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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분양권 상습 전매자와 1주택자의 차이점

'산술적 정의' 대신 정당한 욕구 인정 '시장자본주의 정의' 따라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9.14 10:31:28

[프라임경제] 말 많은 9.13 부동산 대책 중 그래도 잘 됐다 싶은 부분이 있다면 '분양 추첨 제도'에 대한 손질일 것이다. 

보유 문제를 종합부동산세 대폭 수정으로 공략하는 데 이어, 당국은 청약 시장과 분양권 시장에 대한 규제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시켰다. 

분양권이나 입주권 소유자를 무주택자 개념에서 제외하고, 추첨제 청약 시 무주택자를 우선 뽑은 후 잔여 물량에 대해 유주택자 신청자를 선정하기로 하는 등 "대체 무주택자가 무엇이냐?"라는 본원적 물음에 대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간 유지돼 온 무늬만 무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은 분명 큰 의미다.

지금까지는, 청약 당첨이 된 후 입주 전에 분양권을 전매하면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극단적인 예지만, 이런 경우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20년간 청약 당첨과 전매만 반복하고 주택을 소유하지 않으면 무주택 기간 20년이 적용되는 것.

이렇게 되면 무엇이 문제일까? 기간이 대폭 길어지므로, 청약가점이 높아져 계속 청약에 당첨되는 순환효과가 생긴다. 일종의 부조리이자 불공평 아니냐는 불평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당국의 이번 수술안에 따르면, 무주택 기간 산정 시 청약에 당첨돼 계약을 한 것도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런 공격적 정책을 단행하는데 또다른 분양 관련 조치가 없을 수 없다. 청약추첨제도를 대폭 손질한다는 게 당국의 복안. 지금까지는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으면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구분이 없었다. 

예를 들어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이 진행되면 전용면적 85㎡ 이상 주택에 대해 물량의 50%는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제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해도 무주택 신청자를 우선 뽑은 후 잔여 물량을 유주택 신청자에게 배정하는 쪽으로 큰 변화를 주겠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

'1주택자'는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국토교통부에서 보기에는, 청약 추첨 등 각종 분양 제도가 기본적으로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인데 유주택자 혹은 그와 유사한 자들이 다른 이들(진성 무주택자)의 일부 기회를 빼앗아간다는 비판을 반영하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고 반발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 논의와 작동 구조, 사람들의 욕망 구조를 도외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

조금 거친 표현이지만, 분양권 추첨과 매매, 재추첨을 반복하는 이들보다 어찌 보면 1주택자라는 꼬리표 하나만으로 추첨에서 불이익을 크게 받을 이들이 '오히려 더 문제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싶다.

정부의 아이디어가 합리적이라고 100% 확신하려면 일단 무주택자는 주택을 당첨받으면 무조건 거기서 만족한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한다. 또 일단 내 집이 생기면 거기 만족하고 대체적으로 이동없이 산다는 점도 추가 조건으로 수용돼야 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또 멀리 떨어져서 보면 주거는 투자 혹은 투기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런 논리가 수많은 수요와 그 욕구의 다양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마치 공산주의 사회나 전체주의 국가에서 주택을 일정 수준 배정해 주면 문제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가까운 안건을 만들고 정부 당국이 만족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새 집 선호 현상, 서울 선호 현상 등 다양한 욕구를 갖는 것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되, 최대한 많은 이들의 최대 행복을 보장하고 그 행복의 크기를 최대한 증진시키는 것으로 가야한다.

백보 양보하여, 당국이 분양권 추첨과 전매를 반복하는 이들에게 왜 추첨만 해 놓고 안 들어가냐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것까지는 온당한 구석이 전체적 대의 맥락에서 존재할 수 있겠지만, 일단 작은 내 집을 하나 마련하고 다음 추첨 기회를 노려 조금씩 확장해 가려는 꿈의 계단을 무시하고 이를 투기 방지라는 미명 하에 도매금으로 때려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1주택자가 무조건 나쁘고 분양권 보유자가 덜 나쁘다 혹은 둘 다 도긴개긴이라고 보는 건 '산술적 정의'일지는 몰라도, '장자본주의적 정의나 동기부여'에는 벗어난 시각일 수 있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근래 논란을 빚은 바 있는데, 이런 생각과 정책들이 지금처럼 하나씩 모자이크를 이룬다면 결국 부자는 부자대로 살고, 서민은 영영 서민이어야 한다는 논리이거나 서울은 서울대로 살찌고 지방은 지방끼리 놀라는 자포자기 정책만 나올 것이다. 

그건 부동산 정책 실패는 차치하고, 경제 이념 전반을 포기하고 후퇴시키려는 무책임한 논리에 다름 아니다. 지금 분양 및 청약 제도 손질이 좋은 정책임에도 구멍이 있다면 바로 그런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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