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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러시아 대통령쯤은 DNI 선에서 논개 전법으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7.22 12:02:48

[프라임경제] 미국 국가정보국(DNI) 쪽이 시선을 모으고 있습니다. 북한 핵 해제 등 글로벌 이슈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DNI에 눈길이 쏠린 게 첫째 이유고요.

두번째 이유는 바로 해외 정보 중 자국 내 정치 상황과 민감하게 연관돼 있는 러시아 관련 문제를 다루는 댄 코츠 DNI 국장의 꼿꼿한 태도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미·러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회담 문제에 코츠 국장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이것이 가감없이 보도되면서(국장 쪽에서는 잘못 전달됐다고 평가합니다만) 외교적으로 이슈가 됐지요.

코츠 국장은 아스펜 안보포럼 도중 진행자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올 가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말을 듣자 손을 귀에 대고 "다시 한 번 얘기해 달라"고 했고, 그 다음에는 "오케이, 멋지다"라고 답했죠. 하지만 그 뒤 바로 한숨을 쉰 것이 부정적 의사로 평가받아 기사에 소개됐습니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그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결례를 범한 셈이라고 평가하는 분석 기사도 나타났고, 코츠 국장은 그럴 뜻은 없었다며 수습 성명을 냈죠.

왜 이런 복잡한 상황이 전개됐을까요? 러시아는 트럼프 정부 탄생에 개입했다는, 일명 '러시아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설이 갈립니다. 러시아가 독자적으로 공작을 했다는 주장이 있고, 트럼프 캠프의 요구에 따라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맞손 시나리오'가 있지요.

코츠 국장 등 정보기구 관련 거물들은 근래에 러시아가 뭔가 지난 미국 대선 때 개입한 조짐이 있다는 점은 기정사실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악관에서는 그에 대해 "러시아가 개입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생각은 틀릴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자기 결백은 은근히 강조하는 뉘앙스의 반응을 보였죠.

그러니, 코츠 국장으로서는 그런 모호한 상황에 더더군다나 푸틴 측과 회동을 또 하겠다는 백악관 태도에 경악할 지경이지요. 감히(?) 백악관의 구린 구석에 대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지금 그 친구랑 또 만나고 그럴 때가 아닌데?"라고 훈수를 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저러다 코츠 국장이 사임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외신들조차 하고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나온 분석이지요.

하지만 다르게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사정이 너무도 좋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조언을 '너무 캐쥬얼하게' 지적한 것으로 본다면,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정보기구 수장 하나가 양국간 관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외교 전체에 큰 의미가 있는 푸틴 측 미국행에 제동을 걸고 나설 수 있다는 일종의 '저력 과시' 문제죠.

외교관들이 불편한 기색을 상대국에 전달할 때, 의례적인 행사 하나에 "감기가 걸려 못 간다"는 식으로 우회적 전달을 하는데 다만 정보를 만지는 성격이 다른 기구 관계자인 터라 한층 더 직설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보면 간단합니다.

이쯤에서, 코츠 국장의 의미에 대해 새삼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핵 이슈나 중국과의 경제분쟁(속칭 '무역전쟁') 과정에서 집산되는 모든 정보를 두루 꿰고 미국 최우선 전략을 짜는 이가 아닙니까? 기왕 터진 러시아 스캔들을 연착륙시키는 자체도 중요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북한의 후견인 역할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것도 그의 역할입니다.

그런 상황에 백악관의 기분과 당장의 정치적 이해만 집중하는 '정권 안보형 정보기관장'이 아닌, 전체적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큰 그림에서의 '국익 추구형 기관장'으로 역할을 하려고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있죠.

모스크바 측 움직임이야 기관장 하나가 나서는 정도로 좌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한 상황입니다. 또, 미국 당국이 원하는 건 러시아 스캔들 연관성 같은 국내 정치 이슈가 아니라 러시아를 어떻게 요리해서 북핵 등 국제 정세 해결에 활용하느냐는 것이라는 점도 전달할 필요가 있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대거나 미국 내부 문제에 영향력까지 미치려 드는 건 '내 선에서 막겠다'는 논개 전법으로 DNI측의 '의도된 외교적 결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 힘을 가진 미국과 대화와 외교를 할 때 우리나라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나이브하게 대응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냉전 시대에야 지정학적 이유로 결코 버릴 수 없는 지위를 누렸지만, 이제 복잡미묘한 국익간 충돌이 일상화되고, 미국 독주가 심화된 터에는 글로벌 정세에 우리 당국도 한층 정교하고 실력있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높습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하겠다는 문재인 정권에서는 더더욱 미국의 저런 내심과 국장급 하나쯤은 얼마든 소모할 수 있다는 과단성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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