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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히다의 소쿄토 '타카야마 라멘'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06.08 15:10:18

[프라임경제] 타카야마(高山)에서 라멘은 츄카소바로 통한다. 단순히 소바라고도 한다. 자루(ざる)소바 같은 메밀류를 주문할 때는 '나마(生)소바'나 '일본소바'라 해야 한다. 세밑에 장수를 기원하며 먹는 '토시코시(年越し)소바'가 라멘일 정도로 이곳에서는 라멘이 생활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고산지대를 끼고 있는 타카야마는 예로부터 소바가 유명한 곳이지만 이제는 명품 라멘의 고장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타카야마 라멘. ⓒ 타카야마 시청 홈페이지

타카야마 라멘은 면의 양이 적다. 1인분 표준이 100~110g이고 더 적은 어린이용도 있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면 그렇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수분 함량이 낮은 치지레(곡선)면이 스프를 충분히 흡수해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타카야마에서는 오사카 사람들이 간식으로 타고야키를 먹듯 라멘을 먹는다.

타카야마 라멘은 기름기가 억제된 쇼유(간장) 스프가 주류를 이룬다. 커피처럼 진해 보이는 스프도 많다. 반면에 미소나 톤코츠 스프를 취급하는 점포는 찾기 어렵다. 고명은 챠슈와 멘마에 파를 올리는 정도로 매우 심플한 편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재배되는 히다(飛騨)파의 단 맛이 쇼유 스프와 어우러지며 고급스러운 풍미를 연출한다. 타카야마는 에도시대 막부의 직할 영지로 장류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여기서 잠시 일본 쇼유의 역사를 살펴본다. 600년대 중국에서 시작된 장(醬)문화가 일본에 들어와 요즘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한 것은 1400년대로 알려진다. 그 후 에도시대에는 토쿄 등 칸토지방의 코이쿠치(진한 맛)와 쿄토 등 칸사이지방의 우스쿠치(연한 맛)가 각각 지역을 대표하는 맛으로 정착한다. 수요가 급증하는 에도말기에는 막부가 가격을 단속하고 브랜드를 지정하기도 한다. 일본의 간장은 콩과 밀을 혼합한 재료를 사용한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한국도 조선시대에는 콩과 밀로 메주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간장이 일본에 전해졌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이 가능하다. 간장은 일본 전통요리의 기본이 되는 조미료다. 라멘 스프의 출발점도 쇼유가 된다. 참고로 간장을 뜻하는 영어 soy sauce의 soy는 일본어 shouyu가 네덜란드를 통해 영어권에 전파되며 변한 것이라 한다.

라멘의 스프는 다시와 타레를 따로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혼합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타카야마에서는 처음부터 두 가지 재료를 한꺼번에 육수통에 넣고 끓인다. 이러한 방식을 개발자의 이름을 따 '사카구치(坂口)류'라 한다. 그가 토쿄에서 주방수업을 받을 때 한 중국인 요리사의 어깨너머로 이 요리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낮에는 요리사로 일하면서 저녁이 되면 야타이를 끌고 나가 라멘을 팔았다고 한다. 1938년의 일이다. 타카야마 라멘은 아직 수도권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인근 나고야(名古屋) 같은 대도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타카야마시와 기후(岐阜)현

타카야마시는 기후현의 히다(飛騨)산맥 서쪽에 위치한 내륙도시로 전국 기초지자체 중 면적이 가장 넓다. 오사카부보다 넓고 토쿄토와 비슷한 크기에 인구는 8만7000명 정도다. 히다산맥은 통칭 북알프스라 불리며 해발 3190m의 호타카다케(穂高岳)를 주봉으로 거느리고 있다. 후지산(富士山)과 야마나시(山梨)현의 키타다케(北岳)에 이어 일본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이 산맥을 경계로 토야마(富山)・니가타(新潟)・나가노(長野) 현과 마주한다. 시 면적의 92%가 산림지역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토지의 비율은 높지 않다. 하지만 미슐랭 실용여행가이드나 그린가이드 일본편에 단골로 소개될 정도로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히다의 소(小)쿄토'로 불릴 만큼 에도시대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타카야마 시는 흔히 이름 앞에 히다를 붙여 표기한다. 같은 현 안에 히다라는 시가 따로 있지만 타카야마가 지역문화의 중심이라는 의미에서 관습적으로 굳어졌다.

타카야마는 아웃도어 스포츠 환경이 잘 구비된 국제회의 관광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산록 곳곳에 코티지(Cottage)와 캠프장, 오토캠프장도 있다. 4개의 골프장, 5개 스키장과 썰매장, 등산로, 고원 트레이닝 코스 등 스포츠와 레저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풍부한 산림자원을 바탕으로 다기세트·불당 장식물·가면 등 목공예 특산품도 유명하다. 특히 주목에 칠을 사용하지 않고 고유색과 나뭇결을 살려 조각한 '이치이잇토호리(一位一刀彫)' 기법은 작품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일본 열도의 중앙부에 위치한 기후현은 고대부터 동과 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이곳을 무대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큰 전쟁이 여러 차례 벌어진다. 근세가 시작되는 1600년에도 역사가 반복됐다. 전국시대 혼란기를 거쳐 일본을 통일한 토요토미가 죽자, 양대 세력이 동군과 서군으로 나뉘어 세키가하라(関が原)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가리게 된 것이다. 

이 전투에서 토쿠가와가 승리를 거두고 260여년 에도막부 시대를 연다. 저명한 역사소설가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郎)는 "미노를 얻는 자 천하를 제패한다"는 말로 이 지역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미노는 기후현의 남부지역에 거점을 둔 중세 영주국가의 이름이다. 기후라는 지명은 전국시대 영웅 오다·노부나가가 이 지역을 공략할 때 참모 타쿠겐(沢彦)의 진언에 따라 개명한 것이라고 한다. 그 전까지는 이노쿠치(井ノ口)로 불려 왔다. 에도시대에는 막부의 직할지로 분할 통치됐고 1876년 히다(飛騨)지역과 합치며 기후현이 됐다.

오늘날 기후현은 공업과 IT산업이 융성한 지역이다. 남쪽 카카미가하라(各務原)시는 항공과 자동차관련 제조, VR·로봇분야의 중심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남서쪽 끝 오가키(大垣)시는 첨단 IT업체가 집결한 소프토피아·제팬이 공익재단 형태로 운영된다. 중앙부 세키(関)시의 도검과 남동부 토키(土岐)시의 도자기도 국내외에서 독보적 위치를 인정받는다. 기후시의 어패럴(의상)과 패션분야는 최근 대도시 영향으로 다소 위축됐지만 아직도 만만찮은 저력을 보인다.

기후현은 일본 열도의 인구중심(人口重心)이 되는 지역이다. 5년마다 실시되는 국세조사에서 기후현 세키(関)시가 2005년 이후 3연속 선정되고 있다. 현청 소재지는 현 남부에 위치한 인구 40만의 기후시다

◆명소소개

△타카야마 마츠리
일본의 아름다운 3대 마츠리(祭り)의 하나, 영주에게 바치는 곡물과 물자가 부족해 수리공사·도로건설·사원건축 등 기술적 일을 도맡았던 노하우를 살려 화려한 마츠리용 야다이(수레) 제작, 수레의 인형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장인의 기술이 백미, 4월과 10월에 각각 2일씩 개최.

△히다타카야마 라이트 업
야간에 타카야마 시내도로와 명소에 조명을 쏴 환상적 분위기 연출, 계절별로 라이트 업 장소가 달라짐.

△연어낚시
타카야마시 외곽을 흐르는 강에서 송어·산천어·은어 낚시, 가마우지 낚시체험도 가능, 어업협동조합에 장소·금어기·요금 등 문의.

△세키카지(関鍛冶) 전승관
세계 3대 도검류의 하나인 세키(関)시의 도검제작 관람, 700년 역사를 가진 대장간에서 일본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능사가 실연, 1·2층 전시실에는 세키를 대표하는 각종 도검류 및 관련자료 전시, 입장료¥300. (교통편) JR동일본 미노오타(美濃太田) 역에서 나가라가와(長良川)철도 '하모노(刃物)회관앞'역에서 도보3분.

△기후 대불상
일본 3대 대불의 하나로 높이 13.7m, 38년 소요 1832년 완성, 건칠불(乾漆佛, 삼베 위에 옻을 두텁게 칠한 불상)로는 일본최대 (교통편) JR기후 버스터미널에서 기후 버스로 15분, '기후공원・역사박물관앞' 하차 후 도보 15분.

△시라카와고 갓쇼즈쿠리(白川郷合掌造り) 마을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산골마을의 비경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크고 작은 100여동에 주민이 거주, 지붕 모양이 손을 합장한 것 같다해 붙여진 이름, 바람과 눈 무게를 견디기 위해 경사가 45도 이상으로 매우 가파름, 숙박도 가능(시라카와고 관광협회문의), 박물관입장료 ¥600. (교통편) JR타카야마역 버스60분, 터미널에서 도보15분.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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