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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외직구 살리려 '밀수' 용인 안돼…정부, 용기 내야

과기정통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면서도 어떻게 고쳐나갈지 답 찾기 힘들어"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8.04.19 12:09:25

[프라임경제] "해외 직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주문한 것처럼 명의를 도용해 위장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 구매처럼 속여서 들여오는 밀수를 어떻게 적발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14년 정부가 꺼내든 해외 직구시장 활성화 카드에 대한 박덕흠 전 새누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의 지적이다. 당시 박 의원 외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관련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6개 품목에 한정됐던 '목록통관 대상'을 전 소비재로 확대하고,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기준에 따라 200달러, 기타 국가는 100달러 내에서 이들 품목을 구입할 경우 면세와 수입신고절차 생략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병행수입을 촉진하고 해외 직접구매의 편의성을 제고할 경우, 경쟁을 통해 수입물가를 안정시키고 소비자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이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해외 직구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세를 보였다. 실제 관세청 자료를 보면 작년 상반기 해외 직구시장 규모는 약 9억7400만달러(약 1조863억원)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가량 증가했는데 직구족 증가에 따라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당시 국회 지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안전성 검사조차 거치지 않은 '부적합 전자기기'조차 대거 유입되고 있다.

현행법은 사전통관제도를 통해 판매 목적으로 해외에서 전자기기를 들여올 경우 안전성 검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개인 사용하기 위해 1인 1기기를 들여올 경우 예외적으로 이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다.

일례로 샤오미 차량용 공기청정기(모델명 CZJHQ01RM)는 최근 전파연구원이 실시한 안전성 검사에서 전도성 장해 시험허용 기준을 초과해 부적합방송통신기자재로 분류, 정식 수입이 금지됐다.

▲샤오미 차량용 공기청정기는 최근 전도성장해 시험허용 기준초과를 이유로 부적합방송통신기자재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해외직구 및 구매대행 업체들은 구매수량을 '1개'로 제한을 두는 등 관련 법의 사각지대를 통해 판매행위를 이어오고 있다. 현행법은 '사용' 목적으로 1인이 1개 기기를 들여올 경우에만 규제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예외조항을 뒀다. ⓒ 네이버 캡쳐

전도성 장해는 전기적 연결을 통해 수신기에 들어오는 전도성 고주파 잡음이나 불요 고주파 신호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기준치를 넘어선 장해가 발생하면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차량에는 치명적 오작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 차량용 공기청정기는 현재 인터파크, G9,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을 비롯해 해외직구 및 구매대행업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11번가에 따르면, 샤오미 차량용 공기청정기는 지난달 전월보다 200% 이상 판매량이 늘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고객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하나의 제품을 배송하는 등 '개인 사용 목적'으로 둔갑해 안전성 검사도 받지 않은 채 제품을 들여오는 듯하다. 이는 법망을 교묘히 피한 '밀수'로 볼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쉽게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구매대행을 법적으로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면서도 어떻게 고쳐나갈지 답을 찾기 힘들다"고 한탄했다.

이어 "문제를 알면서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며 "우선 관련 산하기관을 통해 지속해서 지켜볼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해외직구 역작용에 대한 국회의 우려에도 활성화를 택한 정부가 이를 재차 뒤집는다면 모양새가 우스워질 수 있기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많은 저항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수개월간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전파인증 비용을 감수하고 해외 물건을 국내에 내놓는 총판업체들을 생각한다면 가벼이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이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해 '밀수'가 판치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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