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김동연 방미 해설] 盧-文 정권의 데자뷰…'쇼윈도 효과'의 남자들

정권 철학 본질 흐리지 않는 선에서 '화려한 기능 발휘'…김동연 방미 효과, 김광림 넘을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11 18:12:25

[프라임경제] 환율조작국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챙기기까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어깨가 무겁다. 북한 위기가 한반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 공방전도 그에 못지 않은 화두다. 이런 가운데 그가 11일 미국 여행길에 올랐다.

외교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청와대와 여권이 수세에 몰린 게 아니라, 청와대는 사실상 경제 패러다임 본격적 수술을 무기로 난국을 해결해 나가고 싶어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 점에서 김 부총리의 역할이 막중하다.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을 띄워 경제구조 전반을 개혁하고자 한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개념이 '혁신성장'이다.

우선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을 '노동소득분배'라고 재정의하고 "실증분석 상으로도 경제성장의 핵심 채널보다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인적 자본과 관련해 성장에 의미있는 요인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계성에 대한 우려를 덧붙인 바 있다.

그러나 굳이 이런 견해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 제대로 기능을 할 때까지 즉 이 두 개념이 서로 보완하며 자체 출력을 낼 때까지는 워밍업을 해줄 다른 엔진의 도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마중물을 부어주면서 새 개념 안착을 도울 것은 결국 기존 경제개념을 철저히 운전하는 경제 당국의 역할이 된다.

재정을 알뜰히 운영해 당장 필요한 복지 재원 조달 등부터 처리해야 한다. 당국의 자금 동원력은 크지 않다. 그래도 김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소요되는 178조원을 확보하기 위해 빠듯하게 가계부를 꾸렸다. 

그런 그의 방미 일정이 눈길을 끈다. 빠듯한 주부, 즉 곳간열쇠를 가진 맏며느리 역할에서 대단히 화려한 무대로 옮겨간 셈이다. 12일부터 국정감사 일정인 상황에서 16일까지 그는 미국에 머물게 된다(물론 기재부 국감 디데이는 19일이지만 만전의 방어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환율조작국'만 막아도 '효과 짱'? 위안화 스왑 종료 와중 구원투수로

▲김동연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구상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경제 전반을 유지하고 비빌 언덕을 만들어줘야 하는 수비 총책임자 겸 보급팀장이다. 그가 고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 뉴스1

김 부총리는 이번 방미 일정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등 연례행사에 참석한다. 그 와중에 스티븐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 헹 스위 키트 싱가포르 재무장관,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거물들을 접촉한다.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Fitch)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도 면담한다.

국가신용등급,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를 깨기 위한 일정이다. 하나 더 있다. 한·미 FTA 관련 논의의 길을 미리 닦는 조율 절차도 김 부총리가 이번 일정 중에 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내달 초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때 한국에서 통상장관 회담이 열리고, 이를 통해 양국간 FTA 개정 협상이 본격화되겠지만, 김 부총리가 미국 내 여론을 직접 듣고 범정부 대책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대단히 화려한 일정이다. 특히 10일자로 중국과의 통화 스왑이 종료된 사정에서는 금융 불안 요소들을 대거 소탕하러 집을 나선 김 부총리의 일정이 더 눈부실 수밖에 없다. 통화 스왑은 과거 미국, 일본과도 체결돼 있었으나 한·미 스왑, 한·일 스왑에 이어 한·중 스왑 역시 여러 외교적 요소(내지 갈등: 예를 들어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 갈등, 중국은 사드 보복으로 스왑을 안락사시켰다) 등으로 순차적으로 종료된 것이다.  

거친 요약이지만 '쇼윈도 효과'까지 맡게 된 셈이다. 사실 환율조작국 이슈, 국가신용등급 문제나 FTA 논란 등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 재구성 같은 큰 그림에서는 약간 궤도가 다른 이슈들이다. 굳이 따지자면 경제의 펀더멘털 문제인데, 펀더멘털 자체보다는 국제사회 즉 외부와의 협력망 등이 견고함을 확인하는 외형적 체력과시 요소·면역력 체크에 해당하는 면도 있다. 어쨌든 이를 관리하는 자체 즉 쇼윈도 효과가 이번에는 절실해졌다고 할 수 있다.

경제 부문 개혁을 추진하는 와중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역할까지 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노무현 정부 당시의 '추경인 듯 추경 아닌 추경 같은' 마법

그렇다고 김 부총리의 이런 과제가 불가능한 과제라거나 어떻게든 허약한 경제에 당장 겉보기 좋을 만한 분식처리를 해놓으라는 우격다짐이라고까지 평가할 것은 아니다.

어려운 과제지만 이 같은 쇼윈도 효과의 최고봉을 통해 이른바 진보 정권이 재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경제정책적 소신의 밑바탕으로 두고두고 활용한 선례가 있다. 

김 부총리가 재정을 헌신적으로 운영해 뒷받침하고 있는 '문재인식 경제'에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이 그 주인공. 그는 김 부총리와 같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2003년 5월 당시(노무현 정권 초기) '4조원 추경'을 총력 뒷받침한 바 있다(당시 재정경제부 차관 역임).   

근래 문재인 정부 추경 추진에 대단히 신랄한 지적으로 브레이크를 걸었던 모습과 일단 크게 상반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를 정권의 교체, 자기 자리의 변화에 따라 말을 뒤집는 '영혼없는 공무원(출신)'의 전형으로 볼 일은 절대 아니다.

▲김광림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을 포퓰리즘 더 나아가 퍼줄리즘으로까지 저평가하는 입장의 최선봉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영의 두뇌와 심장 역할까지 맡는 인물이다. ⓒ 뉴스1

비밀은 쇼윈도 효과의 마법이다. 2003년 추경은 그 규모와 투입 적재적소 면에서도 합격점 대상이지만, 탄탄한 절약 정신에서도 귀감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때 추경규모로 확정한 4조원은 철저히 '균형재정 기조를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련됐다. 즉 정부가 무리없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 규모였다는 것.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재정건전성 유지와 야당 설득을 가능케 하는 최대 공약수를 김 의원(당시 차관) 등 당국자들이 찾아낸 셈이다.

정부는 세계잉여금 1조4000억원과 한국은행 잉여금 9000억원 등 총 2조3000억원을 모두 소진하고 나머지 1조7000억원은 세수경정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정리, '경기회복'과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이 큰 계층 지원' 등 두축에 투입될 돈에 대해 야권에서 제동을 걸 소지를 없앴다.

노무현 정권이 무능했다는 지적과 공격은 많았지만, 이런 노력들과 그 효과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의 재정 성적표는 사실상 MB 정권이나 박근혜 정부 대비 재정적자 등 건전성 측면에서는 훨씬 낫다는 재평가가 지금 일각에서나마 제기되고 있다.

김 부총리의 이번 방미 역할론에 기대를 거는 시각을 그저 '무리수'로 평가하는 대신 쇼윈도 효과 기대감으로 풀이할 수 있는 이면에는 이 같은 선례가 숨어있다. 라이벌 격으로 대면한 두 남자, 하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려운 역할을 바톤터치하듯 맡고 있는 김동연-김광림 둘의 상황에 눈길이 모아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김 의원의 성공 못지 않은 김동연 스타일 쇼윈도 효과가 이번에 나올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배너
배너
배너

프라임TV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