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문화에서도 일본과는 이질적인 면이 다반사다. 사실상 정반대가 더 많을 정도다. 여기서 한·일간 문화의 차이가 많이 나는 예를 더 들어보자. 문화의 차이를 짚어보면 근래의 문화에서 한·일 양국 국민들의 특색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한국인은 친절하고 정이 많고 예의가 바르다. 특히 웃어른에 대한 예절은 대단하다. 어른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을 받을 때 두 손으로 받으며 자기 부모님께 꼭 경어를 쓴다.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계산을 할 때도 서로 내려는 작은 경쟁을 벌인다.
한·일 근래 문화 서로 반대가 대부분
이에 비해 일본인은 대체로 이와 반대거나 대부분 그렇지 않다. 그들은 윗사람 앞에서도 가리지 않고 담배를 막 피운다.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대부분 각자 부담으로 한다.
또 윗사람한테도 경어를 써서 특별히 높이지는 않는다. 특히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한국에서는 자기 부모, 직장 상사, 윗사람을 거의 항상 높이지만 일본에서는 대부분 높이지 않는다.
이를 종합하면 한국인은 예절바르고 정이 많고 일본인은 되레 개인주의 부분이 많다. 그러나 공공 및 교통질서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한국은 방향지시등은 물론이고 차선, 신호무시가 다반사다. 반면 일본은 교통질서를 비교적 잘 지키는 편이다.
따라서 한국인은 어떤 특정한 사람, 또는 소집단 속에서 착하고 예절이 바르다. 좀 더 큰 집단, 즉 불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대집단 속에서는 개인주의적 면이 속속 나타난다.
한국 소집단적 일본은 대집단적
일본인은 이에 비해 소집단 속에서는 개인주의 면이 나타나나, 대집단 속에서는 질서를 잘 지키고 예절도 바르다는 것이 특색이다. 결국 한국인은 소집단적이고, 일본인은 대집단적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전체 국민성에 가까운 특성이지만 순수 문화면에서의 반대가 되는 일예는 엄청 많다. 그 예를 들어 보자.
일상생활면에서 자동차 통행은 한국은 우측, 일본은 좌측이다. 요리의 경우는 한국이 비교적 맵고 짠 반면 일본은 단 것이 많은 편이다.
식사 할 때 밥그릇과 국그릇을 한국은 그냥 상에 둔 채 먹는 편이지만, 일본은 거의가 들고 먹는다. 그래서 일제 그릇은 가볍다. 거의 나무나 플라스틱이다.
밥과 국의 위치도 정반대다. 한국은 밥이 오른쪽이고 국은 왼쪽인데, 일본은 그 반대이다.
숟가락과 젓가락의 경우 한국은 거의 항상 쓰며 젓가락은 대부분 금속제다. 반면 일본은 보통 젓가락만 사용하며 대부분이 나무로 돼 있다.
먹거리 중 카레라이스의 경우 한국은 비벼서 또는 썩어 먹지만 일본은 거의 비벼서는 먹지 않는다. 식당 등 음식점에서 식사할 때 한국은 거의 소리를 내지 않지만 일본은 꽤 큰 소리를 내며 떠들썩하며 먹는다.
우선순위 한국 가까운 것 일본은 먼 것
언어 속에서 서로 정반대되는 현상도 무수히 많다. 한국이 ‘오는 것’과 ‘가까이 있는 것’을 먼저 언어화하고, ‘가는 것’, ‘먼 데 것’을 나중에 쓰는 경향이 강한데 비해 일본은 사실상 그 반대이다.
그 예로 왔다갔다(한)-갔다왔다(일), 이것저것(한)-저것이것(일), 이리저리(한)-저리이리(일), 흑백(한)-백흑(일), 갈아타다(한)-타갈다(일)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언어도 문화의 일종이다. 문화는 역사에 따라 변한다. 언어도 역시 마찬가지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것’, ‘옛날부터 있었던 것’들이 문화에 묻혀 생각보다도 쉽게 변해간다.
그리고 그것이 그 당시 그 시절에 의연 중 ‘상식’이 돼 버린다. 그 ‘상식’은 당시의 생활문화라고 봐도 된다.
한·일간 언어의 정반대 현상도 역사에 따라 현실에 맞게 변화해 오다 지금은 ‘상식’이 된 것은 아닐까. 한·일간 소·대집단적인 국민성에서도 문화의 차이가 서로 이질적이듯이 언어에서도 확연히 들어난다.
일본인 그들만의 문화는 우리가 보기엔 너무 판이하게 다르다. 이를 일단 그들의‘아집’이라고 해두자.
그 ‘아집’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고선 그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일본을 뛰어넘어 이기겠다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극일(克日)은 문화에서만이 아니다. 경제ㆍ사회ㆍ역사 등에서도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알고 대처해야 승산이 있다.
박기웅 편집데스크 pgw@newspri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