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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토건경제 vs 혁신성장…김광림 · 김동연 두 남자의 돈줄 혈투

법인세·보유세·핵잠 구매 등 산적 난제들 승부 총괄할 양측 심장 역할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28 12:18:38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에 대해 경제 부처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념을 정립하고 속도감 있게 집행 전략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소득주도 성장'에 치중하는 듯 보였던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에 눈길을 준 것은 미세하지만 큰 변화다. 문 대통령 스스로 언급하듯 "혁신성장의 개념이나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덜 제시한 측면이 있다"는 점 외에도, 어떻게 패러다임을 끌고 갈지에 대한 철학적 뒷받침은 물론 실질적 자금원 마련 역시 이 혁신성장이 상당 부분 맡아야 한다.

다만 갈 길은 멀다. 소득주도 성장 개념의 불완전한 구석을 메워줄 기린아가 혁신성장일 것으로 꼽히지만, 이 개념에 반신반의하는 의견을 가진 쪽에서는 아예 무시하거나 그 싹을 잘라 버리려고 들 수밖에 없다. 반면 이를 주도하려는 쪽에서는 적절한 성장 기조가 마련될 때까지 보호하고 북돋아주는 것은 물론, 다른 영역을 꾸려나가면서 시간벌이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돈줄 관리'의 뺏고 뺏기는 전쟁이 된다. 지엽말단적인 '물꼬 싸움'에 나설 양측 맹장은 많지만, '아예 물줄기 흐름의 방향 문제'까지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지장은 드물다. 그런 점에서 두 남자의 치열한 대결이 점쳐지고 있다. 

일부 학자, 벌써부터 소득주도 성장론 한계 경고음   

소득주도 성장이 홀로서기를 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를 들어,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7일 한 세미나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을 '노동소득분배'라고 재정의했다. 이어서 "노동소득분배 개선은 다른 요인들과의 관련성 속에서 경제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한계를 설정하는 한편 "실증분석 상으로도 경제성장의 핵심 채널보다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인적 자본과 관련해 성장에 의미있는 요인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정치적 불안정성 해소를 위한 해법이나 보조수단이라면 모를까, 전방위적인 지도이념이 되거나 추진력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것. 오히려 잘못 쓰면 불안정을 키우는 부작용을 낼 수 있는 가능성마저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 공급, 경제의 탄력성 회복 등을 주목할 필요가 높다. 26일 문 대통령 발언은 이런 관점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강만수 전 부총리 지휘 하에 대기업, 수출노선을 절대적으로 키워 엔진으로 삼자는 전략이 펼쳐졌던 것과 정반대로 가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

문제는 펀더멘탈이 혁신성장 엔진에 불이 제대로 붙을 때까지 과연 버텨낼 수 있겠는가다.

◆달콤한 '잠수함 사줄게' 유혹 전략가 vs 빠듯한 예산 버티기 살림꾼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관에 가장 치열하고 날카로운 공세를 시도하는 이가 관료 출신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다. 홍준표 대표가 당의 사령탑이자 날카로운 정치적 이슈 선점에 강세를 갖고 있지만 경제전문성 보강에는 김 의원의 역할이 막중하다.

▲핵추진 잠수함 구매 추진 등 다양한 현안에서 정부여당과 야당 간 치열한 동상이몽이 예고돼 있다. 사진은 금년 봄 부산항에 입항한 미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 ⓒ 뉴스1


특히 핵잠수함 논의 같은 개별 이슈를 단순히 안보나 예산 조달 문제 뿐만 아니라 재정 패러다임 문제로 끌어들이는('기-승-전-복지예산 삭감' 구도 연결) 재주를 갖고 있다.

지난 2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전술핵 재배치, 핵추진 잠수함 도입론 등을 거론했다. 그런데 그 논의 이면의 생각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설 한국형 대응체계 구축 예산 증가율은 5.6%에 불과하다"면서 "방위력 증강 예산에 힘쓸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정된 재원에서 국방비 증가분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예산안 중에서 과한 복지 부문을 삭감해 이를 재원 부족 부문 중 하나인 국방에 투입한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다. 심지어 최저임금제는 예산 삭감 1순위로 꼽았다.

복지 증대로 예산이 깎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대해서도 되돌리기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8% 성장에서 60%가 건설투자에서 이뤄졌고 건설의 고용유발계수가 제조업보다 월등히 높다. 6·19, 8·2부동산대책에 더해 강경한 대책이 또 나올 텐데 SOC 예산까지 줄이면 내년에는 2% 성장도 어렵다"는 게 김 의원의 진단이다. 

▲김광림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을 포퓰리즘 더 나아가 퍼줄리즘으로까지 저평가하는 입장의 최선봉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영의 두뇌와 심장 역할까지 맡는 인물이다. ⓒ 뉴스1

이처럼 공격의 그물코마다 사사건건 한 방향을 향하는 날카로운 비수를 숨겨놓을 수 있는 능력은 오랜 경제기획원(EPB) 관료 생활에서 나온다. 재무부(MOF) 출신들이 금융과 세제를 중심으로 단기정책과 위기대응을 짜는 데 강하다면, EPB 출신 관료들은 예산과 기획을 기반으로 장기 청사진을 그리는 데 능하다. 

김 의원은 경제기획원 예산실 예산총괄과장과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국장 등을 거쳤고, 대학 총장을 지내다 국회에 입성한 인물이다. 초선(18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당시 여당 예결위 간사직을 맡고, 19대 국회에서도 이 역할을 잘 소화했다.

'장미 대선'으로 공수가 뒤바뀐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의 든든한 경제통이자 막후의 거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겸손한 안동선비 평가를 받지만, 별다른 무리한 강요없이도 경북 안동에 예산 몰아주기를 한 '예산 따내기의 달인'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는 게 바로 김 의원이라는 얘기다. 그런 솜씨를 여당 괴롭히기에 본격 활용할 수 있어서다. 

◆'고졸 신화' 저력, 미국 달러뿌리기 '절반의 성공' 넘어설까? 

▲김동연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구상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경제 전반을 유지하고 비빌 언덕을 만들어줘야 하는 수비 총책임자 겸 보급팀장이다. 그가 고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 뉴스1

이런 상황에 반대편에 선 이에게는 별달리 뾰족한 치트키(기능을 넣은 수단)가 아직 없다. 여당을 돕고 정부를 이끌 경제사령탑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EPB 계열로 분류되는 인물로, 상고를 나온 후 야간대를 마치는 등  열심히 노력해 성장해온 인물이다. 박사 학위를 얻고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지내는 등 관료 사회에 뿌리내린 이후 대학 총장을 했고 이번 정권에서 화려하게 금의환향했다. 나이는 1957년생인 김 부총리가 김 의원(1948년생) 대비 약간 적다.

치열한 야권의 공세에 맞서 살림을 꾸려야 하지만, 자금 동원력은 크지 않다. 그래도 김 부총리는 문 대통령 공약 이행에 소요되는 178조원을 확보하기 위해 빠듯하게 가계부를 꾸렸다. 

공신급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들이 여럿 입각하면서 경제 정책 구상과 운영 면에서 '김동연 패싱 현상'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홀대도 받았지만, 눈병이 올 정도의 격무를 소화해 내면서 이런 든든함을 정부와 여당에 제공하고 있는 것.

소처럼 일하는 그가 오히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달러나 엔을 무제한 풀면서 경기부양을 시도해온 미국이나 일본 경제사령관들보다 낫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지금 가장 아픈 구석은 일자리가 좀처럼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문제의 이면을 볼수록 김 부총리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미국이 경제 회복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호평이 여럿 있지만,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하듯 실질은 외화내빈격이다. 이 보도는 미국의 최근 3개월간 실업률은 4.3~4.4%로 낮은 수준이지만, 불완전 취업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에 가까운 'U6실업률'은 최근 3개월 동안 8.6%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한 8월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34.4시간으로 전달에 비해 0.1시간 늘었지만, 여전히 지난해 1월의 34.6시간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구직자에 대한 풀타임 일자리 제공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미국 연간 임금 상승 약세는 저임금 일자리 비중 확대 때문"이라고 지난 8월 초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겹쳐보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상황을 좀처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은 어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당 정치인들이 야권의 문재인 정책 실패론을 날카롭게 반박하는 와중에 지금 같은 예산 기조를 김 부총리가 오래 떠받쳐 줄수록 '시간벌기'가 가능하다. 혁신성장 엔진을 만드는 작업을 매듭짓고, 본격적으로 여기 점화가 이뤄질 때까지 버텨주는 것은 결국 김광림식 정책구상(국방비 증액, 복지 삭감, SOC 구상을 통한 토건 경제성장 주도론)에 대결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방침 원천 봉쇄를 꾀하는 김 의원, 거기 맞서 재정을 꾸리고 패러다임 전환 여력을 보태는 김 부총리의 대결은 정면 승부는 아니어도, 가장 중요한 전투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김 부총리의 고생이 당분간에 불과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엔 현재 공석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 수순이나 가을 국회에서의 야권 공격의 화력이 얼마나 될지 등 여러 변수가 추가된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시한폭탄을 주시하며 안정적 재정 운전을 해나가는 김 부총리의 노고만큼이나, 김 의원의 소신과 공격력 역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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