지에 대한 임상연구를 통해 진정한 의료제도 개혁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
허대석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의사나 국민들의 불만이 일정수준 이상 쌓이면 개혁을 통해 제도를 한꺼번에 고치려 했다"며 "이는 결국 오늘날의 실패한 의료정책을 촉발시켰다"고 피력했다.
그는 "선진국의 제도들을 주먹구구식으로 우리나라에 끼워 맞추려 하기 전에 우리의 의료환경에 근거한 임상연구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임상연구를 통해 누가봐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축적하고 그것을 토대로 가장 효율적인 의료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