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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근본대책은 살맛나는 세상 만드는 것"

홍석희 기자 기자  2006.06.08 17: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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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3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상징인 '새로마지 플랜 2010'이 나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말 그대로 행복한 출산과 노후를 새롭게 맞이하자는 것으로 부르기 쉽게 고쳐서 내놓은 브랜드명"이라고 설명했다.

이 플랜에 의하면 중산층까지 보육 및 교육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다자녀 가정에 유리하도록 세제 및 주택청약제 개편을 실시해 출산가정에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육아 휴직 급여 인상, 배우자 출산 휴가제 도입 등 맞벌이 가정을 위한 정책들도 마련됐다.

그러나 이번 '새로마지 플랜2010'은 이미 지난해의 '희망한국21'의 저출산 종합대책과 크게 발전된 것이 없어 급조됐다는 느낌마저 들고있다. 지난해의 저출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출산율이 급락한 것은 결국 이번에 마련된 새 플랜에 대한 효과성에 대해서도 역시 의구심이 들지 않을수 없다.

게다가 아동수당제라든지 민간보육시설 및 사설유치원에 대한 보조금 지급방안도 빠져버린 상태여서 속빈 강정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부의 새이름이다. 또 HR팀은 인사팀의 새이름이다. HR팀은 human resources, 즉 인간 자원을 관리하는 팀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인간자원관리팀. 자연을 자원으로, 바다를 자원의 보고라고 배운 우리들에게 사람 역시 자원의 한 종류로 취급하는 이런 단어들에 거부감은 없다.

조금은 거리가 있을지 모르나 한국 사회의 저출산의 원인을 나는 짜증나게 친숙한 이들 단어들에서 찾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을 보는 기본 시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인적자원부라는 거부감 드는 이름으로 개칭됐고 언제부터 기업들의 인사팀은 인간자원관리팀으로 바뀌었는지….

인간의 가치를 시장에서 거래되는 1노동일로 바꾸는데 거부감 없는 언론인들의 입에서 당장 현실의 출산율 저하는 당연히 미래의 노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으로 밖에 읽힐 수 없을 것이다.

출산율 저하가 초래할 가장 큰 문제가 노동력 수급 차질이라면 답은 간단하다. 값싼 동남아 노동력을 대량으로 수입하면 될 것이다. 1인의 가치가 일개의 자원인 바에야 수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이럴 경우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원가절감, 양육비 걱정, 더불어 교육비 걱정까지 해결될 일이다.

처절하게 계산적으로 들어가보자. 내가 낳을 아이가 가질 사회적 의미값이 일개 자원으로 환산되는 사회에서 자녀 양육을 위해 투입된 나의 희생은 제 가격을 받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제 값을 받지 못할 상품은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군다나 자식을 생산하는 데 있어 투여될 무궁한 노력을 감안한다면 인풋 대비 아웃 풋이 너무 적다.

견적 안나오는 장사에 뛰어들 멍청이(?)들은 많지 않다. 이런 생각들은 일각에서 말하듯, 개인주의 풍조의 만연이라거나 지나치게 자유로운 젊은이들의 세태라고 비난할 수 없다. 합리성에 기반한 계산, 수치화에 능숙하게 자식들을 길러낸 현 기성세대들의 작품들이 바로 젊은이들이다.

저출산은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 아니라는 시대의 바로미터이다. 통계청은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교육수준 향상, 그리고 자녀 양육비 부담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런 원인들이 오늘 출산율 1.08명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끌어낸 직접적 원인이기는 하다. 허나 보다 근원적인 출산율 저하의 배경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한국의 현실을 ‘살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자신을 닮은 또 하나의 개체로 하여금 살만한 곳이 못되는 곳에 태어나게 한다는 것 자체는 크게 죄스러운 일이다.

출산율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 여성의 만혼, 양육비 부담 때문이었다면 포괄적 배경은 ‘이시대가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라는 개개인의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개개의 판단들은 단 한 번도 모여서 토의 된 적이 없지만 사적 영역에서 광범하게 공모되고 있었다.

'개인의 가치가 우주와 맞먹는다'는 말에 콧방귀가 나온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별로 공감대를 끌어낼 수 없다. 개인의 평가는 그 사람의 연봉, 시장적 가치, 산출해 낼 수 있는 현금력에 따른다.

수치화 되지 못하는 가치는 사장된다. 이런 논리들 앞에서 '평가에 사용된 수치'는 평가에 따를 수 있는 분규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최후 수단일 뿐이라고 강변하기는 쉽지 않다.

출산율 장려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작년 한해,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출산율 1.16명에서 1.08명으로 큰 폭으로 떨어져 버렸다.

몇 년 전 한국을 떠나고 싶은가라는 설문조사에서 다수가 여건만 된다면 이민을 희망한다고 답했었다.

단기적으로 출산 장려 정책이 필요함에 동의한다. 임신 육아비 지원과 아이 기르는 데 불편함이 없게끔 도와야 한다.

하지만 장기 해결책은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람이 살만한 곳, 개개인의 가치가 우주와도 같을 만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