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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휴맥스, 지역민방 인수 ‘괜찮을까’

조윤성 기자 기자  2005.11.09 09: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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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으로 방송수신용 셋톱박스를 개발해 온 휴맥스가 경인방송 인수에 나섰다.

휴맥스는 경인지역 지상파방송사업자 허가신청에 지배주주로 참여하기 위해 오는 24일인 사업계획서 제출시한에 맞춰 컨소시엄을 구성 중이다.

업계에서는 휴맥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될 사업자로 경인방송 전 노조와 기독교방송(CBS) 등인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휴맥스는 인수추진 배경에 대해 “소프트웨어적인 방송서비스 분야 진출이 성사되면 하드웨어적인 기존 셋톱박스 사업과 함께 종합방송 서비스를 위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방송국의 실적도 연간 50억~100억원의 흑자가 나고 있으며 경인방송이 1000만명에 달하는 시청자를 보유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휴맥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수추진에 대해 소문들이 무성하다. 휴맥스가 밝힌 내용이 그대로인지를 의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휴맥스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경인방송은 지상파 방송인데 반해, 휴맥스가 생산하는 셋톱박스는 주로 위성 또는 케이블 방송을 주요 사업 기반으로 해 서비스와 단말기 사업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또한 휴맥스가 그러나 디지털 방송장비인 하드웨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가 방송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 기업가치를 잃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인방송이 과거에 다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만큼, 출자한 지분에 대한 지분법평가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시너지 효과도 매우 낮은 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잇따른 벤처업계 비리와 관련해 휴맥스 변대규 사장이 벤처협회 임원을 맡고 있어 자칫 방송사 지배주주 획득을 통한 방어용이 아니겠냐는 의혹도 지적되고 있다.

잘 나가던 벤처1세대 기업인 로커스와 터보테크가 무너져 가는 과정에서 잘 나갈 때는 언론에서 좋게 다뤘지만 무너질 때는 한순간에 ‘강도’로 표현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걱정도 예상할 수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휴맥스는 그동안 디지털셋톱박스를 개발·생산하는데 있어 삼성전자와 어깨를 견줄만큼 건실하게 성장해 왔으며 기업가치도 현금성 자산규모가 1000억원대에 달하고 매출도 1조원을 바라보는 회사여서 무리는 없을 듯 싶다.

인수금액도 낮고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되면 금액은 더 낮춰질 수도 있지만 향후 주도적으로 노조를 통제하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방송사를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겠냐는 게 의문이다.

이들 컨소시엄과 자칫 불협화음이라도 생긴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휴맥스의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휴맥스를 창출한 것이 경영진 스스로가 한 것도 있겠지만 투자자들도 믿고 따라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회사 가치를 높이겠다는 변 사장을 비롯한 휴맥스 경영진의 생각은 한푼 두푼 모아 회사의 발전을 위해 투자해 준 주주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뭐든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과거를 잊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만 있다면 방송사도 인수하고 신문사도 인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의도가 불순하지 않고 투명하게 공표되고 투명한 경영을 위한 기틀이 마련된다면 무성한 소문들도 사라지고 변 사장의 밝고 깨끗한 이미지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