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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론, 오히려 호재?' 김동연의 '국가신인도 시험' 성공하나

경제 펀더멘탈 뿐만 아니라 '정성평가'까지 고려…쉽지 않은 설득작업의 종합예술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12 08:33:26

[프라임경제] 김동연 부총리는 이번 방미 일정 중 다양한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의 사전정지 작업과 정보 수집,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해소는 물론 국가신용등급도 매만져야 한다. 무디스(Moody’s)부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Fitch)의 3대 글로벌신용평가기관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김 부총리에게 주어진 일과 상황은 쉽지 않다. 이른바 쇼윈도 효과를 극대화해 '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을 띄워야 한다. 다만 그는 이들 개념의 드리블만 맡는 선봉장이 아니라 경제구조 전반을 지휘해야 하는 역할이다.

한국 경제 전반이 튼튼하다는 점을 강조해 대외적 변수, 즉 저평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성공하면 그는 그 쇼윈도 효과로 우리 경제를 돌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시간과 양분을 벌어주게 된다. 순환고리를 맡은데다 책임도 막중한 일이 주어진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FTA 개정 이슈나 환율조작국 논란은 무역 측면의 중요변수이긴 하지만 '현상유지'를 위한 방어 문제에 가깝다. 문제는 국가신용등급 관리 영역이다. 국가신용등급이 흔들리면 혁신성장을 도모해 볼 토대가 허락되지 않는다.

한국은 현재까지의 경제 우등생 역할을 모두 부정당할 상황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렇잖아도 북핵 논란으로 외국 투자자 불안이 높은 상황과 맞물리면 심각한 마이너스 시너지를 각오해야 한다. 이 의구심을 풀어주기 위해 김 부총리는 글로벌 시험대에 선다.

홍준표 '소득주도 성장론=사회주의 배급경제' 공세 온당한가? 

한국은 지금 재정부담을 넘어서는 복지에다 소득주도 성장 기치 아래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도모하고 있다.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적용 범위 확대,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 생산성 제고를 위해 도입했던 성과연봉제 폐지 등 노동 이슈도 휘몰아치고 있다.

9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추석연휴간 둘러본 민심 소개라는 명목으로 문재인 정부의 그런 여러 정책들을 전면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업자들이 지금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포문을 연 뒤 "(비정규직의 정규직 등) 시장 질서에 맡겨야 할 일을 대통령의 명령 하나로 지금 강제로 추진되고 있다""노조공화국을 만들어가고 있다""소득주도 성장론으로 사회주의 배급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환능력과 의지의 평가, 국가신용등급 이슈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숙제이자, 이번 정권 경제정책론 전반이 평가대상이 되는 중대국면이다. ⓒ 뉴스1

안에서조차 갈등이 비등할 지경이므로 밖에서 한국을 볼 때 당연히 불안할 수 있다. 이런 불안감은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국가신용등급은 외채에 대한 상환능력 즉 경제적 객관지표가 우선 중요하지만, '정성적 평가'도 근래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갚을 능력만 보다 갚을 의지도 보는 쪽으로 진화했다기 보다는, 갚을 의지를 어떻게 갖고 있고 이것이 객관적 능력과 복합돼 어떤 방향으로 그 나라 경제를 움직여갈 지를 고려해 넣는다고 볼 수 있다.

상환의지 여부, 경제개혁의 의지 등 개념을 사용해 가며 각 신용평가기관들의 결정 분석 결과와 향후 방향에 호들갑스러운 분석을 하는 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유다.

예를 들어, S&P는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1개 등급 하향 조정했다. 기축통화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해 버린 이유가 놀랍다. 원인은 막대한 예산 적자와 부채 부담 등. 부채의 상환능력보다 상환의지 부족이라는 위험 요인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사용했다.

올 들어 항상 높은 신용등급을 차지하던 석유부자 사우디아라비아도 등급을 강등당했다. 이런 사례들을 잘 살펴보면, 돈이 있고 이를 풀어 경제의 경색 위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치료로 보면 '대증요법')은 있고 그 실행력도 충분하나, 어떤 본질적 해법과 의지를 갖고 있는가('근원적 수술' 치료법)에서는 후한 답을 주기 어렵다는 게 발견된다. 장애물을 넘지 못하거나 넘을 의지가 발견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컸던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 의지 등으로 신용등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국가를 개혁해 차세대 성장엔진을 키우고 미래를 꾸려가는 도전 의지가 약한 것은 문제가 된다. 반면 이것이 충만하고 기존에 가져놓은 경제 펀더멘탈도 적당하면 가산점을 얻을 수도 있는 셈이다.

여기서 문제가 2개 발견된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의 개념이 아직 확고하지 않다는 의혹이 있다는 점이 첫째다. 둘째, 이런 개념을 밀고 나가면 과연 글로벌 부채를 상환할 의지와 능력을 기르는 데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논란이 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5월 민주당 외곽조직인 더미래연구소의 토론회는 '소득주도성장과 정책과제'란 기조발제로 시작됐다. 부경대학교에서 일하던 홍장표 교수가 핵심 발언자로 부각됐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수면 위로 드러난 순간이다.

그가 이후 정권 교체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경제수석이 됐고, 실제로 정책 기조에 입김을 강하게 넣고 있다. 다만 이 기조에서 정책들을 밀고 나가면 위의 각종 지출 부담 논란에서 당장은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정책의 당위성과 밝은 전망을 강조하는 게 김 부총리의 역할이다.

돈을 마구 찍어 대증요법으로 경제를 돌리겠다는 미국 등에게 후하게 국가신용등급을 줄 수 없다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관점에 아예 사회주의 내지 포퓰리즘을 하는 한국으로 비쳐진다면, 당연히 등급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요컨대 소득주도 성장론, 혁신성장 관념은 상환능력과 의지를 갉아먹는 해충이 아니라는 설득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 오히려 이를 강화하고 돕는 익충에 가깝다는 점까지 설득력있게 전파하면 더 좋다.

한국, '노동개혁'·'비지니스 프렌들리' 집착 접을 골든타임 

소득주도 혁신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라거나, 한국에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가 높은 데에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현실, 수출 위주 대기업이 강하고 중소기업은 지나치게 약한 점 등도 작용한다.

이런 우려를 반박, 설득하려면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만이 답이라는 설명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과거 우리가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해 온, 노동생산성을 밑천으로 대기업과 수출 중심 경제를 돌려 위기를 깨고 나가자는 주장보다 왜 새롭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듯한 정책이 더 우수하고 좋은지의 설득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선진국 중 드물게 지난 10년간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이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2017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가 그런데, 이러한 하락세에 대해 만성적인 노동시장의 비효율과 금융시장 미성숙 탓 등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노동시장 효율성 순위는 지난해 77위에서 올해 73위로 조금 올랐지만, 노사 간 협력(130위), 정리해고비용(112위) 등이 나쁘다는 점을 강조하는 측의 판단기저에는 노동개혁(해고유연화 등을 강조하는)이나 비지니스 프렌들리 등이 작용한다.

그러나 WEF는 한국이 그동안 우위에 있었던 혁신역량도 점차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으면 국가경쟁력이 '노동'의 개혁 중심으로만 좌우되는지 회의적이다. 노동개혁을 외치는 이들의 주장이 '도그마'로 변질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재계의 혁신역량을 반영하는 '기업혁신 순위'는 지난해 20위에서 18위로 2칸 상승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추세는 하락세다. 상승하고 있는 아시아권과는 대조적인데, 2012년과 2017년 기업혁신 부문 순위에서 한국이 16위에서 18위로 내려앉을 때 중국은 33위에서 28위, 인도는 41위에서 29위, 인도네시아는 39위에서 31위로 승승장구했다는 것.

이번 WEF 지표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 인적자본 투자 확대와 혁신성장 등 패러다임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응원 성격의 지적이라고 판단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임금지불여력을 높이는 혁신, 자영업자 소득안정과 사회보장을 확실히 집행하겠다는 약속이 국제경제영역에서 먹혀들 틈이 조금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 큰 그림이 산타클로스 정책으로만 평가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 또 결코 그렇게 변질되지 않도록 할 의지가 확고하게 있다는 점이 강조되기 적당한 시험 시즌이다. 상환능력과 상환의지의 시험이라는 과목, 국가신용등급이라는 이름의 시험장에 소득주도 경제론·혁신성장 화물을 실은 김동연 기재부호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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