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산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미국, 이달들어 각종 지표가 잇따라 악화되면서 경기침체(recession)로 접어드나 일시적 후퇴(soft patch)로 그칠 것인가.
이달들어 속속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돌출하고 있다. 월가의 대체적인 시각은 “아직은 괜찮다 ”이다. 금리인상만 멈춰도 지표악화는 막을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미국경제는 튼튼하다고 믿는 분석가들도 많다.
그러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달들어 일시적 불황 내지는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리세션(recession)’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달에 발표된 주요 미래 경제활동지표들이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한 것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의 후폭풍 때문이라는 데에 월가의 의견은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분석가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경제지표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내다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실업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등 제반지표 악화
우선 월초부터 발표된 일련의 경제지표들을 되짚어 보면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농업 이외 부문의 취업자수가 8월보다 3만5000명 줄어들어 2년여만에 첫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위안거리라면 월가 예상치보다 15만명보다 대폭 줄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업률은 5.1%대로 올라서 8월 4.9%로 4년만에 4%대로 내려갔던 실업률이 한달만에 다시 5%대로 원위치해버렸다.
14일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10월 소비자신뢰지수도 월가 전망의 80에 비해 훨씬 낮고 전월의 76.9보다 낮은 75.4를 기록, 소비로 굴러가는 미국경제에 암울한 전망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같은날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CPI)역시 월가예상치 0.9% 보다 높은 1.2%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 CPI가 월가예상치인 0.2%보다 낮은 0.1% 증가에 그쳤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했다.
20일에는 컨퍼런스보드가 9월 경기선행지수를 발표했는데 이 지표도 0.7% 하락, 월가의 0.5% 하락 예상치보다 나빴다.
이날 투자자들은 산타랠리는 물론 내년 경기전망에까지 회의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경기선행지수는 7월과 8월에도 0.1%씩 하락한데 이어 하락폭을 확대한 것으로 2001년 침체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떨어진 것이어서 충격이 컸으며 결국 미 3대지수는 모두 1~1.5% 급락했다.
경기선행지수 3개월 연속 하락 불황임박 신호 해석도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하락했다는 것에 대해 당시 외신은 “경험칙에 의하면 이는 불황이 임박했음을 나타내주는 신호”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어떤 분석가는 3개월 연속 하락은 단지 성장속도의 완화를 나타내주는 반짝 신호라고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또 프라이빗 컨설팅사인 글로벌 인사이트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나리만 베라베시씨는 “미국경제가 카트리나로 인해 충격은 받았지만 이것이 경기침체의 조기 서곡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고 말해 아직까지는 월가의 견해가 경기침체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퍼런스 보드가 25일 발표한 10월 소비자신뢰지수마저 월가 예상치인 88보다 더 낮은 85를 기록했다. 이는 9월의 86.6보다도 악화된 수치다. 휴가철 쇼핑시즌을 단지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의 예상외로 악회된 지표는 월가에 산타랠리에 대한 본격적인 의구심을 일으켰다.
이날 워초비아 시큐리티의 수석 투자전략가 로드 스미스씨는 “핵심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낮은 채로 있기 때문에 FRB가 금리인상을 중단해야할지, 아니면 핵심인플레가 그러한 고려에 포함될수 없을 것인지가 논란거리”라고 말해 이날 소비자신뢰지수의 하락 영향이 꽤 컸음을 나타내줬다.
전날인 27일에도 경제지표 악화소식은 이어졌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9월 내구재 주문이 월가 예상치인 1.5%보다 더 큰 폭인 2.1%나 줄어들었다. 이 수치가 나빠졌다는 것은 소비뿐만 아니라 제조 부문도 침체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이미 침체하고 있는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신호여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미증시는 나스닥이 2% 가까이 급락한 것을 비롯 3대지수 모두 크게 하락했고 10년만기 미재무부 국채가격은 올랐다. 제조업 침체는 FRB로 하여금 금리인상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제조업지수 생산자물가지수는 호조 위안
이달들어 발표한 경제지표중 좋았던 지표는 지난 3일 공급관리자협회(ISM)가 협회가 발표한 9월 제조업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 정도다.
9월 제조업지수는 8월의 62.5보다 훨씬 높은 78로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자들은 이 지표의 급등을 금리인상의 명분으로만 해석, 매물을 내놓음으로써 미증시는 하락했다.
결론적으로 이달들어 발표된 경제지표중 미국 증시에 우호적인 지표보다는 부정적인 지표가 훨씬 많았다. 이에 따라 미증시는 지지선의 지지력이 약해져 가고 있는 상태로 지금보다 더 하락한다면 투자자들의 지갑을 얇게함은 물론 경기침체에 대한 본격적인 우려가 대두될 가능성마저 있다.
현재 월가의 많은 분석가들은 허리케인들로 인해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1%P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FRB 신임의장으로 지명된 벤 버난케는 “허리케인들에 의해 촉발된 침체는 일시적인 것이라면서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기부문 제외 내구재는 여전히 나쁘지않아
대신증권의 나중혁 연구원은 “10월 내구재 주문이 줄어든 것은 항공기분야의 주문이 41.6%나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원래 항공기분야는 급등락이 심해서 큰 의미는 둘 필요가 없다”면서 “카트리나로 인해 지표가 나빠졌지만 복구작업의 영향이 나타나는 시기부터는 경기지표가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나연구원은 최근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부문의 침체가 아직 없는데다 OECD가 내년도 미국 GDP전망을 3.3%에서 3.5%로 최근 0.2%p 올림으로써 미국증시의 유연성을 반증해주는 것등을 감안할 때 지금의 현상은 경기침체보다는 일시적 후퇴라고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나연구원은 다만 미국증시가 최근 침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금리인상 자체가 증시에 악재가 되기 때문으로 금리는 내년까지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증시는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각종지표는 많이 악화됐지만 최근의 미국 경제지표 악화를 허리케인탓으로 돌리는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멋지게 맞아들어 11월부터는 겨울 휴가특수가 올해도 나타나면서 산타랠리가 이어질지 아니면 다음달에도 경기선행지수나 소비자신뢰지수가 계속 하락하면서 깊은 침체의 골로 빠져들지 수주내에 판가름 날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경제는 기로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