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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일본의 3대 라멘 '키타카타 라멘'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05.17 12:40:24

[프라임경제] 후쿠시마(福島)현 서북쪽에 위치한 인구 4만7000명의 내륙도시 키타카타(喜多方). 토호쿠(東北) 신칸센 코리야마(郡山)역에서 니카타(新潟) 방향으로 80여㎞ 올라간 재래선 연변에 위치한다. 시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키타카타역은 상·하행 전철이 시간당 한편 정도씩 운행되고 있고, 1일 승차인원은 1000명이 채 안 된다.

▲키타카타 라멘. ⓒ 시청홈페이지

이곳에 120개나 되는 라멘집이 몰려 있다. 인구대비 점포 수가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키타카타 라멘이 삿포로의 미소, 하카타의 톤코츠와 함께 일본 3대 라멘의 하나라는 점이다. 다른 두 라멘의 본거지가 대도시이자 교통의 요충지인 데 비하면 이곳은 외진 산골이나 다름없다. 경쟁력이 없다면 전국화가 불가능한 입지조건이다.

키타카타 라멘은 면의 식감이 뛰어나고 스프가 깔끔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명도 간결하다. 스프는 연한 톤코츠 다시의 쇼유가 기본이지만 점포에 따라 시오와 미소를 취급하기도 한다. 면은 넓고 두툼한 히라우치(平打ち) 숙성면을 사용한다. 사이즈로 환산하면 12~14번으로 일본 라멘 중 가장 굵다. 맛에도묘한 끌림이 있는 것이 우리 칼국수를 연상시킨다. 

키타카타 라멘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사라(朝ラ-)라는 아침 라멘이다. 아침부터 무슨 라멘이냐 하겠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스런 일상이다. 이 라멘은 밤샘 근무나 새벽 농사일을 마친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메뉴에서 출발했다. 

돈을 벌러 나갔다가 추운 겨울, 야간열차로 귀향하는 자식의 몸을 녹여주기 위해 찾기 시작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전해진다. 요즘은 조기운동 후 아침식사로, 과음한 다음 날 속 풀이용으로 찾는 수요도 적지 않다. 관광시즌이 되면 소문을 알고 찾아온 외지 여행객들이 아침부터 장사진을 친다. 키타카타 관광물산협회에 따르면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점포가 15군데에 이른다고 한다. 

키타카타에 라멘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26년이다. 중국에서 넘어온 반(藩)이라는 청년이 겐라이켄(源来軒)이라는 야타이에서 라멘을 팔기 시작하며 역사가 시작된다. 그의 조리법을 계승한 '마코토 식당' '반나이(坂内) 식당'이 뒤따라 오픈하고 이들이 키타카타 라멘의 주류를 이룬다. 

일본의 라멘 집은 대체적으로 중화요리집 분위기가 풍기는 상호를 선호한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만은 예외다. 상당수가 ○○식당이라는 키타카타식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한다.

이곳 라멘이 주목을 끌게 된 것은 1975년 NHK가 키타카타시를 '쿠라(창고)의 고장'으로 소개하면서부터다. 방송이 나간 후 방문객이 몰려들자 시는 이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재정에 도움 될 방도를 찾았다. 이때 나온 아이디어가 지역특성을 살린 점심식사의 개발이었다. 처음에는 향토요리를 생각했지만 장소문제 등이 여의치 않자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라멘이었다. 

이때부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키타카타 라멘이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독특한 면발에 깔끔한 국물, 부드럽고 고소한 챠슈와의 하모니. 여행객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새로운 신화가 쓰여 지기 시작했다. 1983년에는 JTB(당시 일본교통공사)의 '루루부(るるぶ)'라는 여행전문지에 소개되며 지명도가 더욱 확고해진다. 루루부는 보고 먹고 논다는 일본어의 어미를 딴 조어다. 

오늘 날 키타카타의 라멘은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자 중요한 수입원으로 성장했다. 연간 17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라멘을 먹고 온천을 즐긴다. 시에서는 관련업체와 공동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품질을 관리하는 한편 라멘 박물관과 신사(神社)도 세웠다. 

2008년에는 새로운 특산품 '키타카타 라멘버거'가 출시돼 여행객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 버거는 면으로 만든 빵에 고명을 넣고 농축된 쇼유 스프를 소스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수 있는 냉동제품도 개발됐다. 

◆키타카타시와 후쿠시마(福島)현 소개

아이즈(会津)지방 북부에 위치한 키타카타는 에도시대까지 北方으로 표기했으나 메이지정부의 행정통합에 따라 喜多方으로 바뀌었다. 일본식으로 읽으면 모두 같은 발음이다. 

키타카타에는 쿠라(蔵, 창고)가 많다. 대로변이나 골목, 발길 닿는 곳마다 창고가 있다. 그 숫자가 무려 4000이 넘는다. 시 전체 인구가 4만7000여명임을 감안하면 어디에도 유례가 없을 창고왕국이다. 이 창고들은 물류용 시설이거나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품이 아니다. 대부분 주민이 살며 실제로 사용하는 복합 주거공간이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쌀과 지하수를 이용한 양조산업이 발달했다. 양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인데 키티카타는 눈 덮인 산에서 흘러내리는 특급수의 혜택을 입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사케(술)・된장・간장의 품질은 전국 톱클래스 수준이다. 창고가 많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창고는 그밖에도 일반점포·칠기작업장·저택의 담벼락·창고저택(영주가 특산물 판매를 위해 저택 일부에 창고를 시설한 건물)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곳 남자들은 40대에 자신의 창고를 짓지 못하면 수치로 생각하는 전통이 있다. 창고는 키타카타 남자들의 로망이 만들어 낸 개인 창조물이다. 

한편, 키타카타시가 속한 후쿠시마현은 일본 동북지방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 광역단체 중 홋카이도와 이와테(岩手)현에 이어 세 번째로 면적이 넓다. 지역을 크게 태평양쪽과 일본해(동해)쪽 내륙지방으로 나누는데, 인구 187만명 중 85%가 태평양쪽에 밀집돼 있다. 

내륙의 북쪽은 에도시대 아이즈한(会津藩)이 있던 곳이다. 아이즈는 1868년 메이지유신 때 막부와 신정부군이 대립했을 때 막부 측에 가담해 와카마츠(若松)성을 거점으로 격렬히 저항했다. 이때 사무라이 교육을 받던 10대 초중반 소년 20여명이 성의 함락을 바라보며 전원 자결한 사건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있다. 

후쿠시마현은 다른 지역과 달리 1극 집중현상이 심하지 않고 지역이 고루 발전한 지방이다. 임해공업·어업·온천이 집약된 이와키시, 상업과 내륙공업이 발전한 코리야마(郡山)시, 그리고 행정기능과 과일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후쿠시마시가 현의 중추를 이룬다. 이들 시에는 각각 30만 내외의 인구가 거주한다. 

◆명소 소개

△쿠라(蔵)

키타카타 시내 곳곳에 위치한 쿠라는 대부분 무료입장 가능, 양조시설이 많지만 일반점포·칠기작업장·장류저장·저택의 담장 용도도 다수, 외벽 마감방식이 옻칠·흙·기와 등 다양, 많은 시설 중 카이혼케쿠라자시키(甲斐本家蔵座敷)는 국가등록 유형문화재로 관리. 

△와카마츠(若松)성

아이즈·와카마츠(会津若松)시의 상징, 현지에서는 츠루가죠(鶴ヶ城)로 부름, 남북조시대 1384년 아시나(蘆名)가문 7대 당주 나오모리(直盛)가 세움, 1868년 지역영주가 1개월간 신정부군과 농성전 벌인 곳, 2011년 에도시대 당시의 붉은 기와로 개수, 천수각에는 아이즈의 역사자료 전시, 천수각과 찻집 공통권 ¥410. (교통편) JR 아이즈와카마츠 역 주유버스나 노선버스가 있다. 

△스파리조트 Hawaiians

1966년 오픈한 동북지방 대표적 리조트, 5개 테마파크와 3개 호텔, 세계최대 노천온천·온수 풀·골프장·공연장 등 각종 레저시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시 폐쇄 후 2012년 리뉴얼 오픈, 연간 150만명 입장, 1일 공통권 ¥3500. (교통편) JR 유모토(湯本)역 셔틀버스가 있다.

△오우치쥬쿠(大内宿)

에도로 향하는 중요도로(日光가도) 변에 위치한 숙박농가, 농업과 숙박업을 겸한 에도시대 복합 주거시설(半農半宿), 중요 전통건조물 보존지구, 일부 숙박시설로 복원. (교통편) 아이즈철도 아이즈선 유노가미(湯野上)온천역에서 택시로 10분.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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