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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부산시 대변인, 포인팅 포기하고 훈제청어 노릇만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08.27 21:36:45

[프라임경제] "엘시티 특별검사 문제를 왜 저한테 물어보시나요?"

부산광역시 체면에 먹칠을 한 엘시티, 그 초대형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문제를 부산시 관계자 그것도 대변인이 이렇게 '나이브하게' 대응했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 "특검은 국회가 임명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니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그걸 구하는 건 연목구어 아닐까요?" 같은 원론적으로, 점잖게 피해가는 답변이 아니었냐고요?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우리나라는 개별 사안마다 각 특검법을 만들 수도 있으나, 일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일명 상설특검법)이 잘 마련돼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특검에 대해 논의할 때 그것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상설특검법 제2조에서는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 2종에 대해 특검 사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원론적인 대답이 아니었다는 데 있지요. '왜 나한테 곤란한 걸 묻는데?'라는 튕겨냄이 느껴졌다면 오해였을까요?

그렇다고 이게 '주군' 오거돈 시장을 잘 방어하는 태도인지도 사실 잘 모를 일입니다. 지난 3월 원내 4당이 엘시티 특검에 원칙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고, 그 다음 지방선거가 달아오른 터인 5월27일 오 시장(당시엔 후보)이 전재수·김해영·박재호 의원 등 부산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대동하고서는 "엘시티 비리 전면 특검을 제안한다"고 상대측 서병수 캠프를 압박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걸 까면 부산 사람들 여당이고 야당이고 할 것 없이 광역도발인데 왜 새삼 그러냐는 식으로 튕겨내고자 한들, 슬기롭게 일이 마무리되겠나요?

기자들이야 답을 못 얻으면 바로 다음 질문 순서에 따라 당시 오 시장 뒤에서 병풍을 쳤던(이번에 민주당 최고위원이 된 김해영 의원이든, 실세인 전재수 의원이든 간에) 이들을 붙잡고 "그때 오거돈 시장이랑 하셨던 엘시티 이야기는요?"라고 물어볼 수밖애 없는 것인데 말입니다.

아니면 기자들이 매번 시장의 일거수 일투족 미리 파악하고 마크하며 질문하러 다닐 수도 있긴 하겠죠. 과연 대변인이 '대변'을 못하거나 안할 때, 그리고 그런 상황에 기자들이 각자 아우성을 치는 게 부산시 행정에 도움이 되는 걸까요?  

오히려 그런 어설픈 방어가 오 시장 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현명한 답변 태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모름지기 대변인이라면 자신이 모시는 분을 위해 일선에서 갑남을녀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대신 답을 할 준비, 아울러 공격이 들어올 수 있는 아픈 구석이 여기일 것 같다며 미리 포인팅(사냥개가 목표를 알려주는 동작)을 해주는 역할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오 시장이 취임한 직후, 언론에서 공약이던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궁금함을 많이 표시했습니다. 문제는 대구 등 경북권 지역언론은 물론 중앙언론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공세적으로 오 시장의 가덕도 추진론에 거부반응을 보인다는 점이었는데요.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에 대해 부산시 측 입장이나 분석 등을 문의했지만, "확실한 건 24시간 관문공항을 한다는 것"이라고 딱 자르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런 대변인의 답변 태도는 불과 며칠 후 처참히 수모를 겪는 지경에 이르렀는데요. 오 시장은 13일 대변인을 통해 내놓은 브리핑에서 가덕도 언급을 철저히 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와중에 부산시 대변인은 "부산시는 대한민국 전체 균형발전을 위해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동남권 관문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은 안전 소음 지역여론 등 문제가 있고, 결정과정에도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확신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덕도는 아닌데, 그렇다고 김해는 아닌 것 같고' 같은 류의 설명에 만족할 리 있나요? 일부 지역 언론들이 "그렇다면 밀양을 '24시간 운영 가능한 동남권 관문공항'의 입지로도 고려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날선 추가 질문을 날렸고, 결국 말장난은 대변인이 "그런 말은 아니다"라고 꼬리를 내리며 끝났죠.

이를 놓고 한 지방 신문에서는 "가덕도이지만 차마 가덕도라고 말하지 못하는 형국인 셈"이라며 비웃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말을 전달하고, 때로 쑥떡 같이 엉뚱한 말도 찰떡처럼 가공해서 전달해줘야 할 대변인실 역할을 생각하면 대단한 체면 손실이었던 셈이죠.

그때 드는 생각이 불과 얼마 전, 본지의 질문에 곰곰 생각해 봤다면 저런 식으로 브리핑룸에서 망신을 당했을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런 여러 일을 볼 때, 대변인실 역할을 곱씹어 보게 됩니다. 일단 언론인들이 더 나아가서는 시민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 선견지명으로 내다보고 정책 방향 자체를 잘 유도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대단히 어려울 테니, 일단 오 시장을 대신해서 무엇이 이슈이고 어떤 공세가 들어올지 어떤 답을 날려야 할지 목표를 딱 찍어주는 사냥개의 포인팅을 잘 해주면 좋겠습니다.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역할이라면, 언론인들이 던지는 껄끄러운 질문을 그때 잠깐 면피하듯 피하는 미끼 역할만 하는 데 그치는 대변인이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영국에서는 여우 사냥을 할 때 냄새가 짙은 미끼를 미리 끌고 달려 여우를 유인한다고 합니다. 그런 '훈제청어'를 잘못된 방향으로 독자들을 끌고 가는 추리소설 속 미끼에 비유한다고도 들었습니다.

대변인이 언론인들을 방어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끄는 데 급급한 훈제청어 노릇을 자청하지 말고, 시장 등 간부들에게 지금 어떤 질문이 날아올 것이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포인팅에 열올려 매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자리 보장되는 직업공무원에게 공보팀 맡겼더니 영 엉뚱한 일만 하며 안일하게 시간만 보낸다는 탄식이 부산시장실에서 안 흘러나오게 하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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