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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붉은 건륭제' 자만에 취한 習, 꼬이는 한-중 공동성명?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26 13:02:10

[프라임경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 연임에 성공, 일명 집권 2기가 출범한 가운데 '사드 갈등'을 해결할 '출구전략'이 마련될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양국간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장 내달 10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공동성명이나 합의문을 내는 것을 목표로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사드 문제가 중국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을 인정하라는 식으로 중국이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대등한 입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이뤄지는 대신, 일단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구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이는 시 주석의 집권 2기 다지기를 두고 청나라 건륭제를 연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과 겹쳐 해석해 볼 때 대단히 신빙성이 있어 걱정의 강도 또한 높이는 대목입니다.

시 주석의 집권 2기 확립과 건륭제를 비교하는 것은 우선 '중국의 전성기' 확보, '장기집권' 등의 측면이 있습니다. 건륭제는 60년간 황제 자리에 있었던(60살을 살았다는 게 아니라 재위 기간만) 인물로, 할아버지 강희제와 아버지 옹정제에 이어 청나라 최전성기를 구가했다는 평을 듣습니다.

현재 중국 당국의 추산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80조위안(우리 돈 약 1경3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GDP가 일본의 그것에 2배에 이르는 셈이죠.

장기집권 측면은 5년차에 후계자를 세우는 그간의 중국 공산당 관례를 깬 점, 상무위원 교체를 대거 자기 측근그룹으로 한 것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번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 다시 장기집권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 주석의 집권 2기 관련 발언들 중에 대단히 중국 중심적이고 독선적인 요소들이 엿보인다는 점입니다. 건륭제의 경우 '십전노인(十全老人:열 차례 전쟁에서 이긴 노인)'으로 자신을 부르는가 하면 건륭제 등의 치세를 평가하면서 '대공지정 협화만방'(大公至正 協和萬邦:공평하고 바르게 다스려 온 세상을 평화롭게 함)이라고 미화하는 등 청나라의 막강한 국력에 대한 자부심이 과도했다고 하죠.

시 주석은 이번에 자기 이름을 딴 정책을 공산당 당장(당의 헌장)에 삽입하는 이례적 지위를 누렸습니다. 이른바 시진핑주의라고도 부를 만한 것인데요. 그 정책 기조를 드러내는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건륭제 어진. ⓒ 베이징고궁박물관

우선, '신시대'와 '마르크스주의' 강조입니다.

24일 당대회 연설에서 "신시대 진입은 근대 이후 고난을 겪었던 중화민족이 떨쳐 일어서 부유해지고 강대해지는 비약을 거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빛나는 미래를 앞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그는 주장했는데, 신시대라는 어휘가 이날 연설에서 36회 거론됐다고 집계됐습니다.

덩샤오핑의 개혁 추진 이래 사문화된 단어였던 마르크스주의도 16차례 언급돼 눈길을 끌었죠. 자본주의를 접목하긴 했지만, 서구식 개방과 모순 수술을 하지 않고 중국식 공산주의를 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으로 읽힙니다.

덧붙여 "아편전쟁 이후 능욕당했던 옛 중국과 오랫동안 가난하고 약했던 중국인, 중화민족의 비참한 상황을 완전히 바꾸었다"며 현재의 중국 상황과 위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다음날인 25일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발언은 더 자화자찬 성격이 강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전면 종엄치당(엄격한 당 관리라는 뜻)을 하고 있다"고 높게 자평한 다음에 개혁과 개방, 경제 발전,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을 핵심으로 하는 집권 2기 구상을 강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의 강력한 위상에 만족하지 않고 한층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며, 중국과 공산당은 지금까지의 정치나 경제 모순을 고치기 보다는 스스로 절대적으로 옳다는 확신을 내외적으로 천명한 셈입니다.

이런 점들이 결국 나는 대단하다, 우리 선조들이 이끌어 온 청나라 정치는 대단히 바르고 깨끗하다는 식으로 자만이 하늘을 찔렀던 건륭제와 시 주석의 공통점으로 요약되는 것이죠.

이게 왜 우리에게 특히 문제이자 공포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냐면, 스스로를 강하기 짝이 없다고 인식하는 상대와 대면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더욱이 그 상대가 바로 자기가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자기최면을 일상화하고 있는 존재라는 점까지 겹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국이 우리에게 사드 문제 출구전략 모색 등을 타진하면서 각종 옵션을 요구하는 것은 냉정한 외교안보 환경의 악용이나 유연한 줄타기 등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집니다.

이러면 협상에서의 주고받기가 대단히 어렵고, 굴욕적인 결론이 나올 가능성마저 높습니다. 가장 유력한 방어책은 우리가 내부적인 이유로 이런 강하고 억지스러운 대화 상대에게 틈을 노출하는 자책골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느긋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일이죠. 북핵이나 정쟁 문제로 중국과의 사드 협의, 더 나아가 양국간 정상회담을 빨리 하고 싶다는 '내색'을 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다는 식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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