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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벤토탐방] 미야지마의 명물 '아나고메시 벤토'

"벤토를 알면 문화가 보이고, 문화를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7.07.17 09:33:21

[프라임경제] 세토(瀬戸)내해를 끼고 있는 히로시마현 미야지마구치(宮島口)역 주변은 아나고(붕장어) 카바야키가 빼곡하게 올라가는 아나고메시(飯: 밥)로 유명하다.

▲우에노 전문점의 아나고메시 벤토. ⓒ 위키피디아 일본

카바야키는 장어 같이 긴 생선의 배를 가르고 등뼈를 발라낸 후 전용양념(타레)을 입혀 굽는 요리다. 아나고도 민물장어(우나기)와 마찬가지로 이 요리방식이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서로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서식 환경이나 맛·영양성분·요리방법이 다르다. 우선 우나기가 조리된 형태 그대로 밥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 반면, 아나고는 보통 3㎝ 크기로 잘라 올린다. 

아나고는 우나기와 달리 양식이 불가능한 100% 자연산 어종이다. 먼 바다에서 부화한 후 연안으로 회귀해 일생을 바닷물에서 보낸다. 우나기에 비해 지방질이 적고 맛이 담백해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어종이다. 

토쿄 앞 바다와 세토내해가 주 어장이지만 공급이 달려 상당부분 한국산으로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의외로 한국 쪽 어획량이 일본보다 4~5배 많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양국 간 아나고 포획방법이나 시기 문제를 두고 가끔씩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횟감용으로 사용하지만, 일본은 텐푸라·초밥·덮밥·어묵 등 고급요리 재료로 쓴다. 아나고라는 말은 이 어류가 낮 동안 바다 속 바위틈이나 개펄에 있는 동굴(아나)집 밖으로 머리나 상반신을 내놓고 있는 습성에서 유래한다. 

참고로 '하모'라 불리는 갯장어는 오사카나 쿄토 등 칸사이 지역에서 '스이모노(吸い物: 맑은 장국)'나 샤브샤브용 고급재료로 쓰인다. 특히 전통과 격을 중시하는 '쿄(京)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다. 하지만 토쿄 등 칸토지방에서는 하모를 요리하는 문화가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

아나고 메시는 원래 세토연안 어부들이 먹던 향토 음식에서 시작된 요리다. 이 음식이 일반 대중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밥을 지을 때 서덜(발라낸 뼈)과 간장을 첨가하면서부터다. 

이 획기적 취사방식을 생각해 낸 사람은 역 앞에서 찻집을 운영하던 우에노 타니키치라는 사람이다. 당시는 찻집에서도 차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팔던 때였다. 

흰밥 위에 토핑을 올리는 돈부리가 당연하던 시절, 아나고 카바야키와 궁합이 딱 맞아 떨어지는 새로운 맛의 밥은 곧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 이 요리는 에키벤으로 개발돼 역 구내에 진출했고 100년 넘은 세월을 지나는 동안 미야지마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를 굳혔다. 

1901년 찻집으로 개점해 아나고 메시를 탄생시킨 노포(老鋪) '우에노'는 요즘도 그 모습 그대로 아나고 메시를 만들고 있다. 

세월이 지나며 술 창고로 사용하던 2층은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는 여러 별실과 함께 일부를 고서가 비치된 도서관 카페로 개조했지만, 건물 전체가 100여 년 전 운치를 그대로 간직한 타임캡슐 모습이다. 우에노 포장메뉴는 여전히 아나고메시 벤토 한 가지다.

이 벤토의 매력은 만든 지 2~3시간 경과해야 깊은 맛이 난다는 점이다. 따뜻할수록 맛있을 거라는 벤토의 상식을 깬다. 

4대 점장 쥰이치는 그 이유를 "뜨거운 밥과 막 구워낸 아나고가 '쿄기(얇은 나무 벤토)'에 채워지면 밥의 수분이 서서히 아래로 빠지고 그 자리에 카바야키 풍미가 배어들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넥타이차림에 역사가 묻어나는 벤토 판매대를 어깨에 맨 채 미소 짓는 얼굴이 선량해 보인다. 

아나고메시 벤토는 미야지마구치 외에도 인근 히로시마·오카야마·타카마츠·신야마구치 역에서 구입 가능하다. 

히로시마 시내 미츠코시(三越) 백화점에는 'eat-in(매장에서 취식)' 전용코너도 설치돼 있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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