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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고 친 신분증스캐너, 뒷북친 방통위

 

황이화 기자 | hih@newsprime.co.kr | 2018.04.10 15:02:56

[프라임경제] "유통망에서 여권은 신분증스캐너로 인식이 안 된다는 점을 악용해 여권으로만 개통한다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통사들이 기록을 남겨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6년 11월 이동통신 3사가 유통망에 도입키로 한 신분증스캐너가 위·변조 신분증 감별과 여권 인식을 못하는 허점을 드러내 실효성 문제가 커지자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유통망 현장점검 및 간담회에 나서 한 말이다.

그날 최 전 위원장은 본인의 신분증을 직접 신분증스캐너로 감별하며 해당 제도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로부터 1년 이상 지난 이달 5일 방통위가 또다시 신분증스캐너 시연에 나섰다. 2016년에는 신분증스캐너 도입 전 드러난 허점들이 논란됐다면 지난주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이 시연했을 때는 도입 초반부터 문제된 신분증스캐너의 빈틈을 악용한 대형 사기 사건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후다.

최근 이동통신 매장에서 신분증스캐너의 허점을 악용해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개통하는 사기 사건 발생에 약 760명의 피해자가 발생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주 고 위원의 점검 현장에서는 신분증 스캐너가 여권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특히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모바일용 신분증스캐너 앱을 시연하는데, 복사된 주민등록증조차 실제 주민등록증으로 인식하면서 참석자들을 당황케 했다.

신분증스캐너는 이동통신3사와 이들 3사가 회원사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개인정보보호' '대포폰 방지'를 취지로 2016년 9월부터 유통점에 도입하기 시작해 그해 12월 전면 시행됐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해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신분증스캐너는 도입 초반부터 빈틈을 드러냈다.

이 기계는 위·변조 신분증, 낡은 신분증을 제대로 감별해내지 못했다. 또 여권 개통 시에는 기존처럼 신분증스캐너를 안 써도 된다거나 방문판매 개통 시에는 매장 내 비치된 신분증스캐너가 아닌 모바일 앱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사각지대가 만들어졌다. 결국 이 같은 틈새가 사기 사건에 빌미를 줬다.

앞서 언급한 최 전 위원장의 발언대로라면 여권으로만 개통한 내용이 눈에 띄어 이통사든 방통위든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사기 피해자만 양산했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지난주 방통위-이통3사-KAIT-유통업계가 만나 한 차례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이들 사기 피해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히 없다고 진단하고 있어 더 안타까운 상황이다.

신분증스캐너의 사각지대는 신분증스캐너 전면 도입 전부터 논란이었지만, 방통위는 우려가 커질 때마다 직접 나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면서 유용성만 강조했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고 방통위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앞으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자연스럽게 따른다.

현장점검 후 기자들을 만난 고 위원은 '너무 늦은 대응 아니냐'는 질문에 "미안한 말씀인데 이번 기회에 문제점이 확실히 드러났고 빨리 이통사와 협의해서 보완책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뒷북 대응에 사과했다.

일단 정부와 업계는 '무용지물'로 치부된 모바일용 신분증스캐너 앱 사용을 중단한다. 방통위는 유통망 신분증스캐너 사용 실태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분증스캐너 제도는 좋은 취지에도 도입 전부터 도입 후까지 논란과 의혹이 끊이지 않는 불안정한 제도로 평가된다.

방통위 상임위 차원에서 두 번째이자, '국민 중심'을 핵심 가치로 삼은 4기 방통위 상임위가 처음 진행한 신분증스캐너 사용 현장 점검이 '보여주기식' 활동에 그치지 않고 그간의 논란과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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