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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M&M] 변명인 듯 핑계 아닌 구실 같은 양심

Elton John / Taron Egerton - I'm Still Standing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8.06.30 17:35:06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민요 '아리랑'도 다양한 지역특색은 물론, 한국 근세와 근대의 민족사, 사회상까지 반영하고 있죠.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usic & MacGuffin(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강제성을 갖는 국가에 대한 개인의 공법상 의무라도 양심(良心)적 거부라면 인정해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며 정신적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공의무를 거부하는 이유로 신념을 주장한다면 자신의 철학에 대한 확고함과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년간의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는 대신이라면 3년이든 4년이든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하며 비폭력 평화주의 신념을 지키겠다'라고 한다면 이 신념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테니까요.

이런 식이 아니라면 정신적 자유란 구실로 의무를 피하고 싶은 거짓된 신념일 텐데요. 이는 양심(良心)적 거부가 아닌 양심(兩心)적 거부겠죠. 그리고 이 같은 거짓 신념이라면 스스로 떳떳함을 느끼지도 못할 것입니다. 

스물 네 번째 「M&M」은 엘튼 존(Elton John)의 아임 스틸 스탠딩(I'm Still Standing)을 리메이크한 테런 에저튼(Taron Egerton)의 노래로 꾸며집니다. 

넌 아마 모를거야 이게 어떤 기분인지를. 겨울처럼 차가운 너의 피는 얼음처럼 얼어붙어있고 네게서는 냉기서린 외로운 빛만 새어 나오지. 넌 결국 엉망진창인 채로 끝나게 될거야 네가 쓰는 그 가면 뒤에서.

넌 이런 바보가 결코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겠지. 글쎄, 잘 봐 난 다시 돌아왔잖아. 난 사랑에 대한 취향이 있어. 궁금해할까봐 말하지만 내가 굳건히 서는 동안 너는 사라지고 있었어. 

내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잘 서있다는 것을 모르겠어? 
진짜 생존자처럼 보이잖아, 

어린 아이처럼 생기있게. 그 많은 일을 겪고도 난 여전히 서있어. 내 마음속에서 삶의 조각들을 줏으며 말이야. 넌 이런 적 없었겠지만, 난 여전히 서있어. 난 여전히 견디고 있어. 

한때는 절대 이겨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 언젠가 넌 날 다시 떠날 테니. 하지만 네가 한 협박들은 날 포기하게 만들려 한 거라고 깨달았어. 우리 사랑이 그냥 쇼였다면 넌 지금쯤 광대가 돼있을 거야.  

아임 스틸 스탠딩의 전반적인 가사인데요. 노래는 자신을 좀먹고 있던 잘못된 관계를 끊어 내고 나서야 삶의 본질을 깨닫고 자아를 찾았다는 얘기를 멜로디에 얹은 듯 보여집니다. 

하지만 오늘은 「M&M」적 시선으로 이 곡에 나오는 연인을 군필자(A)와 정말 비폭력 평화주의를 신념으로 군 입대를 거부하는 자를 제외하고 군 입대 기피자(B)로 바꿔보겠습니다. 

A의 시선. 누구나 기피하고 싶은 군복무를 드디어 마친 화자 A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B에게 개운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입대 초반에는 너무도 까마득해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전역해 사회로 복귀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하는데요. 복무 기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동안 살펴보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정비하는 시간이었다며 뿌듯함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A는 B에게 충고 같은 질타를 건넵니다. 사실 A는 B가 실제 비폭력 평화주의 신념을 가진 정상적인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아니라 단순한 병역 기피자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B의 시선. 병역 기피자 B는 수년째 평화주의자라는 가면을 쓰고 군 입대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떳떳하지 못한 마음에 군대 얘기만 나오면 B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졌죠. 

군에 들어가면 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군대에 들어가는 A를 보고 사회에 남아있는 자신이 승자라고 생각했지만, 벌써 전역한 A는 전보다 더 생기있는 얼굴 띄고 있는 듯 보입니다. B는 그런 A가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부러움을 티낼 수 없습니다. B는 비폭력 평화주의자니까요.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8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대체복무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28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는데요. 

이 같은 결정에 민주주의의 다양성 존중 차원에서 개인의 신념과 양심이 지켜질 것이란 기대도 나오는 반면 B와 같은 제도 악용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적 양심을 이유 즉 비폭력과 평화주의에 따른 집총(총을 드는 행위)을 거부하는 것인데, 이를 주장하는 병역거부자들과 이들을 옹호하는 시민단체들의 요구는 평화를 위한 집총 거부가 아닌 단순한 징집(徵集) 거부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시민단체의 주장이나 국회에 제출된 병역법 개정안 등을 종합해 살펴보면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병역 거부에 따른 대체복무를 선발하는 기구는 국방부와 병무청을 제외해야한다는 주장이 우세합니다. 

이밖에 합숙보다는 출퇴근 형태의 복무를 요구하는 황당한 요구도 있었습니다. 합숙생활이 불러올 베개싸움도 비폭력 평화주의에 어긋나는 일인가 봅니다.  

어찌됐든 국방부는 이번 결정에 대체복무제도 적용 대상 기준 마련과 함께 복무기간도 설정할 방침입니다. 우선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및 보충역보다 긴 최소 3년에서 그 이상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나옵니다. 신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인데 피해를 볼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 거부는 특혜성 인정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패널티는 감안해야 한다는 게 사회적인 분위기죠. 그런데 3년은 너무 짧습니다. 4년6개월은 돼야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기간뿐만 아니라 대체복무제의 강도도 대폭 높인 수준으로 제정돼야 합니다. 다행히 국방부도 이와 같은 생각으로 '군복무가 더 낫다 싶을 정도로 힘든 대체복무 강도를 설정하겠다'는 방침이죠.

여기에 더해 대체복무제는 사회와의 단절성이 현역 군복무보다 낮고 전문 기관에서 지낼 경우 전역 후 경력으로 인정될 소지가 있는데요. 이럴 경우 업무가 힘들고 기간이 길어도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차단시켜야 합니다. 너무 가혹하다고요?

앞선 방안들은 비폭력 평화주의자를 사칭한 단순한 병역 기피자들을 차단하기 위함이 강합니다. 

그걸 떠나서라도 '나는 전쟁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비폭력 평화주의'라는 말 한마디에 그들이 말하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총기와 폭발물들을 누군가 대신 다뤄야하고, 고된 훈련과 낯선 곳에서의 긴 기간을 보내는데 이 정도는 감안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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