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단독] "파라다이스시티, 성추행 피해자 조직적으로 괴롭혔다"

가해자는 사실상 유급휴가, 피해 직원은 좌천·연봉삭감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7.04.27 11:17:30

[프라임경제] 지난 20일 개장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Paradise City)가 사내 성추행 논란으로 새 간판에 먹칠을 하게 됐다. 운영사인 파라다이스 세가사미 내에서 수개월에 걸쳐 상습적인 성추행이 벌어졌지만 회사가 이를 방조하고 2차 피해를 부추긴 정황이 파악됐다.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는 외국인 전용카지노로 유명한 파라다이스(034230)가 야심차게 추진한 핵심 사업이다.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오픈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객실 711개를 갖춘 고급호텔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컨벤션센터 등이 밀집해 있으며 내년 상반기 쇼핑센터와 워터파크, 클럽, 테마파크 등도 개장할 예정이다. ⓒ 뉴스1

본지 확인 결과, 회사 측은 가해자에게 한 달 이상 '사실상 유급휴가'를 주는 대신 피해 여직원들을 일방적으로 인사 이동하는 과정에서 직급 강등, 연봉 삭감 등의 불합리한 처우로 퇴사를 종용했다.

심지어 해당 부서 관리자는 인력난을 이유로 가해자를 같은 부서에 재배치하겠다며 피해자를 떠보는 등 최근 반 년 사이 벌어진 일들은 아연실색하기 충분하다.

아울러 파라다이스의 비상식적 조치가 과거부터 되풀이된 적폐라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전필립 야심작 '파라다이스 시티'…화려함 뒤 숨은 추문

사건이 벌어진 곳은 파라다이스계열사인 파라다이스 세가사미다. 이곳은 동북아 첫 복합리조트로 지난 20일 개장한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Paradise City)의 운영사다.

711개 객실을 갖춘 최고급 호텔과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갖췄고 내년 상반기에는 대형 쇼핑몰과 클럽, 테마파크 등도 개장한다. 지난해 기준 자산 가치만 1조1500억원에 달하는 핵심 사업장이며 말 그대로 '낙원(paradise)'이다.

현재 파악된 피해자는 세 명이며 대부분 인턴으로 갓 입사한 사회초년생이었다. 이 중 두 명은 회사 측의 비상식적인 인사발령과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해 퇴사했다. 피해자들을 위해 증언에 나섰던 과장급 직원 두 명 역시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팀 소속의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까지 수개월에 걸쳐 같은 부서 선임인 A대리로부터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언어적 성추행에 시달렸다.

A대리는 회식 자리에서 동료 B씨와 인턴사원 C씨의 신체 특정 부위를 더듬는가하면 평소에도 "과거에 사귀던 애인과 닮았다" "내 여자친구 해라" 등의 말을 수시로 던졌다. 또 다른 인턴직원 D씨에게는 다른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외모를 품평하고 다른 여직원과 비교하는 언사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참다못한 B씨는 후배들을 대신해 지난해 11월20일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A대리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부서 간부인 황모 팀장에게 보고하고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정식 보고 일주일 뒤 "가해자 징계불가"

그러나 황 팀장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라면서도 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첫 보고 이후 일주일 만에 B씨가 A대리의 징계 여부를 따지자 돌아온 답은 놀라웠다. 황 팀장은 "A대리에게 사직서를 받아놨으니 추가적인 징계는 없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가해자가 출근을 안 해 마주칠 일이 없으니 괜찮다는 얘기였다.

더 황당한 일은 작년 12월 말에 터졌다. 가해자인 A대리가 새해부터 사무실에 복귀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곧 사실이 된 것이다.

황 팀장은 B씨에게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일손이 모자라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하라"며 막무가내였다. 심지어 같은 인사팀 내에서도 업무 영역이 달랐던 A대리를 B씨 등 피해자들이 속한 팀에 배치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모멸감을 느낀 B씨는 모기업 파라다이스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오히려 사측에 불리한 증언을 하는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몰아세웠다.

역시 피해자였던 C씨는 인턴에서 정직원이 된 지 얼마 안돼 성추행 논란에 휘말렸고 이후 인사팀에서 현장부서인 구매팀으로, 다시 객실팀으로 인사 조치됐다. 이 과정에서 연봉이 400만원정도 깎였지만 본인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C씨는 이 같은 대우에 곧 퇴사했고 B씨도 불리한 인사에 못 이겨 지난 1월20일경 사직서를 냈다. 이들의 사직서는 거침없이 수리됐으며 목격자로 나섰던 이모 과장 등 선임자 두 명도 비슷한 시기 쫓기듯 회사를 떠났다.

반면 가해자인 A대리의 사직서는 문제가 불거지고도 한 달을 훌쩍 넘긴 지난해 12월31일에야 겨우 수리됐다.

◆"최근 2년간 성희롱 예방 교육 전무" 주장도

B씨는 퇴사 직후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하고 고용노동부에 회사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사실상 사표를 던지고서야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A대리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B씨 측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반 년 가까이 사건을 끌고 오는 동안 파라다이스 측이 악의적으로 피해자들을 괴롭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정연수 대표와 임원진이 대놓고 '신고하려면 얼마든지 해보라'며 당당하게 나와 더 충격적이었다"라고 토로했다.

또 "파라다이스에는 지금도 700여 명 가까운 여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과거 피해사례를 접해보니 비정상적인 사내 문화가 뿌리박힌 집단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가해자는 전 직장에서도 성폭력으로 권고사직을 당한 전력이 있었는데 회사에서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일각에서는 파라다이스 세가사미가 2012년 법인 설립 이후 최근 2년 동안 의무사항인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와 당국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파라다이스는 시스템 공백뿐 아니라 직원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 의지를 의심받기 충분하다.

한편 본사 전략지원실 관계자는 "(파라다이스 세가사미의 경우)신생법인이고 워낙 이직률이 높아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태인 것은 맞다"면서 관련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성희롱 예방교육은 중간에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모든 직원들이 교육을 못 받았을 수도 있다"라고 얼버무렸다.

회사 측은 또 "피해자들이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회사로서는 나름 적절한 조치를 다 했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추가적인 사과나 개선 의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배너
배너

프라임TV

+ 더보기