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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엘시티 춤' 추게 한 음악은 보증?

[엘시티2019①] 은행→건설→보증 단순 시간표 외에 주목할 문제 가능성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1.23 16:54:11

[프라임경제] 부산광역시의회의 '시민중심 도시개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특위는 부산 대표 개발사업들을 다루게 되고, 활동 시한은 올해 10월까지다. 행정조사가 얼만큼 '깨알같이' 진행되느냐에 따라 지금은 사장돼 버린 '특검 도입' 이슈를 부활시킬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도 걸어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왜 그럴까, 그리고 그 파장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제기된 시나리오와 의혹들의 역조립 가능성을 짚어본다.

부산시의회의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가 일단 탄생한 만큼,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장 공력을 들일 대목은 오시리아나 북항 등 다른 이슈가 아닌 엘시티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시개발행정의 난맥상을 다양하게 드러낸 게 바로 엘시티 건이었기 때문이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 등 이미 재판을 받아 무죄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이들의 각종 일처리 솜씨나 처리 과정, 배경까지 새삼 부각시킬 자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는 나온다. 특위는 행정조사라는 한계상, 또 특위 범위의 제약상 금융 등은 파기 어렵다. 하지만 결국 이처럼 행정 영역에서 무리하게 길을 터준 점을 특위가 부각시켜 특검 도입 물꼬를 트면 부득이 당시 청와대 쪽 등까지도 모두 겨냥할 수 있다.

행정조사가 얼만큼 '깨알같이' 진행되느냐에 따라 지금은 사장돼 버린 '특검 도입' 이슈를 부활시킬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도 걸어보는 눈치다.
 
◆엘시티, 부산시가 낳으시고 부산은행이 기르시니…'정말'?

▲엘시티 현장. ⓒ 프라임경제

지금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 구조는 이렇다. 부산시가 엘시티를 창조했다. 이어서 부산은행이 살려내고, 포스코건설이 링겔을 공급했으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무리수 등은 조연급으로나 볼 수 있다는 것.

부산시는 애초 이 엘시티 건을 공공사업으로 추진했던 장본인이다. 난개발 지적 등으로 추진이 난항에 부딪히자, 이를 일반 사업으로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하지만 이렇게 손을 떼는 듯 보였으면서도 엘시티 부지 매각 등에서 다양한 특혜를 줬다는 평. 보상비와 부지 조성비 등을 합한 조성원가가 2230억원이고 매각차익 106억원가량을 붙여 엘시티 측에 2236억원을 받고 땅을 넘겼다. 3.3㎡(1평)당 가격으로 생각해 보면 1433만원대인데, 나중에 엘시티가 공급한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2730만원으로 계산 가능하므로, 대단한 이문의 기회를 열어준 셈이다.

무엇보다, 엘시티는 두 차례 도시개발구역 변경을 거쳐 사업 부지가 애초 5만㎡에서 6만5934㎡까지 확대됐다.

특히 부지 가운데 53.6%는 주거시설과 높이 60m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중심지미관지구였다는 한계까지 희한한 방법으로 풀렸다. 부산시가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45% 이하의 주거시설을 포함하고, 60m로 제한된 해안부 건물 높이도 푸는 변경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해 준 것.

작게는 도로 기부채납 등 판단 및 처리의 부당한 혜택도 문제가 된다. 엘시티가 부산시에 기부채납 하는 공원과 도로는 4000㎡에 달하지만, 부산시가 엘시티를 위해 공급하는 시설의 규모는 1만㎡를 훌쩍 넘어 밀어주기 논란이 지금도 회자된다.

하지만 이걸로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컸다는 것. 컨소시엄을 구성하던 금융기관들조차 수익성 우려 판단에서 발을 빼려는 기색이 감지됐었다. 이런 터에 2015년 1월 부산은행이 3800억원대의 단기대출(브리지론)을 대준다. 부산은행은 이후에도 4번에 걸쳐 요긴한 자금 지원을 더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엘시티 논란의 주인공 즉 자금줄로 기존에 지목돼 온 부산은행. ⓒ 부산은행

총대출 규모가 부산은행 당시 자기자본의 10%에 달했음을 감안하면, 엘시티 보증이 대단히 무리한 것을 넘어서서 회사 전반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도박이었던 셈이다.

2015년 4월 중국건축은 결국 시행사 자리를 포기한다. 하지만 불과 10여일 후에 굴지의 건설사인 포스코건설이 엘시티를 시행하겠다고 떠맡는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책임준공제 카드를 곁들여 더 눈길을 끌었다. 책임준공제 조건을 시행사가 제시하면 천재지변 등 그야말로 특수한 사정 외에는 완성과 분양상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치러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간에 엘시티 건이 엎어지더라도 시공사에서 시행사 역할까지 떠맡아 일을 완수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어 2015년 10월, HUG가 엘시티의 주택 부분에 대한 보증 결정을 하고, 2016년 6월에 레지던스 부분에 대해서도 보증을 진행하기로 한다.

이를 테면, 도움의 순서 및 비중이 은행→건설→보증의 순서라는 게 지금까지의 전반적인 이해의 틀이다.

문제는 부산은행이 엘시티를 살려낸 단독 드리블 주역이라는 기존 평가가 뒤집히고, HUG와의 교감이나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염화시중의 역할 분담이 이뤄졌을 가능성이다.

여기서 문제가 두 가지 부각된다. 엘시티의 실소유주인 이영복 회장과 그 관련사가 엘시티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미 앞서 또다른 이 회장 관련 사업 보증으로 인해 '돈을 떼인' 경험이 있는 HUG가 왜 굳이 또 보증을 해주었냐는 것.
둘째, HUG의 탄생 배경과 운영 목적상 주상복합에서 아파트 아닌 부분까지 보증을 해주는 게 옳은지 논란이 없을 수 없다. 논리상으로는 숙박시설에 해당하는 레지던스를 제외하고 순수 주택 물량에 대해서만 엄격히 진행하는 게 맞다.

◆HUG "보증은 법원 판결 존중", 하지만 큰 의미 업계에?

2017년 봄, 모 언론에서 상업공간 부분(레지던스)까지 포함한 보증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자 HUG 측은 "주상복합에 대한 상품이 있어서 레지던스 보증쪽도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한 것"이라고 해당 기자에게 해명했다.

하지만 막상 1년 뒤, 2018년 국정감사에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레지던스 보증분 문제에 대해 지적하자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엘시티 이전 레지던스 분양보증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이유로 엘시티만 보증이 나갔는지는 나조차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내부감사를 시작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관련 상품이 있고 당연히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서 한 걸음 양보하는 태도를 보인 셈. 이는 앞서 국토부에서도 감사를 진행하고 이 같은 보증은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할 점이 있다며 문제 지적을 내놓은 데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나온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후 HUG는 관심이 사그라들 무렵인 금년 초 내부 감사 결과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며 셀프 면죄부를 내놨다.

아울러 엘시티 및 이 회장과의 구원(대출해 줬다 손실을 본 일)에도 불구하고 선뜻 또다른 대출인 엘시티 건을 처리해 준 것은 법원에서 가처분을 통해 거래거절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로고. ⓒ 주택도시보증공사

왜 이런 면죄부 셀프 발행이 가능할까? 엘시티 측 행보에 무리가 없었다는 측에서는, 엘시티 비리를 엘시티가 가장 어려울 당시인 2015년 초에 부산은행에 제일 앞서 대출 카드를 던졌고 포스코건설이 분양 뒷수습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을 책임준공제로 굳히기를 해 줬기 때문에 일어난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 즉 HUG의 조치는 문제가 없이 잘 분양될 게 거의 확고한 물건에 대해 보증을 하는 중에 일부 무리가 있었던 것 뿐이며, 그런 선물은 문제가 설사 있더라도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고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런 반대 풀이 가능성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시간표 상으로는 순리대로 그렇게 은행→건설→보증의 순서로 흘러갔다고 볼 수 있으나 막상 내부 매커니즘에서 HUG 주변에서 나온 일련의 이야기가 갖는 힘이 오히려 은행을 움직인 게 아니냐는 가능성이 있다.

이 '스토리텔링의 힘' 문제의 시작점을 보자. 문제의 가처분은 2014년의 일이다. 서울에서 제이피홀딩스PFV가 HUG에 대출 요구를 했다. 이에 대해 HUG는 이 회장이 그보다 앞서 문제를 일으킨 미수금 부분이 있으니 보증을 거절한다고 회신했다. 그러면, 이 거래거절금지 가처분은 어떻게 나왔나? HUG가 제이피홀딩스PFV와 기존에 이 회장이 일으켰다 문제가 된 대출 건(피보증회사) 소유주가 같다(즉 둘 다 이 회장의 회사)라는 점을 입증했어야 했는데, 이 같은 증명이 불완전해 패배한 것이다.

다시 말해, 가처분과 이에 따라 2014년 이뤄진 제이피홀딩스PFV에 대한 HUG 보증은 실소유주 문제를 100% 입증하지 못하면 보증이든 대출이든 무리없이 추진된다는 선례를 금융업계와 종사자들에게 던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부산은행이 대출을 단행할 때, 상부에서 이상한 압력을 내려보낸다는 내부 반발이 있었다. 부산은행 역시 이 회장 관련 업체와 과거부터 위험 수준의 대출 거래를 했던 사례가 이미 있어 이런 논란이 컸던 것.

하지만, 엘시티 대출과 관련, 부산은행이 검토한 서류에 따르면 엘시티PFV의 대주주였던 청안건설(이 회장 관계사)은 이미 2014년 연말에 다른 회사에 엘시티 관련 지분을 팔고 빠져나간 것으로 돼 있었다. 더더욱 제이피홀딩스PFV의 사례와 유사해진다. '법리상 맞으니' 위험한 처리를 강요하는 상부에 대한 하위 행원들의 반발은 결국 끝까지 관철될 수 없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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