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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그룹 IR 소액주주 개보듯’

이철원 기자 기자  2005.10.30 07: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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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들의 3분기 실적발표를 겸한 IR (기업설명회) 이 한창인 가운데 기업체 IR 담당자들이 투자자를 대할 때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반 투자자들을 ‘지나가는 개쯤으로 여긴다’ 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IR시간만 잘 넘기면 된다’ 는 그릇된 인식이 습관처럼 굳어지면서 IR은 증권 및 투자회사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만을 위한 행사로 왜곡되고 있다.

단연 눈길을 끈 것은 ‘그들만의 리그’ 로 끝난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의 IR현장.  현대하이스코와 INI스틸은 백미(?)중의 백미였다.

INI스틸은 28일 3분기 경영실적 기업설명회를 충남 당진공장에서 가졌다. 60여명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초청, 공장견학과 입지여건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한 의도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일반인들은 참석할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실시한 것도 모자라 초청대상의 범위를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 한정했다.

현대하이스코는 IR장소를 여의도로 정하긴 했지만 큐앤에이(질의응답) 시간을 지나치게 짧게 해 참석자의 질의를 봉쇄했다. 사전에 짜놓은 듯 몇 명에게만 마이크가 주어졌다.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은 “궁금한 것이 있다면 전자메일로 물어보라”며 서둘러 단상을 내려왔다.

IR실무를 담당한 한 간부는 기자가 명함을 건네며 명함을 요청하자 다 떨어졌다며 피했다. 연락처와 이름을 묻자 홍보팀을 찾으라고 거부했다.

“궁금한 것은 메일로 문의하라”는 부회장 답변도 모자라 이 관계자는 이번에는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꽁무니를 뺏다. 기자에게 이런 데 하물며 일반 투자자들에게야 말해 무엇할까.

IR담당자의 눈이 일반 투자자는 보이지 않고 오직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만 볼 줄 아는 색맹이라면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증권사 고객은 다름아닌 일반투자자들이다. IR초청대상인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IR정보를 정리, 가공해 다음날 고객들에게 투자정보(리서치자료)로 내놓는다. 이런 점을 모를리 없는 IR담당의 생각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취재전화 마저 못받겠다면 IR은 무엇 때문에 하는 지 궁금하다.  IR담당의 비뚤어진 인식으로 IR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