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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중 기자단 폭행, 송시열 도그마 전쟁의 그림자

할 말과 못할 말 가리지 않고 상대방 절멸 꿈꾸는 풍조 개혁해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2.18 14:52:58

[프라임경제] 조선 숙종 때의 학자 윤휴는 대사헌과 이조판서 등을 지냈으나 경신환국 때 남인들이 대거 실각할 무렵에 사약을 받았다. 단순히 정쟁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니라 송시열 계열의 집요한 공격으로 '사문난적(유학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의 무리)'으로 몰렸기  때문에 이후에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문집인 '백호전서'는 일제시대에야 간행될 수 있을 정도였다.

북벌론을 강조했고, 호패법 폐지 등 사회 개혁을 추구했던 그의 구상은 정치적 반대파의 득세로 용도폐기됐다. 그러면 윤휴의 몰락은 전혀 정치적 흔적을 남기지 못했는가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를 사문난적으로 몰아 세우면서 의절할 것을 사실상 강요하는 송시열의 압박에도 윤선거 같은 이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윤선거의 아들 윤증에 이르러서는 이런 갈등이 겹쳐 결국 송시열과 등을 돌리게 된다.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서는 데 한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등을 하고, 이것이 커지면 서로 정국의 헤게모니 전쟁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죽고 죽이는 지경까지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개혁을 주장하고 주자의 가르침을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완전히 이단 즉 '사문난적'으로까지 몰아 철저히 말살하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송시열의 윤휴 처리 문제에 윤선거나 윤증이 반발한 것, 아울러 그 밑으로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한 많은 선비들이 소론이란 이름으로 결집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노론식 '도그마' 정치에 이미 그 시절부터 신물을 내는 경고 기능이 살아 작동했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조선 정치문화를 당파싸움 운운 평가하는 것이 온당치 않은 것은 이런 정신적 뿌리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놓고 평이 엇갈린다. '사드 여파의 완전 해소 길을 텄다'는 평가부터 '혼밥하면서 무시당하다 왔다'는 평가까지 극명히 갈린다. 여기에 문 대통령을 수행취재하러 갔던 청와대 출입기자 중 일부가 현지에서 중국인 경호인력에게 몰매를 맞는 상황까지 벌어져 사태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친문 성향에서는 방중 성과에 대해 박한 평가 보도를 내놓는 일부 언론에 대단히 큰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맞을 짓을 했으니 그렇지 않겠느냐'거나 '속시원하다(깨소금 맛이다)'는 식의 리플이 넘치고, 다시 보수 성향 리플러들의 '아무리 밉다 한들 밖에서 우리 자식이 맞고 들어왔는데 심지어 잘 맞고 왔더니, 너희는 중국인이냐'는 날선 반격이 뒤따르면서 상호간 인신공격 전쟁으로까지 흐르고 있다.

이 와중에 취재 매뉴얼을 준수했는지의 여부는 이미 관심이 별반 없고 기자와 언론에 대한 서운함을 이번 참에 쏟아내는 데 열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는 건 우려스럽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에 상주하는 기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성과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으니 기자단 제도를 폐지해 달라는 주장이 청원 게시판에 오르고, 방중 기자단 폭행에 즈음해서는 아예 해외순방에 기자들을 데리고 가는 관행도 없애달라는 추가 청원까지 등장했다. 각각 18일 기준 찬성자가 8만, 4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기자나 언론이 가진 병폐가 클지언정, 아예 기자단을 치워버리자는 발상을 하는 의견이 나오는 점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순방기자단이 공짜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비용을 물고 해외일정 취재 수행을 가느냐의 진실공방, 이번에 폭행당한 이들이 과연 정상적인 통제지시에 따르지 않아서 매를 벌었느냐의 진상조사 결과 같은 치사하고도 지엽말단적인 논쟁과는 격을 달리하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광복 이후로 우리 언론이 촌지 등 지저분한 관행에서 좀처럼 탈피하지 못한 모습, 독재 정권 아래서 비겁한 모습을 보인 세월이 길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논두렁 시계 논란으로 시달리다 자살을 했을 무렵, 대다수 언론 행보에 피눈물을 흘린 친노 및 친문 계열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원죄라면 원죄인 문제들이 아무리 크다 한들, 듣기 싫은 말을 쏟아내고 아예 말이 흐르는 언로를 폐쇄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는 아니다. 언로를 차단하고 언론없는 정치를 하면 그건 이미 민주적 국가, 자유주의 사회가 아니고 크기만 커다란 동호회 모임으로 갈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주장을 하고 거기 결집하는 많은 이들은 그 자신들이 이미 정치적 대립과 비판의 정도를 벗어나서 또다른 문제점으로 들어서는 게 아닌지 자기반성을 조금 해 볼 필요가 있다.

공론의 장에는 누구나 나설 수 있지만, '도그마'와 '선민사상'의 면허를 쥐고 공론의 장에 임하는 순간, 이미 민주적 사회의 시민이 아니라, '동아일보 백자광고사태 박정희'나 '언론통폐합 전두환'과 동급의 캐릭터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숙고해 주길 바란다.   

다시 윤휴 이야기로 돌아간다. '백호전서'에 말해야 할 것은 말하고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은 말하지 않아야 한다(言其所可言 不言其所不可言 언기소가언 불언기소불가언)'는 표현이 있다.

윤휴는 위의 내용에 이어 다음의 네 가지를 하지 말아야 할 말들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 자신을 과시하는 말 △ 남을 다치게 하는 말 △ 진실이 아닌 말 △ 법도에 어긋나는 말의 4개 항목이다.

옛날 진보가 멋있었다고 할 때 그 바탕으로 조선시대 선비들 같은 고집을 꼽는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윤선거나 윤증, 윤휴 같은 이들의 입과 글, 정치적 행보는 대쪽처럼 타협 여지가 없고 칼처럼 날이 서 있었지만 일정한 선이 있었다. 

그저 고집과 상대에 대한 불관용으로 흐르는 것을 선비정신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방중 성과에 대한 일방적 열광, 매맞은 기자단에 대한 혐오론을 펼치기 전에 윤휴가 말한 할 말과 못할 말의 4개 항목에 스스로 걸러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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