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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벤토탐방] 일본판 패스트푸드 '야키소바'

"벤토를 알면 문화가, 문화를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7.09.11 10:13:59

[프라임경제] 일본을 여행하다보면 길거리 곳곳에서 커다란 철판에 면을 볶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철판에서 풍기는 달달한 소스 향이 지나는 사람의 발길을 유혹한다.

▲후지노미야 야키소바 벤토. ⓒ 위키피디아 일본

주문을 하면 미리 준비된 초벌요리에 소스가 들어가고 몇 번 뒤척여지다 벤토 용기에 담겨 나온다. 일본 국민식이라 불리는 '야키소바(焼きそば)'의 조리 모습이다. 옆에서 보고 있자면 왠지 우리나라 떡볶이 집 풍경이 오버랩 된다.  

야키소바는 중국 면 요리를 총칭하는 '챠오멘(炒麺)'의 일본 버전이다. 중화요리 집이 많은 효고(兵庫)현에서는 챠오멘과 쉽게 구별하기 위해 '소바야키'로 부른다. 두 요리의 가장 큰 차이는 소스의 다양성이다.  

야키소바는 기본이 되는 우스타소스와 굴소스에 토마토케첩 등 다양한 소스가 추가된다. '소스야키소바'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이 음식은 어디서든 철판만 있으면 조리가 가능해 신사(神社)나 축제장 등 인파가 몰리는 곳마다 빠지지 않는다. 서양식 패스트푸드인 샌드위치나 햄버거와 비교해도 영양가나 서비스 속도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가격도 저렴해 300엔 내외가 대부분이고 비싸도 500엔을 넘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재료와 조리방식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돼지고기·양배추·당근·숙주·양파가 공통으로 들어간다. 야키소바의 면은 밀가루로 만든 중화면을 사용한다. 소바에 웬 밀가루냐고 하겠지만 라멘의 면과 같은 계열이다.

한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메밀 면을 사용하는 가케소바나 자루소바 등과 야키소바를 구분하려 했으나 반대가 거세지자 현재는 용인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에는 그전부터 가늘고 긴 면을 모두 소바로 지칭하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문자로 표기할 때는 한자가 아닌 히라가나 'そば'를 쓴다.

일본에 면을 볶는 요리법이 메이지 시대부터 있었다고는 해도 야키소바와는 거리가 있었다. 요즘 같은 형태가 완성된 것은 1945년 종전 이후다. 당시 주식이었던 쌀이 부족하자 미국에서 원조받은 밀가루로 야키소바라는 대체음식을 고안해 낸 것이다.

처음에는 어린이용 간식이었던 것이 어느 틈엔가 일반가정 식사메뉴로 폭넓게 보급됐다. 물자가 궁핍했던 그 시절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던 미국식 소스는 일순에 일본인 입맛을 사로잡았다. 면의 보존성이 좋고 잡다한 식기가 필요 없다는 점도 주부들에게 큰 매력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며 인스턴트 컵면 시대가 열린다. 1971년 컵 라면에 이어 1974년에는 야키소바가 출시된다. 이때부터 야키소바는 일본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품목으로 자리 잡는다.

수많은 컵야키소바 중 닛신(日清)식품이 1976년 5월에 출시한 'U.F.O'가 가장 많이 알려졌고 지금도 인기가 있다. 최근에는 고모쿠야키소바 같은 고급형 냉동식품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매년 새로운 야키소바가 태어나고 또 사라진다. B-1 그랑프리가 주최하는 'B급 구루메 대회' 영향이다. 구루메는 미식가 또는 그들이 즐기는 음식을 뜻하는 불어 gourmet의 일본식 표기다.  

이 대회는 싸고 맛있는 B급(서민) 음식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2006년부터 매해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다.

출전 음식에 대한 순위는 유료 방문객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사용한 젓가락을 투표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이채롭다. 대회에는 돈부리나 우동 등 다른 요리도 출품되지만 전체적으로 야키소바가 주도하는 분위기다.

특정음식이 난립하고 향토음식을 급조한다는 비판도 있으나 2016년 토쿄 대회의 경우, 56개 업체가 출전해 이틀간 방문객 20만2000명을 끌어들일 정도로 인기 있는 행사다.

이 대회에서 입상을 하면 해당지역과 점포가 순식간에 전국에 알려지고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한다. 다음 날부터 각지에서 체험투어가 등장하고 점포에 인파가 몰려 곧바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낙후된 지역일수록 시민단체나 지자체가 앞장 서 대회참가를 독려하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대회에 출품하는 요리에는 '고토치(ご当地)'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고토치는 우리말 '귀지(貴地)'에 해당하는 용어로 상대방 지역을 정중하게 표현할 때 사용한다. 현재 이러한 명칭이 붙은 야키소바가 100종이 넘는다. 47개 광역지자체별로 평균 2개 이상인 셈이다.

그 중 '3대 명물'을 간략히 소개한다.

먼저 △시즈오카현 '후지노미야(富士宮)'・・・쫄깃한 냉동면, '니쿠카츠'고명과 다시용 후리카케가 유명, 우승 2회, 상표등록 △아키타현 '요코테(横手)'・・・현대 야키소바 발상지, 삶은 사각면, 소 내장 고명, 계란프라이, 우승1회, 상표등록 및 협동조합화 △군마현 '오타(太田)'・・・검은 면이 유명, 카라아게나 감자 등 다양한 토핑, 야키소바 거리조성으로 전국 지명도.

2000년 6월에는 이들 세 지역이 '삼국동면'을 결성해 타 지역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유럽의 삼국동맹이나 춘추전국시대 합종연횡을 떠올리게 하는 재밌는 발상이다.

야키소바는 다른 요리와도 융합이 잘 되는 음식이다. 비싸지 않은 식자재로 가성비 뛰어난 조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학교매점이나 스낵코너에 고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야키소바빵'이 대표적이다. '콧페'라 부르는 핫도그용 빵에 소시지 대신 야키소바를 넣어 만든 간편식이다. 또한 오코노미야키의 토핑이나 중화 만두의 소 등으로도 변신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야키소바는 밥을 베이스로 하는 벤토 전문점에서는 취급하지 않는다. 반면 전국에 산재한 5만5000여개 편의점은 지역별로 현지 고토치 야키소바와 결합한 오리지널 상품을 구비하고 있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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