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동가(오륜스님), 그림= 김진두
1968년 청계천 5가 평화약국
2층, 3층 오아시스레코드 본사 사무실에 전속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30대의 중반으로서 신인가수 송대관의‘인정많은 아저씨’와 최동길의
‘밤열차’ 등으로 방송활동에 분주하다.
지난해 작곡가 백영호 선생님
곁에서 작은 선생님으로 있으면서 작고한 가수 배호와 이미자씨를 연습시키면서 터득한 경험으로 가수 지망생 6명을 발성에서부터 발음, 감정, 기교
등을 레슨하기에 하루의 해가 저물면 등을 밝히고 또 연습에 여념이 없다.
금방이라도 첫눈이 내릴 것 같은
11월 중순 레코딩 준비에 한창인 제자 연홍이가 다가와 “선생님 제 친구가 구경 왔는데 소개해 드릴께요. 서로 인사하세요.”하고는 통성명을
시키는 것이다.
난감하고 당황스러워 하고 있는데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상명여대 2학년 연XX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고는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 피아노늘 치며 레슨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시간이 흐른 뒤 레슨이 끝나고
연홍이와 그녀가 남아 있어서 “연홍아, 시간이 있으면 바로 앞 평화시장 1층에 내 친구가 메리야스 도매가게를 개업하는데 친구랑 같이가자.” 하고
했더니 “선생님 저는 오늘 친구랑 약속이 있으니 XX이랑 같이 가도록 하세요.” 하고는 “XX아 안녕. 내일 연락할 게.” 하며 황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녀를
데리고 가다가 구멍가게 앞에서 5000원권 한 장을 뒷 주머니에서 꺼내 그녀에게 주면서 “미스연, 개업 집에 갈 선물을 준비해야지요.”
했다.
잠시 후, 하이타이, 초,
성냥, 퐁퐁 등 혼자서 들 수 없을 정도의 물건을 들고서는 “죄송해요. 제 돈을 보태어 샀어요.”
기가찼다. 당시의
화폐가치는 오천원권이 최고로 큰 돈이였고 구멍가게에서 만원 어치나 물건을 구입하는 손님이 흔하지 않을 때이니 기가차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둘이서 낑낑거리며 쌍방울
대리점으로 가니 복잡하지는 않고 일부 손님은 빠져 나가 친구 부모님과 몇몇 손님이 놀랜 눈으로 “웬 것을 이렇게나 많이...” 하고는 앉아서
떡을 먹어라, 콜라를 마셔라, 막걸리를 한잔해라며 서비스가 정신이 없다.
잠시 있다가 시간을 보니 일곱시
반이 다가온다.
종로 2가
라틴커터.
제1부 쇼가 끝나는 시간이
일곱시. 2부부터는 김동가 악단이 화려한 무대를 꾸민다. 유명 연예인이 총출연하고 당시의 인기 코메디언 백남봉씨가 진행을 맡아 50분간 쓰리
스테이지가 남은 것이다.
분장실에서 정신 없이 의상을
갈아입고 “미스연 시간이 있으면 구경이나 하고 가요. 대학생들도 부담스러워 잘 오지도 않고 구경하기는 쉽지가 않을꺼요.” 했더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쾌히 승낙을 한다.
13인조의 당시 서울에서 A급에
속하는 무대. A급 가수가 6명, A급 영화배우가 3명, A급 코메디언 2명, B급 가수가 5명... 장안에서는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카바레식 전문유흥 음식점 실내의 평수가 300평이 넘는 곳이다.
처음으로 구경하는 사람은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화려하고 휘황찬란하여 넉을 잃을 수 밖에 없는데 대학생 신분으로 더구나 아가씨 신분으로는 과분한 구경이라고 할
수밖에....
단원들은 하얀색으로 된 정장을
입고 단장인 지휘자는 빨간색 정장을 입고는 2부 아다마 네 번째 백설희씨의 ‘아메리카 차이나타운’이 끝나고 이어서 영화배우 박노식씨의 ‘맨발로
뛰어라’ 가 나온다.
악단장의 유능한 폼, 환호성을
지르며 앵콜을 소리지르는 관중, 분주한 웨이터, 흥겹게 춤을 추는 손님들, 그리고 무희들 한쪽 구석진자리 악단들의 자리에서 과일 안주 하나와
오징어 한 마리에 맥주 세 병과 사이다 한 병을 놓고 혼자서 따라 마시는 그녀.
쓸쓸한 옆모습이 매력적이어서
그런지 옆에 와서 추근되는 손님이 몇몇이 눈에 들어오고 가끔씩 웨이터 녀석들이 그녀 곁에 다가갔다가 돌아가곤 한다.
‘아마도 혼자 있는 아가씨한테
호기심이 발동하여 같이 춤을 한 곡 추자느니 술을 같이 하자느니 하나보다.’ 하고 느끼면서 마지막 순서 가수 장미화양의 히트송 ‘안녕하세요.’
가 끝난다.
이어 코메디언 남철, 남성남씨의
무대를 마치고 20분간 쉬는시간에 악단들은 하나 둘 무대를 내려오고 악단장은 다음 스테이지 준비하느라고 섹스폰 강순태와 악보를 챙겨 멤버들의
보면대에다 차례차례 놓고는 내려와 그녀 곁에 앉는다.
“순태야, 인사해라. 내 제자의
친군데 내 따라와서 구경하러 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섹스폰 불던 강순태입니다.”
“안녕하세요. 연XX
예요. 섹스폰 잘 들었어요.”
“부끄럽습니다. 미인에게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은데요. 형님 오늘 술값은 내 앞으로 하니 사양 마십시오.”
“자, 미스연 내 술 한잔
받으세요.”
“아니, 저는 술을 많이
못하는데....”
“조금만 드릴께요.
자....”
“형님 우리 같이 건배하고 나는
안에 들어갔다가 드럼한테 순서 이야기하고 올라 갈께요. 시간 다 되었어요.”
“그래 자, 미스연, 같이
듭시다.” 배 한조각을 집어들고 “김선생님, 멋져 보여요. 이거 드세요.”
“아이구, 이런 황송할
때가... 고맙습니다.”
“아니 미스연, 이렇게 시간이
늦어도 집에는 괜찮아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