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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重 오너家…강화할 것은 지배력 아니라 사건사고 예방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11.07 17:20:12

[프라임경제] "나는 현대를 가장 큰 회사보다는 가장 깨끗한 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가 가장 깨끗한 회사를 만들면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신력을 갖고 가장 효율적인 회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83년 현대그룹 간부 특강에서 고 정주영 현대중공업 창업주(현대그룹 명예회장)는 이같이 말했다. 그가 '건전한 기업정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정 명예회장의 마음은 현대중공업의 경영철학에도 배어있다. 

그러나 현재 현대중공업의 경영철학에 대한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이유는 사내 성추행이나 근로자 투신사망 등의 사건사고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현대중공업은 마치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따르는 것처럼 비친다는데 있다. 더욱이 온갖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현대중공업을 꾸미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이 근로자들의 신체적·정신적 안전은 뒷전으로 미루면서 비용절감에만 신경 쓰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현대중공업 특유의 권위주의적인 사내문화가 쌍방향 소통보다는 여전히 일방적인 명령 중심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물론, 앞서 지난 2014년 경영악화에 빠진 현대중공업의 구원투수로 나선 권오갑 당시 사장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수행하겠다며 본인부터 회사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보수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나선 적도 있다. 최길선 회장과 강환구 사장 등을 포함한 전 계열사 경영진들도 긴축경영에 들어간 이래 현재까지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을 소유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오히려 회사의 구조조정 덕에 이득을 보고 있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4월 현대중공업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유 삼아 비주력 사업부분에 대한 인적분할을 통해 4개사 분사를 실시하고 그중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세우는 과정을 진행했다.

노조는 지주사 전환이 정 이사장의 지배력 강화 및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단이라고 거세게 반발했으나 결국 분사를 막지 못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정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중공업 지분 10.2%는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현대로보틱스 지분 25.8%로 탈바꿈됐다.

정 이사장의 장남으로 현재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을 맡은 정기선 전무는 현재 겉으로는 회사에 대한 주식이 거의 없는 상태지만, 정 이사장의 지분이 충분히 확보되면서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확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실제로 그럴 의도가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구조조정을 통해 오너가의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강화됐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측의 눈에도 불공정해 보였는지 현대중공업을 예로 들며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자기 주식을 이용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정작 장기화되는 구조조정에서 유일하게 이득을 보는 인물들은 오너 일가뿐이라는 사실에 대해 귀를 막고 눈을 감는 모습을 보인다. 이 사이 노사의 갈등은 점점 깊어졌다.

현재 2년째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매듭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측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기본급 반납 등 노조에게 고통분담의 필요성을 호소하며, 임단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강성 노조가 경영권 등 회사 정책에 대한 논쟁에 지나치게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중공업에게 지금 필요한 태도는 고통분담의 필요성을 노조에게 일방적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다. 각종 사건사고의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통해 '깨끗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정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바로세우는 자세가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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