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논란이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시달리는 평범한 민초들에게 전문적 검증이 된 것처럼 코로나와 불가리스 사이의 효과 상관관계를 과장한 발표가 있었던 것.
과장광고로 당국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이 빗발쳤고, 심지어 회사 차원에서 주가 관련 이벤트를 고려해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 바 있다.
상표법상 문제가 있는 불가리스를 차제에 아예 등록을 말소,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는 소송·특허 부문 전문가들의 의견마저 대두되고 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왜 이렇게 분노할까? 불가리스 그리고 그 뒤의 남양에서 둔 무리수가 지나쳤기 때문에,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필귀정 요청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불가리스는 사실 동유럽의 한 국가를 연상케 하지만 큰 관련성은 없다.
한때 남양은 불가리아 로케 광고를 통해 "이브지옵프(불가리아어로 '좋다'는 뜻)!" 영상 광고를 하기도 했고 아직 이를 기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만 "그게 불가리아와 불가리스의 궁색한 인연의 사실상 전부"라는 것이 한 광고 관계자의 평가다.
불가리스를 먼저 시장에 진입시킨 남양은 심지어, 불가리아 국영기업과 제휴해 우수 종균을 들여와 액상발효유 제품을 생산하기로 한 동종업계 회사의 앞길을 막기도 했다.
이른바 '불가리아 사건' 혹은 '도마슈노 사건'으로 불리는 이 케이스는, 남양 측이 매일유업의 불가리아 제품 판매에 법적 공격을 가하면서 시작됐다. 2005년 특허법원에서는 남양의 주장을 인정해 줬고, 이후 서울고등법원에서도 2006년 남양이 이겼다.
매일유업에서는 대법원행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당시 대한민국 주재 불가리아 대사관에서도 이 문제를 주시했다. 당시 대사가 직접 나서서 우려의 뜻을 표하면서 매일유업은 한 가닥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너무 긴 공방전에 실익이 없다는 현실론 때문에 매일 측은 결국 피눈물을 흘리며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같이 볼 사안이 하나 있다. 그저 상도의에서 벗어난 남양이라고 위 문제를 볼 게 아니고, 남양이 지나친 문제를 일으켜 자승자박을 한 것이라는 추가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른바 SPC 상표권 배임 논쟁으로, 이 기업집단은 삼립(005610) 등 전통의 제빵 및 유사 관련 업태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너 일가의 전횡으로 소속 기업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케 했다는 고발이 제기돼 수사 및 재판이 이뤄졌던 것.
즉 오너 일가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불필요하게 상표권을 어느 업체에 재산으로 잡아주고, 여기에 상표 사용료를 몰아줬으니 회사 측에 오너 일가가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고 이는 형사법적 체계에서는 배임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였다.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전 끝에 결국 행운의 여신은 검찰이 아닌 피고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연구개발 등에서 오너 일가 소유 회사의 이익을 챙겨줄 수도 있다는 게 논리의 핵심이 아니고, 부단한 연구개발을 위해 적절한 행보나 여러 가지 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높다는 기업의 사회적 및 경제적 책임이 전제로 인정된 판결이었다는 풀이가 유력하다.
그 일련 과정상에서 연구에 매진한 혹은 마케팅 전략상 유능한 무기를 가진 게 계열사가 아니라 오너 일가의 보유 회사라 손치더라도 그 거래는 처단이 아니라 장려할 수 있다는 특수 인정 논리라는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남양 측은 매일을 저렇듯 집요하게 공격할 때 이미 스스로 무덤을 팠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소리가 나온다. 한 변리사는 저런 일련의 상황을 거론하면서 문제가 많고, 부정한 상표를 취득하고 유지한 것이므로 이제라도 상품 생산을 못 하도록 엄히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 법조인은 상황을 들어본 다음, "남양이 그렇게 소송을 진행하고 또 승소해 지금까지 경쟁 회사의 (불가리아라는 경쟁 상품의) 이름 사용을 막은 이익을 직간접적으로 획득했다면, 해당 국가 국영기업에서 우수한 종균을 직접 들여오는 이상의 노력을 스스로 담보한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런 연구개발비 지출 의무를 그 다음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일종의 배임 성립이 될까? 이에 대해서 "그건 좀 어렵다"는 보수적인 해석을 제시한 변호사 의견이 있었다.
한 식품업계 근무자는 "연구개발 의무가 발생하고, 또 그 돈을 (얼마인지 특정은 어려워도) 연구개발비에 실제로 안 썼고 이게 간접적으로 잉여 이익으로 오너 일가에 배당 등으로 갔다는 것인데, 말은 옳지만 업계 특성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우려를 표했다.
식품 분야는 대체로 더 이상의 R&D가 추가될 게 거의 없어서, 연구개발비 지출이 타산업영역 대비 엄청나게 작은 게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법조인도 "업계 관행이 연구개발에 돈을 많이 쓰는 정황이 있다면 모를까, 해당 분야에서 지출 규모가 미미하다면 무리하게 배임으로 접근하는 자체에 여러모로 무리가 된다. 결국 안 되는 사건"이라고 배임 해석론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다만 제3의 의견도 나온다. 1980년대 사례이긴 하나, '물먹인 쇠고기 사기 사건'을 볼 때, 문제를 지적하는 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논리다.
이를 거론한 법조인은 물먹인 소를 처벌하는 데 당시만 해도 경찰이나 검찰이 골머리를 앓던 것을 홍준표 당시 검사(보수 정당에서 원내대표 및 당대표를 지내고 현재도 국회에 있는 그 홍준표가 맞다)가 사기죄로 구성해 돌파했었다고 소개한다.
즉 축산물 관련법상 도살 환경 규정이나, 동물학대 등 당시로서는 처벌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잣대를 댈 경우 경종을 울리기 어려웠는데, 홍 당시 검사가 판사로 있던 한 연수원 동기생의 도움을 얻어 '물을 먹인 것이니 무게가 틀려졌고 그러므로 불특정 소비자에 대한 사기'라는 이론 구성에 성공했다는 것.
임 모 당시 판사와 홍 당시 검사는 이 이론 구성을 확립한 다음 해외 판례도 첨부해 법원에서 해당 범죄자들의 강한 판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 홍 당시 검사는 이후 '슬롯머신 비리'나 '전두환 일가의 노량진 수산시장 강탈사건' 등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모래시계 검사' 등 별칭이 무색하게 한때 막말 논란에도 시달렸지만, 각종 비판에도 21대 총선에서도 무소속 당선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이니셜이 일치하는 그는 고인 별세 후 JP라는 거물 칭호를 이어서 불리는 데 손색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 위상을 확보했다.
한국 정치에 지금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JP의 이 판결 논리를 차용할 때, 그리고 SPC 배임 문제에서의 무죄 연결 상황의 전체적 맥락을 볼 때, 남양은 연구개발에 (적어도 매일을 저렇게 공격한 이후에는) 상당한 돈을 들여 실질적으로 불가리아와의 정확한 연결이 가능한 제품으로의 괄목상대 성장을 도모할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매일을 괴롭히던 남양이 새옹지마를 겪게 됐다는 전망, 그게 사필귀정 아니겠냐는 소리다. 이는 다른 영역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도 정직하게 돈을 벌지 않으면 언제고 그 업이 돌아온다는 점을 인지시킨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울림이 있는 법적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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