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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대의 글쓰는 삶-40] 침묵의 힘

 

이은대 작가 | press@newsprime.co.kr | 2017.08.13 08:08:13

[프라임경제] 감옥에서 보낸 1년 6개월이란 시간 동안 어머니와 아내 두 사람과 매일 편지를 주고 받았다. 어린 아들은 아빠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보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편지를 쓰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내 마음을 다스리기도 하고, 통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앞으로 살아갈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만약 그 편지들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무너졌거나 최소한 그렇게 의연하게 견디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에게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참아냈냐고 물을 때면, 나는 빼놓지 않고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약하다고만 생각했던 가족들이 사실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들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을 법도 한데, 그런 흔들림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다고 말이다.

어머니와 아내의 편지보다 더 크게 나를 버티게 해 준 힘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침묵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사업에 실패했을 때에도 시련과 고통에 몸부림치며 알코올 중독에 빠졌을 때에도 모든 것을 잃고 세상의 뒤편으로 보내졌을 때에도 단 한 마디 어설픈 위로나 눈물 따위를 보이지 않으셨다. 그저 묵묵히 나를 바라보는 눈빛.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께서는 딱 한 말씀을 나에게 전하셨다.

"앞길이 구만리다. 다시 일어서도록 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든 적도 많았고, 누군가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로 내가 상처받은 적도 많았다.

말 때문에 싸우고, 말 때문에 힘들어하고, 말 때문에 스스로를 곤경에 빠트리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말이 많은 사람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어쩌면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택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침묵은 나에게 커다란 숲과 같았다. 아무 말씀 않으셨지만, 그 안에서 쉴 수 있었고 마음껏 울 수 있었다.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가질 수 있었고, 지난 삶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침묵은 그래서 말보다 더 큰 힘을 가진다.

괜찮다, 힘내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워라 등 좋은 말들은 넘치고 흐른다. 그러나 최악의 순간에, 우리 삶에 진짜 힘을 주는 것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 그래서 나를 믿는 그 마음이 눈빛과 정신을 통해 온전히 내 자신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자식 키우는 애비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잔소리하고 싶을 때가 왜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 말들은 아이들에게도 별 의미가 없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또 그 소리' 아마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말을 줄이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밥 먹을 때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아빠의 한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말을 줄이면 실수도 줄어든다. 타인과의 소통도 오히려 더 원활해진다.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것보다, 한 마디를 하더라도 뼈있는 말을 하는 것이 자신을 깊고 높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는 것이 적은 자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아는 것이 많은 자는 대체로 침묵을 지킨다. 아는 것이 적은 자는 자신이 아는 것을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모든사람에게 말하고 싶어한다. 아는 것이 많은 자는, 세상에는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만 이야기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항상 침묵을 지킨다.' - 루소(Jean Jacques Rousseau)

이은대 작가/<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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