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유통망과 조직적인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저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독식하고 있어 영세 자영상인들의 생계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B’업체가 이용업계 독식
남성헤어컷 전문점으로 국내 이· 미용업계를 독점하고 있는 B업체.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남성고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지만 경쟁업소인 이용원(이발소) 이나 미용실들은 줄어드는 매출로 고사 직전이다.
이유는 파격적인 가격 때문. B업체의 경우 설렁탕 한 그릇 값인 5000원에 손님의 머리를 깎아 주고 있다. 오전 12시 전에 가면 1000원 할인혜택뿐 아니라 10회 이용하면 1회가 무료인 마일리지 혜택까지 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머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이· 미용업계의 영세자영업자는 수지타산보다는 적자라는 부담을 안고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처한 것이다.
8년째 5000원 고수 업계 초토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대료나 재료비, 인건비를 감안하면 5000원을 받아서는 도저히 남지 않는다”며 “이 업체가 8년째 이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바람에 업계가 초토화되기 직전”이라고 전했다.
(사)한국이용사회 중앙회 관계자는 “B업체의 등장으로 업계가 품질경쟁이나 서비스경쟁 보다는 가격경쟁에 치중하고 있어 대부분의 영세업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10만여 개의 이· 미용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업주 혼자 업소를 운영하거나 종업원이 한명 이하인 영세업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결국 프랜차이즈 800여개 업소에 10만여개의 이· 미용 업소가 끌려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식업계도 저가 프랜차이즈 강세
저가 프랜차이즈의 시장독식은 요식업계도 마찬가지다.
일반음식점으로 대표되는 요식업계는 저가공세에 밀려 문을 닫는 음식점 수가 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다.
저가 삼겹살집은 1인분에 3500원이라는 가격에 출출한 고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지만 동네 구석구석 파고 들어간 이들 업소에 의해 기존 삼겹살집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유통단계를 줄여 원가를 낮출 수 없는 일반업소의 삼겹살 가격이 1인분에 3000원 이상 비싸 손님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싼 것을 찾게 되는 손님을 잡기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저가경쟁에 동참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때 삼겹살 집을 운영했던 이옥자(55. 경기 의정부)씨는 “가격경쟁을 하다보니 음식의 질이나 서비스는 생각할 수 도 없다”며 “3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수지타산을 맞추기는 어려웠다” 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는 10년 동안 음식점을 운영했지만 최근 저가경쟁에 동참했다가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 업소운영을 접은 상태다.
영세자영업 경영난 줄도산 사회문제화
업계가 온통 저가 경쟁에 돌입하다 보니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도 다양하다. 우선 생활비를 벌지 못하는 영세업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가족들의 생계마저도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규모의 삼겹살 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모(40, 경기부천)씨는 “인근에 저가 프랜차이즈 업소가 입점한 뒤 주변업소 매상이 곤두박질 쳤다” 며 “최근 몇 달 동안 애들 학비는 고사하고 생활비도 쪼들리고 있는 형편” 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반 업소의 경영난은 업소 폐쇄로 이어져 임대보증금이나 권리금마저 손해 보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에는 신용불량이나 이혼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 서대문에서 이용원을 운영하다 폐업신고를 낸 김모(56)씨는 “인근에 프랜차이즈 업소가 생긴 뒤론 하루에 3만원 벌기도 어렵게 됐다” 며 “빚을 내 업소를 꾸렸지만 보증금마저 까먹고 결국 아내와 이혼한 뒤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고 한탄했다.
저가피해 해당 프랜차이즈도 자업자득
저가 공세로 인한 피해는 해당 프랜차이즈 업소도 마찬가지다.
본사에서 가격을 일률적으로 정해 마진폭이 적다보니 저가공세로 인한 손실부분의 부담은 결국 가맹점에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업소운영에 들어가는 집기와 소모품 일체를 본사로부터 공급받아야 할 뿐 아니라 인근에 비슷한 업소가 무분별하게 생겨 흑자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고 걱정했다.
그는 또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휴일 오전에 방문하는 손님에게는 천원을 깎아 주기도 한다” 고 자구책을 털어놨다.
서울에서 한 프랜차이즈 업소를 운영했던 김모씨는 “유사 프랜차이즈도 많이 생겼지만 너무 싼 가격 때문에 겨우 운영 하고 있는 업소가 태반” 이라며 “가맹점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경영신화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게 현실” 이라고 전했다.
종사자들 고용불안-저임금 야기
이렇게 업계전반에서 겪고 있는 경영난은 결국, 종업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한 종사자는 “B업소에서 일하는 종업원 중에는 한달에 1백만원을 넘게 받는 경우가 드물다” 며 “일도 힘들어 이직률이 높다” 고 종업원들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런 최저임금은 업계 전체의 인건비 하락에도 영향을 주고 있을 정도. 이용사의 경우 15년 이상 종사한 베테랑들도 150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용실의 경우, 초보는 30만원의 저임금을 받고도 12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항상 해고나 업소 폐쇄라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종업원들의 하소연이다.
품질-서비스는 엄두도 못내
저가마케팅이 영업전략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작 신경 써야 할 품질이나 서비스는 뒷전이다.
삼겹살이나 갈비의 경우 접착제를 이용한 공장 갈비나 삼겹살이 한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단적인 예다.
포천에서 대형 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0, 일동)씨는 “질 낮은 수입 갈비나 식용접착제로 붙여 만든 갈비, 여러 겹의 잡고기를 기계로 눌러 만든 삼겹살 등이 유통될 수밖에 없는 건 가격 때문” 이라며 싼 것만 부추기는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영전략을 비판했다.
박씨는 최근 물의를 일으킨 중국산김치파동도 결국은 저가공세로 소비자와 업계를 장악하려는 경영전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B 업소의 경우도 네티즌 사이에서 불친절과 무성의한 시술로 혹평을 받고 있다.
감귤(sksksk0826)이란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네이버 카페에서 “여기에 가면 머리를 X처럼 짤라준다”며 “이 업소에 가지 말라” 고 불친절한 서비스를 지적했다.
이 업체가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한 미용사는 “손님의 이발 단가가 낮다 보니 당연히 손님들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며 “많은 손님을 짧은 시간에 깎다보면 서비스를 생각하는 건 불가능하다” 고 불친절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업체의 관계자는 “종업원들이 워낙 자유분방해 이직률이 높을 뿐” 이라며 기술이나 서비스 문제에 대해 부인했다.
자영업 도산 프랜차이즈업은 급성장세
영세자영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국내 프랜차이즈 업소는 급성장 추세에 있다.
(사)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2002년도 당시 1만6000여개의 가맹본부에 12만 가맹점이 영업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며 “ 매년 10% 이상의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고 밝혔다.
남성헤어 컷 전문점 프랜차이즈업체로 유명한 블루클럽 관계자는 “경쟁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 이라며 저가로 발생되는 문제를 외면했다.
“경쟁사회에서 어쩔 수 없다” 외면
저가 삼겹살 프랜차이즈 업체인‘돈day’의 관계자도 “주방장을 고용하지 않고 밑반찬을 없애는 등 원가절감을 한 것” 이라며 영세자영업자들도 경쟁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강조했다.
관계당국은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약 30%가 자영업자며 이중 80%가 간이사업자로 분류된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런 비중에도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은 저가 프랜차이즈 업소의 무분별한 난립에 위협받고 있다.
정부 사실상 ‘부익부’ 권장… 빈자 생존권보호 대책 절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오히려 정책적으로 프랜차이즈를 권장하고 있을 정도다.
신흥대의 안병용교수는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 보호와 경제 구성원들의 내실을 다지기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 이라고 말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