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고] 이 땅의 수많은 '을'들을 대신해서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 | press@newsprime.co.kr | 2018.04.26 17:45:28

[프라임경제] 2014년 12월5일 직원들을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승무원들에게 갑질을 하고 항공기를 회항시킨 죄로 언론의 차가운 질책을 받으며 구속기소 됐다가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철창신세를 지게 된다. 

3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석방되었지만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어찌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내 직원을 혼내고, 내 비행기를 조금 움직였기로서니 말이다.

그런 고초를 겪는 언니를 보며 "이 원수는 꼭 갚겠다"고 하더니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언니가 경영에 복귀한 지 열흘 만에 자기감정도 제대로 조절 못하는 부족한 것 많은 어린 전무는 자기 일을 도와주고 있던 광고대행사 간부에게 '물벼락 갑질'을 저질러 피의자로 입건되고 만다. 

이로 인해 그들 가족이 그동안 저질러왔던 다른 범죄들이 모두 세상에 드러나는 사태를 맞게 된다. 결국, 그동안 경영능력과 윤리의식이 부족한 오너 일가가 꾸준히 키워온 '갑질'이라는 불씨에 조현민 전무가 기름을 부으며 대한항공을 포함한 오너 2세와 3세들이 갑질을 저질러 왔던 그룹사들의 명성이 대형화재에 휩싸이게 만들고야 말았다. 

결국, 조양호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감정 조절을 못하는 두 딸을 한진그룹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고야 말았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얼굴에 물을 뿌리는 행위는 폭행죄로 분류돼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으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지 않을까. 대한항공과 거래할 생각이 아니라면 모를까 어떻게 처벌해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언론의 질타만 받다가 남북회담 시작되면 언론에 묻히면서 국민의 관심에서 사라질 공산이 크다. 

이처럼 이런저런 사유로 오너가 자제들의 부도덕한 행실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미국 일간지 New York Times는 Gap Jil(갑질)이라는 한글 발음 그대로 된 단어를 사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결과가 어떻든 이번 갑질 논란을 계기로 '제2, 제3의 조현민'이 자라나지 못할 사회적 토양이 조성돼야만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세상에는 정말 나쁜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어떻게 물을 뿌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언론을 위시해서 경찰, 검찰, 정치권까지 나서 한마디씩 벌을 주라고 거들고 있는 것인가.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까지 반부패 정책협의회에서 "공공이든 민간이든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상대를 무시하거나 인격 모독을 가하거나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하는 것은 이제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갑질 문화는 국민 삶과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불공정 적폐"라고 언급하면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야 만다.

갑질에도 급이 있는 것일까? 이 세상에는 수많은 '을'들이 약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지금도 현장에서 돼 먹지 못한 나쁜 `갑`들로부터 상상도 못할 언어폭력과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 

이들이 매일 당하고 있는 아픔을 언론과 경찰, 정치권을 포함한 대통령이 조현민 사태의 100분 1, 아니 1만 분의 1이라도 관심을 가져 준다면 이 땅에 감정노동자라는 단어는 영원히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는 유전무죄라고 돈 없는 사람만 당했었는데 요새는 SNS로 인해 유명하거나 돈 있는 사람만 엄격하게 법을 적용받고 있는 듯하다. 특히 'Me too' 운동을 봐도 대부분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이나 인지도 높은 교수들만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며 세상 밖으로 노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지도가 없는 악성 고객으로부터 더 심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감정노동자들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화장실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잘못한 것이 있으니 신분에 상관없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법은 만인에게 공평해야 하지 않을까?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기삿거리가 된다고 여우 사냥하지 말고, 이번 일을 계기로 누구도 상대가 어디에서 근무하든 함부로 하면 벌을 받는다는 인식을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 땅의 수많은 을들을 대신해서 죄지은 사람이 벌을 받아 감정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해본다.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많이 본 뉴스

배너

프라임TV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