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한국시장 철수’라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협박으로 인해 물의를 빚고 있다.
MS는 28일(미국 현지시간 27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를 통해 한국 공정위가 지난 7월 이후 청문회를 진행, 윈도에 윈도미디어와 메신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며 한국시장에서 윈도사업을 철수시키거나 새 윈도 버전 출시를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본사의 입장과는 달리 한국MS는 한국시장에 10억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진 만큼 한국시장 철수나 새로운 버전 지연출시 등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한국MS는 최근 한국시장에서 모바일ㆍ게임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이미 세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본사의 확인이 되는데로 공식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러한 한국MS의 관측에 따라 미국 본사가 한국 공정위에 압력수단으로 한국시장 철수라는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지적이다.
◆5년를 끌어온 공정위 심의
지난 2001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국내 컴퓨터 운영체제의 시장점유율 1위인 MS가 윈도에 메신저를 끼워파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제소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재판부에 해당하는 전원회의를 개최해 MS의 메신저와 미디어플레이어 끼워팔기에 대한 심의한 바 있다.
이러한 공정위의 심의는 디지털 제품의 융화·복합화가 추세인 IT산업을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첫 사례로, 향후 IT분야의 분쟁에서 공정위의 판단 잣대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MS 입장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로 결론이 날 경우 거액의 민사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데다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은 소송에 휩싸일 수 있어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MS가 미국의 간판 대기업이라는 점, 리얼네트워크가 유럽, 한국에 이어 다른 나라에서도 MS를 제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세계 IT업계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004년 MS를 상대로 100억원대의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메신저 끼워팔기가 위법으로 판명되면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 제작업체들도 똑같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MS, 컨버전스가 심의대상
MS측 논리는 여러 프로그램이 하나의 운영체제(OS)로 통합되는 것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흐름이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기술 발달로 카메라 기능까지 추가되면 카메라 제조업체가 휴대전화 제조업체를 제소할 수 있는지,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이치다.
또 MS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소한 메신저는 윈도메신저이며 현재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메신저는 내려받기를 해야 하는 MSN메신저라고 강조한다.
미국정부도 지난 2001년 11월 MS의 익스플로러 끼워팔기에 대해 바탕화면에 익스플로러 설치 금지,MS 운영체제 정보 공유, 경쟁사가 호환 가능한 소프트웨에 개발 지원 등의 명령을 내려 MS측 입장을 대거 반영한 바 있어 자칫 통상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다.
◆공정위 입장도 ‘난처’
공정위의 전원회의는 보통 당일에 결론이 나거나 연기되더라도 두차례 정도 심판하는 것이 관례인데 MS건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심의가 개최되고 있다.
강철규 위원장도 심의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밝힌 바 있어 미국의 통상압력에 눈치를 봐야하는 공정위는 난처하다.
업계 관측은 MS의 무협의처분은 희박하고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도 동반될 전망이라는 것.
시정명령에 있어서는 ▲윈도에 메신저와 미디어플레이어를 분리해서 팔도록 하는 조치 ▲메신저와 미디어플레이어가 갖춰진 윈도와 그렇지 않은 윈도를 출시해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하는 방법 ▲해당 프로그램은 그대로 두되, 윈도 초기화면에 아이콘이 뜨지 않도록 하고 경쟁업체들과 윈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라는 등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