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사전심사청구제 적극 활용 바람직

[공정위 실무국장 릴레이 기고] 6. 김상준 심판관리관

프라임경제 기자  2005.10.28 14:46:11

기사프린트

   
경쟁법의 해석과 적용은 세계적으로 매우 어렵고 복잡한 분야로 간주된다. 현대경제학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을 분점할 경우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반경쟁적 행태가 나타나기 쉬워서 이같이 상충하는 두 가지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 경쟁당국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경쟁법이 100년이상 발전돼온 미국에서도 경쟁법 해석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시대에 따라 상당수 변경돼 온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은 급변하는 경제현실을 규율하는 경쟁법의 집행과 관련한 것이어서 판단자의 가치관이나 시대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어떤 결정을 할 때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는 이같은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사전심사청구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자가 구체적인 사업행위를 시행하기 전에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 여부에 관한 심사를 공정위에 청구하면 30일 이내에 서면으로 회답하는 제도다.

적법하다고 회답한 경우 동일한 행위에 대해 사후에 처벌할 수 없는 행정법상 확약의 효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질의․회신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총 31건이 청구돼 심사중인 3건을 제외한 28건이 처리 완료됐다. 적법하다고 처리된 건이 16건이다.

사전심사 청구가 들어온 사례를 살펴보면, 00복권 동영상 광고에서 ‘00을 통해 평범한 가장과 여성들이 생활 속의 즐거움을 찾는다’는 표현이 과장광고로 표시광고법에 위반되는지를 물은 데 대해서는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허용한다는 답이 통보됐다.

일부는 허용되고 일부는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주의 시장점유율이 취약한 지역에서 음식점 손님에게 우리 소주를 마시도록 권유하고 무료로 제공하는 등 판촉활동이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되는지”를 물은 경우가 그렇다.

“청구인 직원들이 원하는 고객에게 무료로 소주 1병씩 제공하는 판촉행사는 판촉기간이 3개월 이내 기간에 한해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소비자들의 경쟁사업자 제품 구매를 방해하지 않을 경우”엔 허용된다.

그러나 “자사 소주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손님에게 자사 소주를 무료로 제공할 경우, 무료로 제공한 수량에 대하여 병당 3,000원씩 음식점에 보상 지급하는 행사나, 음식점 종업원에게 자사 소주의 홍보를 유도하기 위하여 종업원들이 손님들에게 자사 소주를 홍보하여 판매할 경우, 병당 200~300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행사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된다.”는 구체적인 답변이 나갔다.

사업자들은 회답 결과에 따라 사업 활동을 적법한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어서 사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게 됐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해 법을 어기는 사례를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소비자나 다른 사업자의 피해를 줄이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미국은 1968년부터, 일본은 2001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지난해 기업들의 참여 실적이 각각 1건, 4건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국내에서 이 제도가 얼마나 빠르게 정착되는지 알 수 있다.

공정위는 회답기간을 초기 평균 30일에서 22일로 단축하는 등 기업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 이 제도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방침이다. 공정거래법을 몰라서 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기업들이 사전심사청구제를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