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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서민금융포럼의 '큰 바위 얼굴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2.06 17:24:48

[프라임경제] 이 사진은 뉴스보도사진으로는 대단히 잘못 찍은 경우입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단상에서 발언하는 연사의 얼굴이 청중의 머리에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심지어 PPT 발표 화면도 그냥 하얗게 잡혀있어 구체적 내용은 전혀 짐작이 어렵기까지 합니다. 원래 저렇게 앵글이 잡히면 앞으로 전진을 하든, 줌을 당기든 그래도 이상하면 각을 올리든 해서 다시 찍어야 합니다. 그래서 원래 기사를 쓰는 게 본업무인 펜기자들이나 '(농담삼아 부르기로는) 큰 바위 얼굴' 뒤에 앉을까, 사진기자는 아예 저런 자리를 피해 자리를 잡습니다.

▲ⓒ 프라임경제

다만 저렇게 중요한 장면의 일부를 다른 장애요소(?)가 가리는 것을 반겨 찍을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저 장면은 과다채무 경험자가 자기 경험을 소개하러 어렵게 단상에 오른 경우입니다. 5일 서민금융연구포럼이 주최한 '신개념의 서민금융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재무상담을 통한 채무조정·재활로 어려움을 벗어난 실제 사례 발표자들이 초청됐는데요. 행사에는 꼭 필요한 경우지만 개인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자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현장 분위기를 살린다고 과다채무 경험자의 얼굴이 나타난 사진을 쓰는 건 도의가 아닙니다. 이런 때는 아주 예외적으로, 큰 바위 얼굴을 만난 것이 고맙게 느껴지지요.

말 나온 김에 큰 바위 얼굴 이야기를 좀 더 해 볼까요? 큰 바위 얼굴이 얼굴이 좀 큰 사람을 놀리는 명칭으로 사용되지만, 그건 그만큼 원작이 유명한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주홍글씨'로도 유명한 미국 작가 너새니얼 호손이 지었다고 하죠. 자연 현상이 빚은 큰 바위 얼굴을 보며 살아가는 계곡 마을과 그 주변 인간 군상의 다양함을 이야기하면서, 겸허하게 살면 스스로 그렇게 된다는 교훈을 준 작품인데, 아르헨티나 소설가 보르헤스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연구자가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연구대상을 닮아간다는 테마를 다뤘다"고도 평가했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진 속 인물 외에도 서민금융연구포럼에는 상당히 많은 큰 바위 얼굴 후보군들이 자주 목격됩니다. 금융계나 관계, 관련 학계에서 일하다 은퇴하거나 혹은 현직인 인물들 중에 서민금융 이슈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모여든 곳이기 때문이지요. 불법사금융 추방 같은 '하드한' 현장 문제부터 저금리가 오히려 서민금융에 도움이 안된다는 신선하고 어렵기까지 한 연구 분야까지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직 금융감독원 선임국장(조성목 회장)부터 시중은행 지역본부장 출신(이상권 부회장) 등 다양한 이들이 모임을 이끄는 점을 기초로, 희망 만드는 사람들·사회연대은행 등의 서민금융 일선관계자들이 단골로 참석해 생생한 현장 이슈들을 발굴, 발표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안정적이고 소득과 명예도 보장되는 주요 금융업체나 유관기관에서 평생 살던 이들이 새삼 퇴직 후에 상대적으로 빛이 나지 않는 이슈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젊은 모임 참석자들의 경우는 아예 그런 좋은 직장을 중도에 박차고 나와 서민금융에 봉사하는 곳들로 이직한, '이상한 선택을 한' 이들이 많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는 금융에서 소외된 서민에 관련된 각종 연구나 지원 방안 대책 검토 등의 역사가 극히 짧다고 합니다. 역할 모델이나 참고 자료도 부족해 아직 일본 등 외국 사례도 많이 참조하고 있죠.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매달리는 단체가 생기고 활동참여자들도 점차 늘고 있는 만큼, 언젠가 한국의 서민금융 지원 분야에서도 걸출한 큰 바위 얼굴이 배출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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