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설이 다시 불거졌다. 국내 방위산업계 수출 규모가 확대되자, 방산 공룡기업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유력한 인수 대상자로는 한화와 LIG넥스원이 꼽힌다. 두 회사 중 한 곳이 KAI를 품에 안게 되면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어서다. 양사 모두 인수를 위한 밑 작업을 그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는 항공우주 산업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방산부문을 항공기엔진 제작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통합한 것과 아울러 누리호 고도화 사업기술이전 대상자에 선정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고도화 사업기술이전 대상자에 선정됐다. 사진은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 연합뉴스
나아가 한화는 지난 1월 KF-21의 설계·양산·시험을 총괄한 류광수 전 KAI 부사장을 영입했다. 최근에도 KAI의 주요 인력들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화의 KAI 인수설이 지속해서 돌고 있다. 업계는 한화의 종합방산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KAI 인수를 꼽고 있다.
LIG넥스원도 우주항공 시장 개척에 나선 모습이다. LIG넥스원은 2035년까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사업과 초소형 위성 사업에 총 3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정부사업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LIG넥스원은 미사일 관련 사업 외에 △GPS 재밍대응 기술 △항법신호 생성·운용 기술 △위성통신 기술 △항법신호 송수신 기술 등 위성항법과 위성통신 관련 기술을 꾸준히 연구 개발해왔다. KAI를 인수하게 된다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화와 LIG넥스원이 KAI의 유력한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에 LIG넥스원이 KAI 인수를 위해 단독 인수나 컨소시엄 구성 등 다각도로 KAI 인수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제기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은 규모가 중요한 산업인 만큼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된다"며 "미국 록히드마틴도 이러한 방법을 통해 성장한 만큼 KAI의 민영화 논의가 적극적으로 개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가 KAI를 인수하게 되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며 "LIG넥스원도 기존 주력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검토한 바 없다" vs "가능성 배제 못해"
그러나 당사자인 한화와 LIG넥스원은 KAI 인수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KAI의 최대주주(지분 26.41%) 한국수출입은행도 매각설을 부인했다. 지난해 10월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KAI 지분 매각을 진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인수설이 제기되는 이유는 KAI의 지분 매각에 대한 경험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KAI는 2016년까지 총 5번 지분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KAI를 대한항공이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제기됐을 때 당시 최대주주로 있던 산업은행과 KAI는 대한항공과의 접촉을 부인했다. 하지만 실제로 매각 논의가 진행됐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 정부 기조도 KAI 매각설에 무게를 싣는다. 정부가 부실기업의 자산 매각을 독려하면서 산업은행 관리 체제 있던 기업들의 민영화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경기 부진과 자금 수요 증가에 따라 수출입은행도 자금 소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KAI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쉽사리 매각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KAI 매각이 진행된다면 기술 개발 차질은 물론 본사 이전과 더불어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을 염려하고 있다. 본사 이전은 곧 사천 우주항공청 위상 약화와 지역사회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곽상훈 KAI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KAI 매각에 대한 논의는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수십 년간 진행됐던 사항이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지켜봤을 때 매각 공고 시점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LIG넥스원 인수설도 원론적인 얘기만 오갔다고 하지만 실제 내부 반응은 알 수 없다"며 "한화와 LIG넥스원의 인사 이동만으로도 매각 방향에 대한 의견이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