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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 아들도 '비리유치원'에 다닌다

'마피아' 연상케 하는 사립유치원 세력화에 맞서는 법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8.10.15 11:35:52

[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내내 떠들썩했던 비리유치원 목록에는 큰 아이가 다니는 곳도 이름이 올랐다. 막둥이 출산을 앞두고 올해 2월 경기도에 어렵사리 새둥지를 틀며 고르고 고른 곳이 결국 '비리유치원'이었다니.

구구절절 쓰여 있는 감사적발 내역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누리과정 지원금 말고도 매달 40만원 이상을 현금으로 갖다 바쳤음을 떠올리며 배신감에 입맛이 썼다.

감사내역 실명공개 이후 꼬박 하루 만인 지난 금요일 저녁, 아이 유치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다.

이날 긴급 운영위원회가 소집됐고 감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해명을 인터넷카페에 올렸으니 봐주십사하는 일종의 읍소였다. 술렁이는 학부모들을 빠르게 다독이려는 의지가 엿보였지만 한 번 실망한 탓인지 별 기대는 품지 않았다.

▲이른바 '비리유치원' 명단공개 이후 기자의 자녀가 소속된 유치원에서 보낸 문자메시지 및 운영위원회 결과 자료 일부. =이수영 기자.

오히려 잘못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담겨야 함에도 '비밀스럽게'를 강조한 대응에 눈을 흘기게 됐을지언정 말이다.

해명자료가 올라온 인터넷카페는 일반적인 포털사이트에 검색노출이 되지 않는다. 담임교사의 승인을 받은 학부모만 가입할 수 있는 폐쇄형 커뮤니티에 심지어 딱 사흘 동안만 공개되는 '치부책'이라니. 실제로 해당 게시물은 주말이 끝나자마자 삭제돼 없었던 것이 됐다.

어쨌든 덕분에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사실상 1학기 내내 원장이 감봉 및 직무정지 중징계를 당한 것도 학부모인 필자는 이제야 알게 됐다. 지역소식지에 실린 원장님의 인터뷰 지면을 가정통신문 사이에 끼워 보낼 만큼의 꼼꼼함은 간헐적 배려였나 보다.

보이고 싶은 것만큼 감출 것도 많은 유치원의 진면목은 최근 국회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지난 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구을)이 주최한 토론회를 쑥대밭으로 만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유치원 원장들이 그렇다.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룬 정책토론회에서 그들은 참석자가 아닌 방해꾼을 자처했다. 이에 박 의원이 비리유치원 실명 및 사례공개로 맞서면서 전국구적 관심사로 급부상한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다. 정보공개의 순기능이다.

학부모의 배신감을 등에 업은 여론은 사립유치원 규탄에 압도적인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사립유치원들은 누리과정예산을 통해 아이 한 명당 29만원, 연간 2조원의 혈세를 지원받는다. 그럼에도 국공립유치원과 사립 초·중·고등학교 등을 모두 관리하는 공적 회계프로그램(애듀파인)의 울타리를 거부하는 것이 과연 권리이며 선(善)일까?

민간어린이집과 함께 일종의 정치권력으로 굳어진 사립유치원의 조직적 반발은 꽤나 유구하고 강력하다.

전반기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삼성그룹의 부당승계 의혹을 앞장서 저격했던 박 의원이 "그때보다 더 쫄았다"며 압박감을 토로할 정도로 그들은 세력화된 조직으로 지역표심을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과시해왔다.

하지만 이번 논란 이후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을 느낀다. 주요 교육기관을 사기업처럼 운영한 4300여개 사립유치원 운영자들보다 학부모 및 시민들이 더욱 큰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정치권과 교육당국 역시 눈치챈 모양이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할 첫 시험대는 이르면 금주, 늦어도 이달 중 발표될 교육부의 종합대책이 될 것이다. 야당과 민심의 따가운 눈총 속에 직을 이어받은 유은혜 부총리가 안팎의 논란을 잠재울 '맷집'을 보여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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