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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법 시행령 + 개헌안 재활용…靑 친위 쿠데타 시나리오

이달 23일 국회 개헌안 표결 직후부터 유리한 때 언제든 임의로 '공사 가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5.02 10:44:57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과의 정상회담을 순조롭게 마쳤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를 확인했고 비핵화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도 조율했다. 실체가 없는 모호한 성과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미국과의 회담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이 우리 측에 상당한 호의를 보인 것은 분명하다는 풀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여당도 어부지리를 조금 할 것으로 보인다. 6월 지방선거에서 판문점발 봄바람의 도움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보수적 관점에서 '판문점 선언'을 비판하고 있는 홍준표 대표에게 각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반발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얼마 전까지 대통령발 개헌 추진에 제동을 걸었던 국회는 입장이 위축된 상황이다. 판문점에서의 정상회담 덕에 여당을 포함, 여의도 정치의 몫이 일부 줄어들고 청와대와 정부의 위상이 커지는 '컨벤션 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 정부의 힘만으로 좌초된 개헌안을 다시 밀어붙일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민투표법 개정 마지노선 넘겨 보수 야권 성토, 뒤에선… 

개헌 전쟁은 이미 단일 아이템 싸움이 아니라 국민투표법 개정 논란 등 전선이 확장되는 구도를 보여 왔다.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의 거소 등록 문제로 헌법불합치 판정이 내려졌고, 유예기간 중에 국회가 개정 처리를 하지 않아 결국 위헌 상태에 빠져들었다. 국민투표법이 고쳐지지 않으면 개헌안 이슈는 물론 다른 중요 국정 현안에 대한 국민의사 수렴도 어려워져 조만간 빠른 조치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의 동시 처리를 위해 연초부터 군불을 지펴 왔다. 국회의 대세가 대통령발 개헌 추진에 부정적인 쪽으로 흘렀지만, 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하는 등 계속 설득 작업을 진행했다.

다만 이는 기류 자체를 바꿀 문제로는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자한당은 개헌이 순조롭게 이뤄지게 되면 국민투표법 개정 역시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이라면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청와대와 여당은 자한당의 드루킹 여론 조작 논란과 청와대 인사 청탁 의혹 등에 대한 특별검사제 추진 요구를 거부, 국회 공회전 상황을 사실상 방치했다. 그러므로 지난 국민투표법 개정 시간표는 그대로 마감시한을 넘겼다.

국민투표법부터 이선 4월23일까지 고쳐야 이후 각종 수반되는 행정절차를 통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처리가 가능했다는 것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이었는데, 이를 여·야가 공동 책임으로 넘겨 버린 것. 

한편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풀이가 나온다. 일단 마지노선을 넘은 책임을 야권에게 떠넘긴 다음, 정상회담 성공 등 국정 주도권을 강화한 다음에 또다른 돌파구를 적당한 시점에, 임의대로 청와대가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이 시나리오의 구조는 이렇다.

현재 국민투표법이 전체적으로 위헌 상황에 빠진 것은 사실 제14조 제1항의 부분적 문제 때문이다.

즉, '①국민투표를 실시할 때에는 그때마다 구청장·시장·읍장·면장은 국민투표일공고일 현재로 그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투표권자 및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재외국민으로서 같은 법 제6조에 따른 국내 거소 신고가 되어 있는 투표권자를 투표구별로 조사하여 국민투표일공고일로부터 5일 이내에 투표인명부를 작성해야 한다'는 게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고 제때 수정되지 못해 결국 위헌 국면에 들어간 것.

바로 재외국민 중 투표인명부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의 제한, 즉 국내 거소 신고 필요성 부분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투표인명부 운영에 대한 행정적 권한에 대한 같은 법 제6항을 보자. 이 항에서는 대통령령의 넓은 재량을 인정한다.

즉, '⑥투표인명부 및 부재자신고인명부의 작성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한다.

상황을 정리해 보면, 국회가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는 외엔 도리가 없고 또 그 유일한 길이 야권의 이기주의로 막힌 것 같지만, 바로 이 조항에서 정한 '대통령령 수정'을 활용해 돌파할 수있다는 것. 쉽게 말해, 거소 등록을 반드시 요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다른 길을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 사정이 명확하고, 또 그 개정안 처리를 국회가 회피하는 상황인데, 이런 위헌적 법률을 대통령이 돌파할 수 있느냐의 이슈다.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일부 박사나 연구원 등은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이므로, 지금 같이 국회가 다수의 폭거를 벌이는 경우나 그 반사적 효과로 위헌적 상황이 연출될 경우 이를 방지할 방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대통령령을 통한 반격, 즉 현행 법률 규정을 영 단위의 조항으로 무력화하는 하극상 돌파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같은 입장에 서면서도 "이는 법리상으로는 몰라도,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사용을 극히 제한적으로 미뤄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유승민 국회법 논란 데자뷰? 대통령의 돌파?

반면 이를 부정하는 이들은 '유승민 국회법 개정안 파장'을 예로 든다. 한 사립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당시 국회법이 논란이 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결국 무산시킨 것이 바로 정부의 행정입법권이 국회가 정한 법률의 위임 폭을 넘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넘은 경우에 통제를 가할 수 있도록 명시적 규정을 두는가의 싸움이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서 "당시 국회 절대 다수가 이런 규제 권한이 국회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표결 결과 나타나지 않았는가?"라고 짚었다.

이어서 그는 "그런데 지금 문 대통령이 그렇게 간다면 과거 거부권 행사를 한 박 전 대통령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문제가 생기고, 촛불 정신으로 탄생한 정부로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모순에 빠진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청와대의 상황이 의미심장하다. 청와대발 헌법 개정안 띄우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부서이자 관할 팀인 민정수석실의 반응이 모호하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왼쪽)과 조국 민정수석이 SNS 라이브 준비 중이다. 이들은 청와대발 개헌 작업의 중추에 해당하는 인물들이다. ⓒ 청와대

본지에서는 민정수석실 관계자에게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 위헌 상황에 대한 국회 개정 의무 위반에 대해 제6항의 대통령령을 활용한 돌파가 가능하다는 설이 있는데 이를 검토한 적이 있는가 질의했다.

해당 관계자는 "말씀하신 부분은 경청할 만하다. 제1항과 제6항의 관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헌법의 수호자 논의(이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맡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논쟁이 끝나지 않은 채 미봉됐다)와 국회법 개정안 논쟁 등도 함께 언급했으나, 이 관계자는 검토를 했다, 혹은 하지 않았다 내지 했으나 문제가 많은 내용이라 폐기했다는 등의 '즉답'은 끝내 제시하지 않았다. 가능성 검토에 대해서는 심각한 최종 준비까지는 아니어도 일정한 검토가 있었으며 민감성 때문에 부정도 긍정도 하기 어려움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런 국민투표법 우회 이슈를 가동할 경우, 지금 마련됐던 개헌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 혹은 극히 일부 포인트만 고쳐(먼지털기 식 손질) 쓰는 게 가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잠정적 개헌안 좌초 상황의 원인과 책임을 어떻게 보든. 민의의 대변 기구인 국회가 거절한 안건을 다시 부활시켜 사용하는 게 정치도의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것.

이에 대해 "일단 국회가 일단 부결시킨 경우 혹은 중간에 좌초한 경우의 개헌안을 보관했다 동일한 20대 국회 임기 내에 다시 꺼내 그대로 혹은 일부 극소량 수정한 뒤 제출·발의하는 게 가능한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면서도 "헌법정신상 아주 특별한 조건이어야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다만 그는 "현실적으로도 부결된 개헌안을 곧바로 재발의하는 건 정치 갈등을 초래할 것이므로 (그런 상황을) 상정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예상했다.

김 교수 스스로는 대단히 신중한 입장이나 단호하게 가능성을 완전 차단하지 않는 그의 이론은 정치공학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없지 않다. 적정한 '때를 기다려' 재활용 처리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려 있고 정치 갈등면에서 반대파를 제압하는 게 가능한 시국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더욱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개헌안이 결국 좌초된 셈인데, 이를 문 대통령이 스스로 철회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질문했는데, 돌아온 답과 그 배경 전제가 대단히 특별하다. 

김종철 교수 등 난색에도 靑 고위 관계자 '의미심장 발언' 

그는 "철회는 아니다. 사실상 6월 동시 개헌운 물 건너 갔지만 대통령 발의한 날로부터 60일 안에 국회가 투표해야 한다"며 그 시한은 5월23일"이라고 짚었다. 이어서 "그때까지 아직 유효하다"면서 "설사 그게 넘어가도 20대 국회까지는 남아있는 것. 어떻게 할지는 지켜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의 좌초 국면을 지방선거와의 동시 처리가 무산된 정도로만 '한정'한 발언도 확인된다.

1일 문 대통령은 노동절 메시지에서 "노동존중 사회를 제도화하기 위해 노동기본권 강화를 포함한 개헌안을 발의했다"면서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된 것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오는 23일 국회의 투표 처리를 일단 보고 그 다음도 도모할 가능성, 즉 지방선거와 별개 트랙으로 불을 당길 여지를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그는 "개헌의 취지를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로 최대한 뒷받침하겠다"며 새 각오를 다졌다. 또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겨 이것이 개헌 밀어붙이기, 국민투표법 시행령 투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남는다. 언제 이 시한폭탄의 시곗바늘이 움직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원하는 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즉시 터질 수도 있는 고장난 시한폭탄이다. 아울러 이는 큰 문제로 지적된다. 높은 지지도와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극성 지지층의 온라인 점령 상황, 드루킹 의혹에서 보듯 여론 조작 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 국면에서 이런 일이 청와대에 의해 추진된다면 사실상 '친위 쿠데타(정권을 쥔 쪽에 더 큰 힘을 주기 위해 지지층이나 군대에서 벌이는 정변)'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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