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성 기자 기자 2005.11.14 08:05:24
하반기 통신시장의 또다른 핵은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인 뉴브리지와 AIG가 지분을 LG그룹에 매각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로 매각설은 회사측이 25%의 직원을 감원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으며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행보와 하나로 경영진 교체에서도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외국자본들의 지분매각은 이미 여러차례 예견돼 왔지만 최근 들어서 그 소문은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고 확산되고 있어 하나로텔레콤의 노조도 그 진위에 대한 신속한 확인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로텔, 명퇴규모 500여명 달할 것
회사는 지난 10일 협상에서 명예퇴직자에 대한 위로금으로 22개월치의 급여를 지불하고 평균급여의 7개월치에 상응하는 우리 사주 손실분을 보전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한 명예퇴직자의 규모를 당초 전체 직원 1500여명 중 25%인 375명 정도에서 15%를 낮추는 대신, 50% 이상이 연차를 사용하고 성과급 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을 노조에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쪽이 명퇴자의 규모를 줄이면서 여러 단서를 달아 인건비 측면에서는 사실상 25%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하나로텔레콤의 매각과 인수과정에서 고용유지를 합의했던 문서를 근거로 합의사항 불이행에 대한 고소고발 등을 통해 회사쪽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번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결정한 총파업도 최후의 카드로 남겨놓고 있다.
특히 최근 합병된 두루넷 인원에 대한 명퇴도 추진해 대상인원은 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올 실적 1000억원 적자 전환도 악재
하나로텔레콤의 3분기 실적은 매출이 소폭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은 3분기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올해 1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파워콤이 초고속 인터넷시장에 새로 진출하면서 유선 통신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232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올 2분기 34억원 손실을 냈다.
지난 2003년 뉴브리지 컨소시엄이 하나로텔레콤 지분 39.6%를 5억달러에 인수할 당시 주가는 주당 3200원이었다.
그러나 지금 하나로텔레콤의 주가는 2700원대에 머물러 있다. 투자자인 뉴브리지 입장에서 보면 큰 손해를 본 셈이다. 뉴브리지는 제일은행 매각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하나로텔레콤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분기 34억원의 적자를 냈던 영업이익이 마케팅비용 감소와 매출 증가로 인해 3분기에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 특히 하나로텔레콤은 2분기보다 20%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하나로텔레콤은 3분기 매출이 2~3%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 축소와 파워콤 등 경쟁자 등장으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계속 감소하고 있으나 전화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
특히 초고속인터넷과 함께 결합상품으로 판매 중인 하나로텔레콤의 시내전화 가입자는 약 5개월 동안 2만명 이상 순증을 기록하고 있다.
◆‘구조조정-사장교체는 지분매각 수순’ 의혹
하나로텔레콤의 대규모 인력감축 계획이 외국인 대주주의 지분매각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높다.
하나로텔레콤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윤창번 전 사장이 임기를 다 못채우고 중도하차하면서 이미 예견됐던 수순. 퇴진 배경에도 말이 많았다. 가장 유력시됐던 것 중 하나는 하나로텔레콤 주가 하락에 따른 외인 대주주의 문책성 인사라는 추측.
이 때문에 후속으로 진행된 임원 감축과 조직개편, 전직원 명예퇴직 등을 놓고 이를 단순 구조조정이라기보다 주가부양과 주식매각을 위한 ‘몸값 띄우기’가 아니겠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나로의 구조조정과 권순엽 사장의 등장을 매각의 수순이라고 관측하는 근거는 AIG가 과거 한솔텔레컴의 매각을 실시할 당시 한솔엠닷컴에서 지분매각을 지휘했던 당시 권순엽 부사장이 현재 하나로텔레콤 대표로 이번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주주들은 올해초 하나로텔레콤의 차세대 성장산업인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사업을 포기시켜 일련의 행보가 매각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주장에 힘을 실리게 하고 있다.
또한 최근 부임한 고메즈 부사장이 미국에서 통신사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많이 해 왔던 인물이라는 점도 노조의 이러한 주장을 가능케 한 요인이다.
◆LG그룹, 두마리 토끼 잡아 통신시너지 노려
최근 계열사 지분정리와 파주LCD 일부 투자유보 등을 통해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LG그룹이 하나로텔레콤의 M&A 인수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4월 LG필립스LCD 해외전환사채발행으로 약 4060억, 7월 주식예탁증서발행으로 약 1조2117억원, 오티스LG엘리베이터 지분매각으로 약 3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으며 지난 5월과 6월에는 (주)LG와 LG전자가 차입금 상환목적으로 밝힌 일반채권해외발행으로 각각 2011억원 등 2조1500여억원의 자금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LG그룹의 향후 자금 향방에 하반기 반도체 및 통신 시장에 M&A 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만년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LG그룹 통신부문의 새로운 시너지는 데이콤, 그리고 데이콤의 자회사인 파워콤과 하나로텔레콤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관측에서 LG그룹이 데이콤과 파워콤을 합병·인수시키기 전 하나로텔레콤을 먼저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파워콤을 자회사로 둔 데이콤이 시내전화망 인프라가 확보된 하나로텔레콤을 합병할 경우 홈네트워크 등 차세대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하나로텔레콤을 합병할 경우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소모적 경쟁을 피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LG는 하나로텔레콤과 악연이다. 2003년에도 인수하려고 했지만 하나로텔레콤 측에서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주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향후 LG그룹의 하나로 인수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점쳐지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지분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는 AIG가 투자당시 금액인 5억 달러에 프리미엄을 감안해 약 7000억원에 지분정리를 원하고 있지만, 주당 3200원에 구입한 주가가 현재 2700원(11일 종가기준)에 머물고 있어 적정시점에 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