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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CEO논객] 손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손님’ 이다

최현영 엑셀건설공무 대표

프라임경제 기자  2005.11.08 13: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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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의 '민원행정서비스헌장운영규정'은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서비스헌장 견본이다. '우리의 고객인 국민·중앙 및 지방자치단체공무원들에게…'로 시작하는 규정은 국민만족 민원행정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민원행정서비스헌장에는 공무원이 국민을 대할 때 지켜야 할 일을 규정한다. 국민에게 수준 높은 민원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으로, 친절과 언어예절에 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꼭 필요한 내용이 없다. 민원인, 국민에 대한 호칭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민원행정서비스헌장에서 국민을 고객이라 한다면 '고객님'이라 부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간혹 공무원과 민원인 사이에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줌마, 아저씨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호칭이 없어 감정이 대립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라는 단어가 왠지 어색하다는 생각이다. 국민이 대한민국 정부의 고객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고객이란 영업을 하는 사람에게 대상자로 찾아오는 사람을 말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고객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공무원이 국민을 어떻게 불러야 할 지 호칭의 문제를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부터 찾아보자. 참여마당 신문고에는 '고객센터'가 있다. 즉, 대한민국 정부인 청와대는 기업이고, 국민은 고객이라는 말이다. 청와대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가 되어야 한다.
 
민원이란 국민이 행정 기관에 대하여 어떤 행정 처리를 요구하는 일이다. 민원을 요구하는 사람이 민원인이다. 민원인은 행정 기관에 따라 국민, 도민, 시민이 되며 국정, 도정, 시정의 주인이 된다. 그렇다면 국민은 고객이 아니다. 고객이란 나그네를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서비스헌장에서 '도민, 시민이 주인임을 인식하고 정책의 결정ㆍ집행ㆍ환류 과정에서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은 수정되어야 한다. 고객이 아닌 시민, 도민이 되어야 한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고객으로 표현하는 '민원행정서비스헌장운영규정'으로 공무원이 친절에 익숙할 리 없다.
 
기업정신으로 국민에게 서비스하겠다는 의미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나 국민을 기업의 고객으로 비유한다면 곤란하다. 공무원과 국민의 위치가 변질되는 것이다. 공무원에게서 고압적인 이미지를 느끼기도 하고,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것도 국민을 나그네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을 주인으로 대하기 위해서는 객(客)이 아닌 빈(賓)이 되어야 한다. 손이란 주인을 찾아온 사람이다. 청와대를, 행정자치부를, 도청을 찾는 사람은 관청의 관리인을 찾아온 사람이다. 손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손님'이다.
 
학문과 덕이 높고 행실이 바르며 품위를 갖춘 사람, 군자가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손님'이다. 손님이란 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군자가 되어야만 하니, 친절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정부기관을 찾아온 사람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조차 규정되지 않은 '민원행정서비스헌장'은 하루 속히 수정되어야 한다.

<ecw100@ecw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