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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코오롱 ③ '가족분쟁의 교훈' 장남 이규호의 존재감

'포스트 이웅열'의 주인공, 벤처캐피털 심취 이유는?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7.12.05 16:23:17

[프라임경제] 2015년 기준 대한민국에는 1만2460개의 기업이 존재하는데 이 중 대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상위 0.1%의 몫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세계 유례없는 독특한 DNA를 품고 있는데, 창업주 일가의 개인적 성공에서 태동했다는 것이다. 속도전과 다름없었던 근대화의 역사 속에서 차고 넘쳤던 기회를 거머쥔 이들은 '재벌'로 불리며, 성장과 승계를 거듭해왔다. [기업해부]는 창업주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자 후계자의 손을 통해 새롭게 디자인된 현재, 또 미래의 가치를 톺아보는 과정이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집계한 국내 대기업 통계자료를 보면 코오롱은 상대적으로 총수의 그룹지배력이 높다.

자산규모 9조6400억원 상당의 코오롱그룹에서 이웅열 회장 본인 5.98%를 포함해 혈족과 친인척 지분을 모두 합쳐도 6.15%에 불과하지만 각 계열사 출자분이 69.21%에 달해 이 회장 일가의 우호지분은 75.99%까지 치솟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55개 기업집단 평균 58.02%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무엇보다 그룹을 지배하는 지주사 ㈜코오롱의 총수 지분율이 47.38%로 코오롱 1인자가 이웅열 회장임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1.5세 경영인이었던 부친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85년부터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쌓았던 이 회장은 이처럼 강력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열정적인 현역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15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평범한 근로자의 평균 은퇴연령은 52.6세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작년에 환갑을 넘긴 이웅열 회장에게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아들 귀한 집' 코오롱의 가족분쟁 흑역사

물론 이웅열 회장을 이어 코오롱의 소위 '제4의 전성기'를 이끌 후계자는 이미 공개된 바 있다. 이웅열 회장은 부인과 사이에서 1남2녀를 뒀고 지난달 26일 장남이 임원인사를 통해 2년 만에 상무 직함을 달았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장남 이규호 코오롱 상무. ⓒ 프라임경제 DB

외아들 이규호 상무는 1984년생으로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군 복무를 마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인더) 차장 직함을 달고 입사해 구미공장을 지키며 경영수업을 시작했으며 2013년 코오롱글로벌 부장으로 영전했다.

이듬해 다시 코오롱인더 상무보로 승진한 그는 역시 2년 만인 올해 지주사인 ㈜코오롱의 전략기획담당 임원으로 입지를 굳혔다. 재계에서 일컫는 오너 3·4세의 '2년 승진규칙'과 맞아떨어지는 행보다.

코오롱은 LG와 함께 장자승계 원칙이 엄격한 가풍으로 유명하다. 이웅열 회장의 부친인 故 이동찬 명예회장을 비롯해 워낙 아들이 귀한 집안이라는 점과 과거 이 명예회장과 숙부 이동찬 회장의 경영권 다툼의 후유증 때문이다.

1972년 이 명예회장은 당시 그룹 주축이던 한국나일론과 한국폴리에스텔의 업무통합을 추진했었다. 당시 창업주인 이원만 회장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었고, 동생인 이원천 회장이 조카의 통합추진에 반기를 들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재계에는 이 회장이 정치권에 입문한 형 대신 그룹 경영권을 욕심내고 있다는 소문이 적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두 회사가 통합될 경우 이원천 회장의 꿈은 희망사항으로 끝나는 탓에 양측은 합작사인 일본 도레이와 임직원들까지 갈등전선에 합세하며 4년 가까이 격렬한 분쟁을 벌였다. 그렇지만 1976년 이원천 회장이 본인 몫의 두 회사 지분을 받고 그룹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것으로 가족싸움은 일단락됐다.

이듬해 1월 이원만 창업주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이동찬 명예회장에게 그룹 전권이 돌아갔는데, 이후 이원천 회장과 이 명예회장의 이복동생 이동보씨 등 방계가 줄줄이 사업실패에 실패하면서 코오롱의 장자승계 원칙은 완전히 정립될 수 있었다.

코오롱이 혼맥으로 엮인 사돈기업과도 경영과정에서 철저히 선을 긋는 것 역시 과거 가족분쟁이 남긴 상처 탓이라 할 수 있다.

◆'상무 등판' 이규호 벤처캐피탈로 승부수?

4세 승계의 주인공인 이규호 상무의 경영자질과 향후 승계방법을 두고 재계의 관심이 높다. 현재 코오롱은 명실상부 이웅열 회장의 왕국이고, 이 상무의 지분은 극히 미미하다. 원칙대로라면 이 회장은 수천억원 상당의 상속(증여)세를 부담하며 장남에서 회사를 물려주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한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이 상무가 CVC(기업주도 벤처캐피털)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투자를 업으로 하는 코오롱이노베이스 설립에 직접 참여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코오롱의 사내 벤처캐피털(CVC) 코오롱이노베이션의 지난해 투자집행 현황. ⓒ 더브이씨(TheVC)

CVC는 대기업이 투자주체가 되는 벤처캐피털(VC)의 일종이다. 중요한 것은 주로 모기업과 관련된 분야의 스타트업을 투자처로 삼는다는 점이다. 향후 인수합병(M&A)이나 기술이전 등을 통해 사업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재무적 투자자로서 바닥을 다지는 셈으로 재무성과 위주의 기존 VC와 차별화된다.

이 상무가 CVC 경영에서 큰 성과를 거둔다면 향후 승계구도에서 물리적, 심리적으로 상당한 이점이 되기 충분하다. 다만 코오롱이 이미 코오롱인베스트먼트라는 자체 VC를 운용 중인 상황에서 옥상 옥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는 2000년 3월 설립됐고 코오롱의 홍콩 계열사인 '코오롱 차이나(HK) 컴퍼니'(KOLON CHINA (HK) COMPANY LIMITED)와 이웅열 회장이 각각 87.5%, 12.5%의 지분을 보유한 업체다.

포스코기술투자, LB인베스트먼트, 한화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손꼽히는 대기업 계열 VC로 지난해 '코오롱 2015 회수시장활성화 투자조합' '코오롱 2015 K-ICT 디지털콘텐츠 투자조합' 등을 통해 총 510억원 규모를 펀딩했으며 한화인베스트먼트(430억원)에 이어 작년에 329억원을 벤처조합을 통해 투자하는 등 활발한 투자활동을 벌였다.

이에 비해 코오롱이노베이스는 이 상무가 작년부터 이끌어온 사내 태스크포스(TF)를 전신 삼은CVC로 지난해 4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아직 설립 초기인 만큼 규모는 크지 않지만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곳이 투자처가 돼 이 상무의 관심사를 짐작케 한다.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제공업체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코오롱이노베이스는 AI 접목 온라인 메신저 개발사 '플런티'와 클라우드 퀵서비스 스타트업 '퀵퀵' 등 두 곳에 투자했다. 이들은 NHN인베스트먼트, 삼성전자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투자유치에 성공한 유망주다.

나일론 섬유부터 시작해 패션과 화학, 건설업까지 사세를 확장한 코오롱. 최근 티슈진을 앞세운 바이오 신약사업으로 전환기를 맞은 코오롱그룹의 '포스트 이웅열'을 이끌 이규호 상무는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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