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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M&M] 나는 루저입니다

Skid Row - Youth Gone Wild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8.04.30 17:32:09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민요 '아리랑'도 다양한 지역특색은 물론, 한국 근세와 근대의 민족사, 사회상까지 반영하고 있죠.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usic & MacGuffin(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환경과 상황을 비관하며 스스로를 패배자로 전락시키는 것은 자신이 실패한 일을 이뤄낸 사람이라면, 공정함과 상관없이 그를 승자로 인정하는 일과 같습니다. 설령, 그것이 불법과 비리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낸 성공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볼썽사납지만, 이런 선제적 패배자 마인드는 부정행위를 저지르고도 일말의 양심적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괴물을 만드는 자양분이 됩니다.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스스로 판단하기도 전에, 그것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나서서 인정해주는 꼴이기 때문이니까요. 

부정행위자는 양심적 판단을 고심할 필요도 없어질 텐데요. 그러나 도덕적 번뇌가 정지할 경우, 부정한 일이 잘못이 아니라 정당한 행위라고 오판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부정과 비리로 가득 찬 부모의 돈도 자기의 실력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말이죠. 

스물두 번째 「M&M」에서 타박할 노래는 미국 헤비메탈 록 밴드 스키드 로우(Skid Row)의 유스 곤 와일드(Youth Gone Wild)입니다. 

1987년 뉴저지 톰스리버에서 결성된 스키드 로우는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을 전 세계적으로 강타한 헤비메탈의 유행을 이끈 밴드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들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던 본 조비(Bon Jovi)의 오프닝 밴드로 사전 MC(?) 느낌 활동하면서 영향력을 키웠는데요. 강렬하고 파워풀한 느낌의 곡들은 물론 밴드의 보컬인 세바스찬 바하(Sebastian Bach)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고음은 사실 190㎝가 넘는 훤칠한 키와 잘생긴 꽃미모 때문이었겠지만 팬들의 열광을 얻는데 효과적이었습니다. 

▲헤비메탈 록 밴드 스키드 로우(Skid Row)의 공연 모습. ⓒ 구글 이미지 캡쳐


1989년 스키드 로우는 밴드명과 동일한 1집 앨범 'Skid Row(1989)'로 정식 데뷔하면서 이름도 본격적으로 알리게 되는데요. 젊음의 패기와 혈기, 일탈과 자유를 노래하면서 데뷔하자마자 이들은 최우수 헤비메탈 신인 밴드상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유스 곤 와일드(Youth Gone Wild)도 스키드 로우가 노래한 젊음과 패기인데요. 오늘은 이 곡을 이단아적 시선에서 거꾸로 풀어보겠습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었지. (…) 나는 절대로 정해진 규칙대로 살지 않아. 그런 건 신경 쓰지도 않아. 추악한 나의 악명은 어딜 가나 들을 수 있지.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나 같은 사람은 나뿐이 아니더군. 나와 같은 아이들이 많이 있었어. 우린 젊어, 그러니 손을 높이 쳐들어 봐.

원래대로라면, 비정상적인 세상과 시선에서 굴하지 말고, 자유를 함께 외치자는 단결가적 성격의 노래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오늘은 화자를 비정상인으로 보겠습니다. 


곡 중 화자는 자신이 태생부터 말을 듣지 않았다고 외치는데요. 세상의 규칙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화자의 태도는 매우 반항적이지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듯 들립니다. 그리고 그는 잘못을 고칠 생각은커녕 주위 사람들까지 동요시키고 있죠. 구제불능이네요.

사람들은 우리를 문제아라고 부르지. 하지만 우리는 도전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 끝없는 시련의 길을 걷고 있는 거야. 우리는 거친 젊음 그 자체야. 우리는 하나고 우리 모두를 위한 하나야. (…) 선생이란 작자들은 내 귀에 대고 소리치지. 커서 뭐가될 거냐고. 정장을 갖춰 입고 월스트리트 같은 곳에서 본인처럼 되라고 하더군. (…)

이 천둥벌거숭이는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있습니다. 규칙도, 조언도 귀담아 듣지 않으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은 도전적이며, 시련을 이겨내는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허세를 부리죠. 세상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태도를 본인들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화자가 이렇게나 떳떳한 이유는 군중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주위에는 반사회적 성향을 외치는 비슷한 사람들이 넘치고, 그들은 서로를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죠. 

우린 당당해. 그거 하나는 확실하지. 우린 말 그대로 젊음이잖아. 그러니 크게 소리쳐. 우리는 젊음 그 자체야.

당당하다며 스스로 주문을 걸면서 사회 속 불순분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화자는 주위의 눈치를 보며 젊음을 들먹이는 철없는 문제아일 뿐인데요.

당장은 철없는 천둥벌거숭이일지라도 자신의 탈선이 주변사람들의 인정을 삼키며 성장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 철부지는 잘잘못도 구별하지 못하는 무법자가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누군가는 흙수저 혹은 루저를 자처하면서 잠재적 무법자를 육성시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피의자는 검찰 기소로 대부분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화여자대학교 학사비리에 연루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여전히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과거, 정유라씨가 SNS를 통해 언급했던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황당한 말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틀린 말은 아니지 않냐'며 때 아닌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과거 자신의 SNS에 '돈도 실력'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 뉴스1


불필요한 옹호의 말을 줄이자면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돈 있어도 못 하는 거 있는 세상이었느냐. 다만, 그들이 누리는 모습에 배가 아팠을 뿐. 돈도 실력이란 말은 틀리지 않았다' 정도입니다. 

맞습니다. 돈도 실력이죠. 그러나 이 자발적 루저가 주장한 것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빠졌습니다. 

돈이 실력이 되려면 먼저 본인의 능력을 통해 얻어진 자본이어야 하죠. 하지만 두 필인지 세 필인지 모를 말을 사고, 정당한 성적으로 대학에 지원한 사람들을 밀어내면서 들어간 학교에 쓰인 그 돈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을 원망하라고요? 백번 양보해서 부모의 돈을 실력으로 인정하더라도 최순실씨의 돈은 실력이 될 수 없습니다. 비리, 부정, 대가, 아첨, 뇌물, 협박, 횡령… 지저분한 제목이 끝도 없이 달려있는 돈이기 때문이죠.

자발적 패배자는 한 나라를 뒤집어 놓을 정도의 큰 사건이 있을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돼 은행권에 끝나지 않을 오점으로 남을 '채용비리'로 수많은 제2의 정유라가 드러나면서 수많은 루저를 양산했습니다.

금융사의 고위 임원과 대규모 금액을 예치하거나 대출한 VIP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대학생들에게는 꿈의 직장인 은행에 꽂아진다는 게 관행으로 드러나면서 취준생들의 분노를 일으켰죠.

이 사건으로 한 은행의 수장이 사퇴하고, 금융기관을 감시하는 정부기관장마저 잘려나갔지만, 정작 부정입사자들에 대해서는 권고사직을 내릴 만한 이유가 불투명하다는 면죄부가 씌워지면서 취준생들의 분노는 일순간 부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혜성 부정 취업 등 취업 반칙의 절차까지 세세하게 밝혀졌음에도 부정입사자들은 회사를 불이익 없이 멀쩡히 다니고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괜찮나요? 정당하지 않은 취업을 부러워하는 여러분의 시선은 부정 입사자들을 당당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을 겁니다. 

실제, 부정입사자들은 '시험 보고 들어왔다' '나는 부정입사자가 아니다' '나에게 채용비리에 대해 해명할 의무는 없다'며 당당한 작태를 뽐내고 있죠.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부정입사자 무관용 퇴출법' 발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하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민관을 막론하고 구인자가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구직한 이의 채용을 무관용 원칙하에 취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뉴스1


그런데도 부정입사자를 퇴출하는 후속대책 마련에는 부진한 것이 사실인데요. 다행히 비리를 통해 입사한 사람에게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원칙으로 채용비리 적폐를 끊어내기 위한 노력들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일 겁니다. 

기존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한 사람까지 처벌하기 위해서는 인사담당자와의 공모관계를 입증해야만 해서 어려웠지만, 현재 이 공모관계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부정입사자 채용을 취소하는 제도적 법안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또 강원랜드가 지난 2013년 5268명이 응시한 1, 2차 교육생 선발과정에서 최종 합격자 518명 중 청탁리스트에 따라 관리된 부정합격자 498명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모두 퇴출을 결정한 것도 하나의 사례로 활용되고 있죠. 

채용시장의 공정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장치인 만큼 부정입사자에 대한 처분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첨언하자면, 단언컨대 청년들의 희망과 꿈을 빼앗는 채용비리에 대한 공분은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또, 채용비리의 민낯이 얼마나 들춰질지 기대를 품은 시선들이 돌아서지 않고 건재한 만큼 제2의 정유라로 밝혀진 부정합격자들도 머지않아 정유라처럼 책임을 위한 고통의 시간 앞에 놓여 질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부러움은 거두길 바랍니다. 루저는 당신이 아닌 그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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