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농협, MB 자원외교 들러리로 조합 돈 160억 날려"

김현권 의원, 농협·산은·수은 해외자원 펀드투자 내막 공개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7.11.13 11:55:36

[프라임경제] 산업은행과 농협중앙회가 이명박 정부 당시 수천억원대 해외자원 투자실패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과 군의 여론조작 의혹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든 상황에서, 이른바 'MB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으로 검찰 수사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주목할 내용이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8년 국내 최초의 사모 유전펀드인 '마이애셋 텍사스 하이엔드 유전 특별자산 1호'(이하 마이애셋 1호)와 2011년 산업은행 주도의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이하 트로이카펀드)가 작년까지 총 3300억원에 이르는 투자손실을 냈다고 최근 밝혔다.

▲김현권 의원은 2008년과 2011년 각각 해외유전(셰일가스) 개발 사모펀드에 투자한 국책은행들과 농협중앙회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내는 과정에서 미심쩍은 정황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펀드 운용 중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손을 놓고 방치해 3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날렸다. ⓒ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무엇보다 투자프로젝트가 깡통으로 전락하는 동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농협중앙회(농협) 등 직접 투자에 나선 금융사들이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조합원 쌈짓돈 수백억 '고위험투자'

심지어 농협은 조합원이 조합원들이 단위농협에 맡긴 쌈짓돈이자 가장 보수적으로 운용해야할 상호금융자금까지 투자해 160억원을 날린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08년 농협은 에너지홀딩스그룹이 마이애셋자산운용(현 코레이트자산운용)을 통해 출시한 마이애셋 1호에 상호금융자금 172억원을 투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모 유전펀드라는 상징성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강화정책에 힘입어 유명세를 탔는데, 당시 세계 19위 규모의 캐나다 석유회사 엔카나(EnCana)가 운용하는 텍사스 유전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농협과 함께 동부화재도 같은 금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수익률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2008년 5월 천연가스 국제가격(헨리허브 기준)은 MMBtu당 14달러대였지만 1년여 만인 이듬해 7월 3달러 선까지 폭락했고 펀드 수익률은 5년 만인 2013년 3월 –45%까지 추락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이 탄력을 받으면서 시세가 하락할 것이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랐지만 투자를 밀어붙이면서 벌어진 결과였다.

더욱이 농협이 끌어다 쓴 172억원은 절대 보수적으로 운용돼야할 자산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특별회계는 단위 농·축협으로부터 위탁받은 자금으로 농협이 탄생한 이후 철저히 위험을 피해 보수적으로 운용돼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 수익성과 안전성을 모두 검증한 다음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인데 지금까지 유례도 없었던 해외자원개발 펀드에 다른 금융사보다 훨씬 서둘러 뛰어든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농협은 몇 차례 셰일가스 가격이 반등해 손절매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지난해 MMBtu당 2달러대까지 시세가 추락하자 160억원을 잠정손실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에 농협중앙회 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매각결정은 전적으로 운용사(코레이트자산운용) 결정에 달려 있었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각 여부를 거론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수백억원대 해외투자 과정에서 위험헤지(hedge)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금융사로서 기본적인 의무조차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실제로 마이애셋 1호의 기술·투자자문사로 나선 에너지홀딩스그룹은 2004년 2월 설립된 이후 2년 가까이 특별한 사업실적이 없고, 지난해 코레이트자산운용으로 사명을 교체한 마이애셋자산운용은 자기자본 100억원 수준의 중소형운용사다. 보수적인 농협 자금을 믿고 맡길 정도의 실적과 노하우가 담보됐다고 보기 어렵다.

일련의 투자실패는 지난해 주진우 시사인(in) 기자가 보도한 210억원 캐나다 대출사기 사건과 함께 이명박 정부와의 연결고리가 의심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과 더불어 최원병 전 회장 재임시절 농협중앙회가 자주 언급된 만큼 수사 착수 여부와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농협은 예고편, 본게임 주인공은 산은"

김 의원은 마이애셋 1호의 투자실패가 이듬해 지식경제부가 산업은행을 GP(위탁운용사)로 네세워 추진한 트로이카펀드의 '예고편'이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10일 김현권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트로이카펀드는 2011년 산업은행이 위탁운용을 맡고 SK에너지와 삼천리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조성한 3300억원 규모의 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동으로 출국하고 있다. 그 뒤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지난 6개월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 주재 외교사절 등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 뉴스1

펀드는 그해 12월 2억 달러를 들여 미국 텍사스 가스정 490개를 인수했는데 불안정한 천연가스 시세에 휘둘리며 3년 만인 2014년 펀드평가액은 반 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물론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천연가스 시세가 서서히 상승세를 타던 2013년 3월에는 MMBtu당 4달러50센트, 2014년 들어 5달러 선까지 회복하면서 2013년 말 기준 펀드의 평가손실은 159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다만 산업은행이 실제 펀드를 청산한 것은 작년 5월로 손실 규모는 30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또한 산업은행이 트로이카펀드를 조성하면서 수출입은행에 출자를 독려하고 손실을 방치해 사실상 '갑질'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2009년 12월 산업은행의 권유에 따라 트로이카펀드에 총 334억원을 투입했고 현재 손실 규모는 319억원 상당이다. 원금 대부분을 날린 셈인데, 산업은행이 처음부터 수출입은행에 '묻지마 투자'를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자료에 따르면 트로이카펀드는 블라인드펀드, 즉 투자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은 채 펀드를 설정하고 마땅한 투자처가 확보되면 투자하는 구조다. 수출입은행으로서는 투자타당성 검토를 전혀 할 수 없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단순투자자(유한책임사원)인 수출입은행은 투자타당성 평가와 심사, 투자대상 선정에도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며 "산업은행 등 펀드운용사들은 2009년 12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5년 동안 운용보수로만 179억원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펀드 손실 규모가 공개되면서 펀드조성부터 운용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정황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면서 "당시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정책으로 농협중앙회는 물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앞 다퉈 손실을 떠안은 것은 전형적인 관치금융의 폐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감사원에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하는 등 전 정권에 대한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감사원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 청와대 파견 직원 수가 박근혜 정부의 두 배 수준인 8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역시 지난 9월부터 BBK 의혹과 사자방 비리 관련 특별수사팀 구성을 마쳤다는 전언이 나와 구체적인 관련자 소환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배너
배너

프라임TV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